AI 사용 표기 책임 놓고 혼란 자초한 과기부
AI기본법이 2026년 1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기본법을 시행하는 국가가 되는 것이지만, 실제 시행을 놓고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AI기본법 시행 대비 설명회’에서는 이 혼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24일 과기부가 개최한 이 설명회에서 나온 내용을 두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콘텐츠업계 각 부문의 볼멘소리가 쏟아졌습니다. 플랫폼 기업은 물론이고 현장에 참석한 변호사들까지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AI 산출물 워터마크 표시 의무’가 있습니다. AI기본법에서는 ‘투명성 의무’로 규정되어 있는 내용인데, 말 그대로 AI를 사용했음을 알려야 하는 의무조항에 해당합니다.
과기부에서는 EU 기준에 맞추되,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 정도의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당장 법 시행이 다음달인데 ‘종합적 고려’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풀어놓지도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직 표기 범위, 어디까지가 ‘AI 산출물’인지,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 논의할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특히 가장 쟁점이 된 개념은 ‘배포자’입니다. 과기부 인공지능안전신뢰정책과 심지섭 사무관은 시민단체에서 주장한 EU AI법의 ‘배포자’ 개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EU 기준으로 보면 ‘배포자’란 개발된 AI시스템을 실제로 사용하는 주체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콘텐츠 산업의 경우는 이 ‘배포자’가 하나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웹툰을 예로 들면 웹툰작가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어시스턴트가 사용할 수 있고, 후보정이나 후반작업을 담당하는 기업에서 사용할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질의응답에서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하는 작가가 네이버웹툰이 제공하는 AI페인터를 이용해 채색했다면 AI 사용을 표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과기부는 “이용사업자는 표기해야 하지만, 이용자는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기본법 시행 1개월을 남겨두고 ‘종합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 들어오게 된다면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작가는 의무 없고, 이용사업자는 표기해야한다’는 내용 때문입니다. AI를 사용한 것은 작가라 할지라도 서비스하는 네이버웹툰은 표기의무를 진다는 이야기인데요. 종합검토 후 배포자 도입이 결정된다면 플랫폼은 물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법인을 낸 작가, 에이전시, 유통사 등 책임이 누적되게 됩니다. 이중 삼중으로 책임이 누적되고, 결과적으로 작가에게도 표시의무가 지워지게 될 수 있는 거죠.
이 표기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되면 플랫폼은 ‘AI 사용 여부’를 증명하기 위한 별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이 시스템 마련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겁니다. 추측이긴 하지만, 이 비용부담은 적지 않을 겁니다. 과태료를 내게 되더라도 비용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고, 결과적으로 작가와 독자들에게 이 비용을 부담하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아티스 서유경 변호사는 “이미 플랫폼은 AI기본법 상 ‘개발사업자’나 ‘이용사업자’로서 법적 의무를 부여받게 된다. 그런데 ‘배포자’개념이 도입되면 배포자로서 의무도 이중, 삼중으로 져야 하는 것”이라며 “이때 발생하는 비용 역시 ‘배포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지만, 곧 콘텐츠 유통비용을 증가시켜 사실상 독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최종적으로 작가의 정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정부에서도 “이대로 강행”은 아닙니다. 보완하고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인 만큼 창작자와 플랫폼 등 이해당사자와 충분히 조율할 시간을 가지고, 콘텐츠 분야별로 다른 기준을 마련하는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속도전 기조를 지속적으로 가져간다면 이번에 자초한 혼란이 가중되는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