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만화 플랫폼 사이드 비(Side B) 성인수 대표 "만화를 진지하게 읽고,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웹툰의 시대에도 많은 분들이 책을 펴서 보는 출판만화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한 권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했을 작가의 숨소리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는 즐거움일수도 있겠습니다. 그 즐거움을 나누고, 또 작가들이 책을 만들어 읽히는 즐거움을 함께하기 위해 출발한 "독립만화" 전문 플랫폼이 있습니다.

웹툰인사이트에서는 독립만화 전문 플랫폼을 지향하는 '사이드 비(SideB)'의 성인수 대표를 만났습니다.

Q. 사이드비와 작가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 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2014년부터 “인수니즘 코믹스”라는 만화 관련 일을 하는 곳을 만들어서 만화도 만들고, 글도 쓰고 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3월 1일부터 독립만화 플랫폼인 “사이드비”를 만들어서 온라인에서 출판만화를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는 성인수라고 합니다.

독립만화 플랫폼 SideB. (이미지=사이드비 제공)


Q. 사실 만화의 본류는 책에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만화가 처음 대중에게 전파되고 만들어지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가장 손쉽게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책이었다고 생각해요.만약 만화가 현재에 발명되었다면 분명 모바일 등으로 출발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웹과 모바일도 분리해서 보고 있는데, 출판만화도 만화를 어떤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 만화의 대세가 웹툰으로 넘어왔다고 말한지도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출판 만화, 그것도 독립만화에 눈길을 돌린 이유가 궁금합니다.

- 인수니즘 코믹스를 만들고 처음 데뷔했던 작품은 <세번째 삶>이라는 웹툰이었어요. 일본에서 연재를 했었는데, 저에게는 웹툰 제작 사이클이 안 맞더라고요. 그리고 노동시간 등을 생각 해 봤을 때 내가 (적절한)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을 못 받았어요. 작품 자체에 대한 대우가 아니라 그걸 만드는 작가에 대한 대우요. 그 과정이 저에게는 굉장히 기계적으로 작업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 당시에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였는데, 그 과정에서 결여되어 있는 것이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했어요. 창작자의 가치가 너무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걸 어떻게 지키지? 라고 생각해봤을 때,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속도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긴 호흡으로 작업할 수 있는 출판만화가 맞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 중에서도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게 독립출판이었습니다.

Q. 직접 발로 뛰어보면서 오프라인 서점가에서 만화를 보는 시선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독립서점을 하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메이저 시장’에 질려서 서점을 여신 분들이기 때문에 독립 출판만화에 호의적이세요. 존중받는 느낌과는 별개로 만화가 그런 서점들에서 중심에 있다고 생각 해 본 적은 없었어요. 잘 팔리는 작품이 메인에 나와 있고, 에세이나 포토북이 주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존중은 하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죠.

Q. 작가님이 보시는 독립만화의 강점, 경쟁력 같은 부분이 궁금합니다.

- 일단 모바일 시장에서 강점으로 꼽히는 빠른 연재와 속도에서는 강점을 가질 수 없어요. 하지만 반대로 사람의 노동과 그에 대한 가치를 존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가가 가진 가치와 과정에 대해서 좀 들여다보고자 하는 분들이 찾는다는 거겠죠. 또 그렇다 보니 작가의 입장에선 내 작품이 휘발성이 낮다는 장점도 있겠고요.

사이드비에 입고되어 있는 작품들 (이미지 = 사이드비 홈페이지)

Q. 온라인 서점으로 만화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이 없지는 않습니다. 사이드비의 특징, 강점이라고 할만한 것은 무엇인지요?

- 일단 저희는 입고하기로 결정한 책은 모두 리뷰를 작성합니다. 독립 출판만화를 취급하는 서점이나 텀블벅 펀딩 등을 통해서 나온 작품을 먼저 보고, “이거 정말 좋다” 싶은 작품을 입고요청을 드립니다. 그렇게 입고를 하고 나면 입고된 작품에 대한 추천 리뷰를 작성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매력을 전달하려고 하고요. 또 올해 5월달부터 제가 원래 하던 팟캐스트 시즌2를 통해서 입고되어 있는 작가분들 위주로 모셔서 인터뷰를 진행해서 이야기를 듣고, 작가의 고민과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만화가 재미있으니 사가세요”보다는, 만화를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이 작품을 만들었고, 또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Q. 입고 신청을 드리면 작가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보통 제가 이메일을 드리고 만나 뵙는데, 대부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죠. ‘이런 곳이 있어야 하는데 생겨서 좋다’는 반응부터 ‘힘들지 않냐’는 말씀까지. 그런데 대부분 처음 물어보시는게 ‘이게 수익이 되나요?’라는 질문이죠. 제가 일을 다 하고 있기 때문에 ‘인건비가 남느냐’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그래서 작가님들께는 이런 사이트가 생기면 많은 돈을 벌 수는 없을 거라는 말씀을 많이 드려요. 대신 우리가 만든 만화를 진지하게 대하는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따로 따로 떨어져 있는 점조직처럼 떨어진 독립 출판 만화가를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구실이 생기는 거죠. 그렇게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4-5팀 정도를 더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면 호의적으로 최선을 다 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Q. “개인 취향의 서고” 컨셉의 큐레이션은 사실 일반적인 형태였습니다. 다만, 작가의 큐레이션은좀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취향이 궁금합니다.

- 일단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출판만화는 연재만화로서 메리트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웹툰의 경우는 드라마 문법을 많이 따르죠. 매 회차별로 감정 기복이 커야 하고, 또 그 안에서 사건들이 일어나야 하고, 주/조연 등장인물들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야 하는 동시에 다음 회차가 궁금해져야 하는 거죠. 하지만 연재를 하지 않는 출판만화는 앞으로 소설이나 영화처럼 한번의 독서경험 안에서 완결되는 형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조금 더 무겁고, 진득하게 앉아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늘어나겠죠. 그러다 보면 앞으로 ‘독립출판’ 이라는 말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기준으로 지금 큐레이션을 한다기보다 작가분이 그런 부분을 얼마나 고민하고 표현했는가를 기준으로 작품을 읽고 나서 말씀을 드리고 있어요. 독자들이 이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 할까? 하는 부분도 고민이고요. 그렇게 작품을 고르고 있습니다.

Q. 현재 몇 작품 정도가 들어와 있나요?

- 단행본과 잡지 형태를 포함해서 20작품 정도가 있습니다. 작가님들은 한 10분 정도가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4월 말까지 4-5팀 정도를 더 만날 예정이예요.

Q. 보통 독립출판은 한정수량으로 판매됩니다. 재고가 애매하게 남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관리하고 계시는지요?

- 일단 작가님들이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아직은 파악이 힘들고요. 저희에 입고된 작품은 사무실에 책장을 두개 두고 거기가 가득 차면 입고를 멈췄다가 책이 팔리면 입고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빠지는 만큼 새롭게 받는 방식으로 받고 있어요.

말씀드렸던 대로, 작가분들께도 말씀드리지만 수익이 당장 크게 발생하는걸 목표로 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독자분들이 ‘사이드 비 가면 좋은 작품들이 있더라’라는 걸 인식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독립출판 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투잡 이상을 뛰고 계시는데, 저는 그게 일종의 비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대중성을 일정부분 포기한 대신 치르는 비용인 거죠. 대신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그래서 작가님들이 다음 작품을 계속 낼 수 있으면 책장이 조금씩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만화를 팔지만 만화를 만들기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더 잘 팔리는’ 상업성이 있는 작품이 아니라 작가주의적 만화를 ‘판매’한다는 것에 대해서 여쭙고 싶었습니다.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그건 작가주의를 벗어나 상업주의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 독립출판만화를 포함한 모든 콘텐츠는 상업성을 띄게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팔리기 위해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작가분이 ‘이건 작가주의 만화다’라고 말씀을 하시면 존중해드려야 하는게 맞지만요. 그걸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디에 타협점을 만드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독자들이 좋아하는 만화가 있을 때 그런 요소를 더 넣고 내 메시지를 줄이느냐, 내 메시지를 늘리고 독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줄일 것이냐에 따라서 판매량 등이 달라지는 것뿐이지 모든 작품은 다 상업성을 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요즘 ‘내가 과연 대중예술가일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까요.

Q. 만화시장에서 ‘플랫폼’이라는 이름은 소위 압정형 구조를 낳게 됩니다. 사이드비는 작은 플랫폼이고, 거대자본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 부분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 ‘웹툰 플랫폼’이라는 게 없을 때는 안 그랬냐고 물어보면 저는 그때도 비슷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최상위 작가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이끌어내고 나머지 작품들이 일종의 낙수효과를 보는 형태요. 저에게 해결책을 물어보시면 할 말은 없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사이드비가 ‘그 단계까지 갈까?’하는 생각도 있고요.

결국 대중이 다양한 소비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그걸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건 소득에서 온다고 봐요. 그런데 앞으로 산업구조가 그런 여유를 허락할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죠.

결국 작가분들이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이드비를 통해서 얻은 수익을 작가분들과 나눠서 북페어 등에서 저희를 알린다던지. 결국 작가분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네요.

Q. 작품을 입고하고 싶은 작가분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아직은 조금만 기다려 주십사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작품을 팔아드릴 수 있습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상태는 아니어서요. 3개월 단위로 계획을 내고 있는데, 아직 그 계획이 시작 단계니까요. 어느 정도 사이드비가 돌릴 수 있는 사이클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나면 작가님들의 요청을 받는 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전부 받을 수는 없겠지만, 일단은 좀 기다려주십사 부탁을 드리고요. 또, 출판해서 어디에 비치해 두시면 어지간하면 다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사이드비를 통해 어떤 걸 이루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이런 뻔하기만 한 얘기 말고요.

- ‘존재 여부 확인’이랄까요? 작가분들 대부분이 독립출판만화를 통해서 어떤 굉장한 성공을 바라시는 분들은 없었어요. 그래도 ‘내 작품을 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작업을 하는 동료들을 서로 확인하는 것.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드리는 것을 좀 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어떤게 필요한데 왜 사람들이 안 하지? 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해오는 방식으로 일을 했어요. 만화로 글을 쓰는 분들이 저희 또래에 찾아보기 어려워서 ‘왜 없지?’ 라는 생각에 일단 글을 써보기 시작했고, 알고 보니 하고 계신 분들이 계셨던 거죠. 그렇게 그런 분들에게 맡기는 거고요. 그렇게 만나고 확인하는 일의 연장선에서 사이드비가 탄생했기 때문에, 사이드비도 그렇게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웹툰의 수익 분배, 단행본 만화의 수익 분배와 사이드비의 수익 분배는 다를 것 같습니다. 작가님들께는 어떻게 정산하나요?

- 일단 수익이 나면 수익의 7:3으로 나누는 걸로 정했습니다. 주위에서 ‘대부분 6:4로 하는데 왜 7:3으로 하냐’고 말씀하시긴 하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비율을 한다고 해서 나머지 10%만큼 과연 작가분들께 돌려드릴 수 있는가? 를 생각해보면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요. 이왕이면 작가분들이 더 많이 가져가시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어려워지지 않는 이상은, 물론 제 성격상 정말 어려워지면 아예 프로젝트를 폐기할 것 같지만, 7:3을 유지할 것 같습니다. 사람을 못 뽑게 되면 제가 더 일을 하면 되니까 문제가 안 될 것 같아요.

Q. 웹툰인사이트를 보고 계시는 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 ‘만화’라는게 주요 소비층이 저소득층이 위주가 되었던 콘텐츠였어요. 그래서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요소를 싸게 찍어내는 게 만화의 주요 성장 동력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는 ‘요즘도 그래야 하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특히 출판만화에 있어서 그런 고민이 많아요. 소장하고, 고급화될 수 있는 층위의 만화가 더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고급스러운 만화야!”라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소비하고 논의할 수 있는 만화의 층위가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독자분들도 그 지점들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좋겠어요. 다양한 층위의 만화를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요. 독자분들뿐 아니라 업계 관련자들도 같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것이 한국의 만화가 더 많이 읽히고 소비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만화보다는 조금 느리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어벤져스>뿐 아니라 <쓰리 빌보드>같은 작품도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만화를 진지하게 고민한다고 말하면 듣는 대답은 굉장히 여러가지입니다. 작가를 준비하는 거냐, 만화로 어떻게 그런걸 하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많은 상념에 빠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그런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이 나누고, 또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인터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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