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기술 인터뷰 ⑤] 스피어툰 호랑 작가 "만화의 힘에는 한계가 없다"

웹툰이 시작된지도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본격적으로 '플랫폼' 형태가 등장한지도 15년이 넘게 시간이 지났고, 유료웹툰이 등장한지도 6년차에 접어듭니다. 그만큼 빠르게 변해왔던 웹툰 업계에서 아직까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분야가 웹툰과 관련한 '기술' 분야입니다. 웹툰의 발전만큼이나 빠르게 발전했고, 또 비 창작계열에서 웹툰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기술 역시 종이에서 디지털로 넘어온 웹툰에 있어서는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웹툰인사이트에서는 대표적으로 웹툰 기술과 연관된 분야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다섯번째 시간은 VR웹툰을 통해 웹툰의 새로운 가능성의 한계를 현실로 불러오고 있는 "스피어툰"의 호랑 작가님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Q. 웹툰을 오래 보신 분들이라면 “기술 도움 호랑”을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최근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 ‘스튜디오 호랑’이라는 법인 회사를 설립하여 웹툰과 게임 등의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피어툰>이라는 VR웹툰 뷰어와 제작툴을 개발하여 공개하였고, <LG U+ VR>앱에서 스피어툰 기술을 이용하여 VR웹툰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Q. 출판만화가 주류이던 때와 달리 웹툰이 본격적으로 대세가 된 다음에는 비 창작분야의 기술도 굉장히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창작에 비해 덜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요. 작가님이 보시기에 비 창작 분야의 웹툰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사실 PC&모바일로 시장이 주류가 된 환경에서도 기술을 중요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종이에서 디스플레이로 매체가 달라졌지만, 평면 형태는 그대로 유지되었고 기존 만화 문법의 대다수를 그대로 적용 가능했거든요.

가끔 자바스크립트나 플래시 등의 기술을 사용한 형태가 등장하긴 했지만, 특정 장르나 단편에 어울리는 기술이고, 이를 남발하면 오히려 감상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VR환경으로 오면서 평면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360도 + 3D환경이 되면서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 환경에서는 기존 만화 문법을 그대로 사용하면 감상을 저해하게 되거든요. 사용자의 시선을 추적하거나 시야각을 한정하여 이야기를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기술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Q. 웹툰 작가분들은 장시간 앉아서 작품을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최근에는 콘티를 바탕으로 작가의 그림체를 재현하는 딥러닝 인공지능이나 채색을 도와주는 프로그램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작가이자 개발자의 입장에서 보신다면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 지 궁금합니다.

-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 반복 등의 작업 시간이 단축되면 온전히 작품의 이야기에 힘을 쏟을 수 있거든요.

Q. 기술의 발전에 따라 PC에서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창작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작가님이 보시기에 모바일로 오면서 기술 분야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건 어떤 부분일까요?

- 만화 작법적인 차이가 크고 기술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에는 VR웹툰 플랫폼인 스피어툰을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가장 앞선 곳에서 만나고 계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피어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 <스피어툰>은 VR환경에서 웹툰을 본다면 어떤 느낌이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8편의 단편이 올라가 있는 데모 형태로 오큘러스 스토어, 윈도 MR 스토어 등에 공개되어있습니다.


4월부터 시작되는 스피어툰 기술을 활용한 LG U+ VR 웹툰 서비스

4월 <LG U+ VR>앱에서 스피어툰 기술을 이용하여 장편 VR웹툰 연재를 시작합니다. 하일권 작가님의 <목욕의 신>, 황준호 작가님의 <인간의 숲>, 안성호 작가님의 <재앙은 미묘하게>, 정서 작가님의 <투명한 동거>, 정은경/여원 작가님의 <2호선 세입자>를 론칭 타이틀로 준비 중이고요. 이후에 하일권 작가님의 <두근두근두근거려>, 오민혁 작가님의 <오민혁 단편선>등을 순차적으로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Q. “VR 웹툰”은 아무래도 아직 생소한 분야입니다.스크롤이 없고,페이지 개념도 명확하지 않아서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스피어툰은 어떻게 VR 환경에서 “만화”를 구현하고 계신가요?

- <스피어툰>을 개발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VR환경에서는 사용자가 한 눈에 인지할 수 있는 컷의 크기도 중요하고, 컷 전환 시에 사용자가 어느 곳을 보고 있더라도 다음에 읽어야 할 말풍선을 읽을 수 있도록 작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던 첫 번째 이유는 ‘순서대로’ 말풍선을 읽게 만들어야 하는데, 일반적인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 뷰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만화를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만화 문법적 고려 없이 360도 이미지 가이드에 맞추어 그림을 그리면 만화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기존 웹툰의 문법에 맞게 "순서대로" 말풍선을 읽을 수 있어야 독자경험이 살아난다 (이미지=스피어툰 제공)

두 번째 이유는 제작의 어려움을 들 수 있지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제작 방식을 나눌 수 있는데, 만화 캐릭터와 배경 등을 폴리곤으로 모델링 하여 게임과 같은 완전한 3D 환경에서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에는 높은 제작 비용과 긴 제작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간 연재 웹툰에는 접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지요. 다른 방식은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 가이드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인데 제작 비용은 낮지만 왜곡된 가이드에 맞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어려움과 입체적인 효과 없이 구에 입혀진 거대한 벽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2D 이미지를 VR로 만들면서 효과도 입힐 수 있도록 제작된 '스피어툰 메이커'

<스피어툰>은 이런 여러가지 문제점을 자연스럽게 해결하면서 작업할 수 있도록 전용 제작 툴인 <스피어툰 메이커>을 개발하여 VR웹툰 제작을 돕고 있고 이를 통해 왜곡된 형태로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서도 입체적인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Q. 아무래도 360도 전방향 스크린이 펼쳐지는 만큼,VR 웹툰을 ‘보는’ 독자들은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전혀 달라지는 독자경험에 대해서 어떤 피드백을 받으셨고,또 어떻게 대응하고 계시는지요?

- 2017년 9월에 네이버 웹툰 작가님들을 대상으로 한 시연회를 가졌고, 여기서 축적된 데이터와 웹툰 작가님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가장 보기 좋은 형태의 VR웹툰을 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국내 모든 통신사에서 서비스 제안을 받았지요. 관계자 말을 빌리자면, ‘VR웹툰 서비스 중에 가장 감상이 편했다.’고 평해 주셨습니다.


Q. VR은 기본적으로 오큘러스나 기어VR 등 눈 앞에 디스플레이를 재생하는 기기를 착용해야 합니다.때문에 애플 등에서는 VR 보다 증강현실이라고 불리는 AR 분야에 더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또 아직 기기 자체의 스펙이 재생해야 하는 콘텐츠의 질에 비해서 낮고 다양해서 최적화 문제도 있고요.이 부분에서 스피어툰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계신가요?

- 전 최종적으로 VR과 AR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느 한 쪽 기술에 집중하기보다는 상황에 맞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기 자체의 스펙도 VR 웹툰 콘텐츠를 재생하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업계에서 <스피어툰>은 최적화가 잘 되어있기로 유명하고, 역으로 8K 파노라마 이미지 뷰어 서비스에 해당 기술을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Q.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VR은 게임 등의 체험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콘텐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반면 만화는 체험자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이 능동적인 문학의 영역에서 읽히는 콘텐츠입니다.하지만 VR로 넘어오면 체험자의 고개를 돌리는 행위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인터랙션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에서 스피어툰의 고민과 철학은 무엇인지요?

- 말씀하신 것처럼 <스피어툰>의 인터렉션은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1인칭 시점의 주인공 독백은 시선을 따라다니는 말풍선으로 연출하고, <옥수역귀신VR>에서는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등의 행동이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출되지요.

<옥수역귀신 VR> 에서는 휴대폰 카메라가 고정적인 시점을 제공할 뿐 아니라 사진을 찍는 인터랙션도 보여준다.


Q. 웹툰이 PC 기반일 때부터 모바일 시대와 이후 찾아온 지금의 웹툰 부흥기를 함께한 작가님이 보시는 웹툰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 제가 감히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데뷔했던 2007년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모바일 웹툰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만화의 힘은 한계가 없고 어떻게 환경이 변하더라도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끝으로 웹툰인사이트를 보고 계신 작가님들과 독자분들께 인사말씀 부탁 드립니다

- 저도 즐겨보는 웹툰인사이트에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최근에 웹툰 작가 활동 대신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요. 저만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작가로 돌아가면 많이 반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직까지 "VR 웹툰"은 생소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기기를 써야 한다는 장벽이 존재하고, 누워서 편하게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내가 직접 HMD(Head Mount Display)를 쓰고 참여해야 하는 콘텐츠라는 점이 많은 분들에게 장벽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몰입감이 선사하는 생생한 체험은 VR웹툰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산업의 측면에서도 게임, 영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이 수월하고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VR웹툰은 VR시장의 개척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그 중에서도 가장 앞선 기술,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스피어툰"의 호랑 작가와의 인터뷰였습니다.

여섯번째 시간이자 마지막 시간으로는 다음웹툰의 유천종 UX디자이너를 만나 UX디자인과 다음웹툰 2.0, 그리고 이후의 계획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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