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조 안현정 사무처장 인터뷰 "두려움 깨고 나온 디콘지회, 함께 합시다"

노동조합을 만드는데는 '얻어내고자 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실무적인 역량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모여서 하는 일이고, 또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할 때도 있으며, 경험으로 얻어낸 것들이 중요할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디콘지회가 속한 전국여성노동조합은 그런 의미에서 잔뼈가 굵은 곳입니다. 1999년 창립해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전국여성노조는 IMF 이후 '노동시장 개편'을 무기로 휘두르며 가장 먼저 잘려나간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해고뿐 아니라 부당행위도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계속해서 조직하고, 투쟁하고 있는 조직입니다.

웹툰인사이트에서는 이 전국여성노동조합의 안현정 사무처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디콘지회와의 인터뷰보다 조금 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물었습니다.

전국여성노조 로고


Q. 디콘지회가 ‘인준받은 노조’인데요, 인준이 어떤 것인지, '지회'는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A.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과 노동법상 노동자 기준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지만 전국여성노조는 규약과 창립선언에서도 “일하는 여성” 이라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합니다. 여성노조 규약상 사업장 중심의 노동조합이면 “분회”로 구분하고, 지역단위일 경우 “지회”로 구분합니다. 디콘지회 같은 경우에는 전국에 계신 분들이기 때문에 지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지회 결성이 되고 나면 전국여성노동조합 산하 조직이기 때문에 인준증을 발행합니다. 그래서 디콘지회는 그 이후 인준받은 지회로서 활동하고 계신 거구요.

특수고용노동자 문제에 있어서 가장 많은 노하우가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전국여성노조입니다. 2000년대 초 이미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노동조합인 88CC분회를 조직화했습니다. 이처럼 88CC는 용인에 위치한 골프장으로, 한 사업장 규모의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분회'로 구분합니다. 대학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선 적도 있었습니다. 대학 청소노동자의 경우 전국에 대학이 흩어져 있으므로 '분회'로 분류합니다.


Q. 2월 3일이 결성일은 아닌 모양입니다

A. 지회 결성일은 12월 12일입니다. 그때 결성되었고, 간부 선출을 완료하고 이후부터 회의 등의 지회 활동을 했고, 2월 3일에 온라인을 통해서 모집 등 홍보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원가입이 되어 있는 분들도 계셨지만 실제 지회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것은 처음이신 분들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조직화를 해서 활동 방향을 정하는 등의 회의가 있어야 하니까요.

Q. ‘프리랜서도 노조를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재능교육 학습지 노조 판례처럼 경제적, 조직적 종속관계가 있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또 한편으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플랫폼을 옮기는 경우가 많은 일러스트레이터, 웹툰 작가, 웹소설 작가등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A. 노동자라는 개념이 사전적 의미나 법적인 의미 등 기준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노동자라는게 저희 전국여성노조 뿐 아니라 노동계, 노동조합등이 바라보는 ‘노동자’의 개념입니다. 포괄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4차산업혁명을 논하는 현재 늘어난 업종, 노동형태 등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노동조합법에서 이야기하는 근로자는 포괄적 내용의 노동자에 가깝습니다. 물론 노동조합법의 조건들도 프리랜서의 경우 일부 충족하고 일부는 해당이 안된다고 볼수도 있지만, 저희 판단으로는 프리랜서도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실제로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던 개인사업자인 재능교육 학습지 노동자들은 노조법상 근로자가 맞다는 판결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업을 할 때 해당 플랫폼에 거의 완전히 종속되는 플랫폼 노동자입니다. 아직 생소한 분야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빠르게 조직화해 단결력을 바탕으로 협상을 맺는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사실 프리랜서 노조는 지금도 분야에 따라 여러 단체들이 활동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노조법과 노동법이 서로 달라서 회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사실 프리랜서는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조합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은걸로 아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요?

A. 헌법상 노동조합의 노동 3권의 첫번째가 단결권입니다. 그 다음이 단체교섭권, 단체 행동권이지요. 편하게 말하면 ‘뭉쳐서, 부당한 것을 고치라고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행동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결권은 가장 기본적이기 때문에 첫번째에 온 것이구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 노동자가 종속성을 가지는지 다툼의 여지는 있겠으나 저희 노동조합에서 노동조합법, 판례등을 검토한 결과 단결권은 분명히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프리랜서 조합원의 경우 하나의 사업장에 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0명의 작가가 있으면 100개의 사례가 생겨나게 됩니다. 이렇게 생겨나는 수많은 사례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해소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먼저 문제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수면 위로 꺼내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홍보활동을 편 이유도 먼저 노동자 당사자분들이 처한 문제점과 여러 방식을 여론화하고 이슈화를 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먼저라고 보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조직력을 가지고 먼저 노동자 분들을 묶어내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본 거죠.

Q. 앞으로 웹툰 작가나 웹소설, 일러스트 분야의 작가분들 뿐 아니라 다른 분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A.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디콘지회의 경우를 보면 여러군데 상담을 받으시고 또 만나보셨습니다. 노조라는게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겠죠. 여러 논의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조합원 분들의 자신감을 고취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여러 지역에서 여러 직종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노동조합을 만들면 지금도 힘든데 일이 끊기거나 해서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는 거겠죠.

더군다나 특히 여성의 경우 사상검증, 사이버 불링 등에 더 취약한 면도 있구요. 디콘지회에 가입하신 140여분(인터뷰 당시 기준)은 그걸 일단 깨고 오신 분들이라는게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더 신중하게 접근을 하고 있는 부분이구요. 당연히 교섭을 하게 되면 교섭위원 명단을 제출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어쨌든 신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여론 형성과 이슈화에 더 힘을 내고 있는 것이구요. 디콘지회 분들을 가장 크게 평가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자신감인 거죠. 말하자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신 것이니까요. 디콘지회가 만약 단독노조를 설립했으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단독노조를 만들었다면 지금 일부에서 제기하는 문제제기가 더 거셌을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전국여성노조 산하로 만들어진 “적법한” 노조라는 점이 보증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Q. 아직 노조에 가입을 하지 않으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처음이 중요하다” 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발을 떼서 그 선을 넘어오고 나면 오히려 쉬워진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전국여성노조가 생기고 지난 20년간 아주 빠른 속도로 노동의 형태가 변화되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사회의 구조는 '플랫폼 노동자'라는 말을 생소하게 여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튜디오 제작 시스템의 확립은 웹툰이 양적 성장이 끝나고 이제 효율을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들립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노동자 관계, 즉 플랫폼-작가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으면 수직계열화의 맨 밑바닥에 자리잡게 될 '프리랜서' 작가들의 처우가 어떻게 될지 우려가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프리랜서는 기본적으로 일이 끊기지 않을까 두려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일을 하더라도 내가 모난돌이 되면 다음 일을 못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고용불안에 대한 심리적 압박은 아무리 숨겨도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 프리랜서들은 지난 2016년 여름 이후로 꾸준히 더 큰 두려움에 말 한마디에도 자신을 검열해야 했습니다. 디콘지회의 등장에 프리랜서 분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노조법과 근기법상 "근로자"가 서로 다른 문제, 사회 전반의 인식 문제 등 단순히 디콘노조만이 해결할 수 없는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모여서, 요구해서 안되면 행동하는" 단계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프리랜서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디콘지회의 출범과 앞으로의 행보를 다시 한번 기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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