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미디어 인터뷰 ③] 왕보라 작가, "꿈 꾸는 즐거움 전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2019년 한해동안 웹툰계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에이전시 등 작가가 플랫폼과 직접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을 대리하고 전반적인 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그 전문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웹툰인사이트에서는 최근 다양한 분야로 활동을 넓히는 중인 신생 기업인 "소이미디어"의 관계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번 인터뷰 시리즈는 3월 15일까지 총 4회에 걸쳐 게재될 예정입니다. 세 번째 시간은 <경성빵집>을 연재하면서 유튜버로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왕보라 작가님과의 인터뷰입니다.

Q. 웹툰인사이트를 보고 계신 분들께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케이툰에서 <경성빵집>을 연재중인 왕보라입니다. 웹툰작가와 동시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을 시작해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Q. 2016년부터 <경성빵집>을 연재중이십니다. 어떤 작품인가요?

대한민국 최초의 빵집을 가상으로 그린 작품이에요. 1945년 광복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광복 이후 시대에 살던 주인공 앙금이의 이야기를 통해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경성빵집>은 1948년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다

Q. ‘경성’이 서울이 된 즈음의 이야기를 그리고 계십니다. 팩션이지만 시대극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많은 조사를 하셨을 것 같아요.

서적을 주로 많이 봤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를 얻기도 했습니다. 직접 박물관 같은 곳도 가 보았구요. 군산의 근대 역사박물관과 합천, 논산 등지에 경성 시절의 서울을 재현한 세트장이 있는데, 여기서 배경자료도 직접 모으고, 재현해둔 거리와 건물들, 자료로 남아있는 의복 등을 통해서 당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지에 대한 조사를 많이 했어요.

Q. 고증을 위해서 주로 참고한 자료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처음에는 잘못된 자료를 참고해서 옷고름이 반대라거나 그런 실수가 있었어요. 사실 역사에 대한 고증은 최선을 다해서 해도 실수는 금방 티가 나는 법이라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자료같은 경우에는 <천연발효빵>이라는 책을 통해서 이스트나 베이킹 파우더가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던 시절에 어떻게 빵을 만들었을지에 대한 자료를 많이 얻었어요. 모든 것을 핸드메이드로 직접 만들어야 했던 시대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사실 광복 이후를 다룬 매체가 많이 없어서 <암살>이나 <밀정>등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등의 매체를 많이 참고했어요.

일제강점기를 다룬 매체에서는 엔딩이 광복이고, 한국전쟁을 다룬 매체에서는 시작에서 이미 광복 이후(전쟁 발발 이후)의 시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경성빵집>이 다루고 있는 “광복 직후”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매체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왕보라 작가는 작품을 그리면서 어디까지 리메이크를 해서 보여주고, 어느 정도까지 고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끊이지 않고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Q. 뿐만 아니라 ‘제빵’ 역시 기술이 필요한데, 작가님은 직접 제빵을 하시나요? 어떻게 작품 구상을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국가별로 제빵 기술이 조금씩 다른데, 그 기술들을 다룬 책을 구입해서 봤어요. 보다 보니까 빵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어릴 때부터 <따끈따끈 베이커리>, <꿈빛 파티시엘> 그리고 <꼬마마법사 레미>에서도 빵 만드는 장면이 나와요. 그걸 보고 자라서 그런지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열망이 있엇어요. 간단한 발효빵, 케이크, 쿠키 같은 것들은 레시피를 보지 않고도 만들 수 있도록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빵이라는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온도, 용량을 제대로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마음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불규칙함과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이론상으로는 반죽하고 발효해서 구우면 빵이 된다는 건데, 사실 그렇지 않더라구요. 만들어보니까 제빵은 노동이 되더라고요. 발효빵 하나를 만들어도 반죽을 하고 나면 어깨가 아플 정도로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제빵이 전문적인 영역이라는걸 몸소 깨닫기도 했구요.


Q.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작가님께서 빵을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제가 빵을 상당히 좋아해서 별명이 빵순이예요(웃음). 밥 대신 빵을 많이 먹었죠. 빵집은 영등포에 위치한 ‘오월의 종’이라는 빵집이 근대 양식의 건물을 가진 빵집이예요. 여기 빵 정말 맛있어요. 고전적인 색을 가진 빵집이랄까요. 홍대에 위치한 아오이토리도 좋구요. 군산에 있는 최초의 빵집 이성당 역시 좋지요. 저에게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어서 힐링이 필요할 때 찾기도 합니다. 단팥빵과 야채빵처럼 약간 그리운 향수를 가진 빵을 좋아합니다. 강릉에 인절미 크림빵이 뜨는 명물이라고 생각해요.

Q. 작품을 보는 입장에서 ‘소년만화’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르적으로는 어떤 고민이 있었을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 질문을 보니 질문이 예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소년만화는 소년의 성장을 위한 사건과 갈등이 해결되는걸 통한 성장을 담고 있는 만화라고 생각해요. <경성빵집>은 그 주체가 소녀로 바뀐 것 뿐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일본에는 서양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빨간머리 앤>, <내일의 나쟈>와 <들장미소녀 캔디>와 같이 소녀들이 주인공이 된 드라마가 많았는데 우리나라에는 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경성빵집>이 누군가에게 ‘캔디’같은 만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그렸어요.

<경성빵집>의 주인공 앙금이

Q. 작품을 그리면서 작가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이 있을까요?

“(주인공) 앙금이 하고싶은 거 다 해!”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앙금이가 반드시 주체적이지 않아도 괜찮고, 반드시 로맨스를 성공시키지 않아도 괜찮아요. 주인공이자 소녀로 태어난 앙금이의 삶 자체를 그리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김혜수씨가 주연을 맡은 <국희>(1999)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드라마에서 국희가 선택의 기로에 서요. 편한 미래가 보장되는 로맨스의 성공과 자신의 비즈니스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는데 국희가 사업을 선택하거든요. 지금도 나오는 샌드과자 ‘국희’가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라 “대중적으로 성공한 콘텐츠에 정해진 문법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대중적인 문법을 억지로 지키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또 이 작품이 여성서사이다 보니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도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예전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가 살았던 삶은 너무나 많은 고통이 있었던 시절이었잖아요. 앙금이가 그런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그런 부분을 조금 덜어내고 앙금이의 삶에 집중해서 그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왕보라 작가의 <경성빵집>은 소녀들의 어떤 행동이 ‘해선 안된다’는 사회적 규범이 장벽으로 작용할 때 과감하게 도전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지금 해낼 수 있는 것들을 해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중의 시선을 작품을 공개하면서 받아야 하는 작가의 특성상 시대의 고민을 함께한다는건 꽤나 스트레스로 작용하는데도 불구하고 왕보라 작가는 <경성빵집>을 통해 이런 고민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뿐만 아니라 소이미디어의 작가로 활동하시면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계신가요?

웹툰 작가가 직접 애니메이션 OST를 커버해 노래하는 채널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3월 중에 오픈예정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유튜브 채널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Q. 이런 채널을 어떻게 기획하시게 되었나요?

원래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어요. 만화가가 되겠다고 꿈을 꾸기 전에 가수나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어린 나이일 때부터 음악활동을 병행하면서 만화를 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TV에 나오는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불러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노래를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이렇게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본인이 콘텐츠를 만들어서 PR할 수 있는 시대라 기회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보다 많은 분들에게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Q. 웹툰작가와 유튜브 크리에이터 모두 보이는 것에 비해 일하는 강도가 강한데, 시간관리가 어렵다거나 하진 않나요?

이전에는 ‘해봐야지’ 하고 생각만 했죠. 사실 효율이 안나와서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간 관리나 스케줄 관리를 직접 해야 하니까 어려움이 있었는데, 소이미디어의 PD님께서 시간 관리나 스케줄 관리등을 담당해 주시니 일을 체계화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주시니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빼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유튜브를 같이 하게 되면 녹음, 믹싱, 마스터링, 영상 제작등을 혼자 하면 불가능할 텐데 이 부분을 PD님과 조율할 수 있어서 다행히 저는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거죠. 꼭 유튜브나 웹툰을 병행하기 때문에 그렇다기 보다, 혼자 활동하시는 프리랜서 창작자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일을 체계화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동시에 창작에만 전념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부분이요.

Q. 앞으로 창작자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저도 어릴 때 만화를 보면서 꿈을 키웠습니다. “만화 주인공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다음 세대에게 제가 느꼈던 이런 감동과 꿈을 전해줄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릴 때처럼 순수한 꿈을 꾸고, 이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을 꾸준히 만들어 나가는 게 창작자로서 제가 하고싶은 일입니다.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웹툰 작가중에는 소위 '중고 신인'이 많습니다. 데뷔작을 오래 연재해 신인이라고 할 수 없지만 첫 작품을 하고 있는 작가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2016년에 데뷔해 데뷔 3년차를 맞은 왕보라 작가 역시 그런 작가중 한 명입니다. 오래 가는 작가를 만드는 건, 그 안에서도 자신이 작품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와 목표,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동력이 될 무언가입니다. 왕보라 작가에겐 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웹툰 작가와 유튜버,두 곳 모두에서 롱런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음 인터뷰는 마지막으로 소이미디어의 장미 작가 인터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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