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앱결제 필수 엄포, '넷플릭스법'까지... 피해는 소비자 몫?

구글이 칼을 들고 나왔습니다.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단칼에 잘라낼 기세입니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인앱 결제'를 거치지 않고 별도의 핀테크 앱을 통해 결제를 유도하는 앱을 플레이스토어에서 퇴출시키겠다고 8일 알렸습니다. 실물을 판매하는 마켓컬리나 쿠팡과 같은 앱이 아닌,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앱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내용입니다.


* 구글은 왜 인앱 결제를 원하나?


그동안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은 앱에서 콘텐츠 이용료를 결제할 때는 크게 세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타사의 핀테크 앱을 이용해서 결제해 충전하는 방법, 두 번째는 웹페이지로 이동해 충전하는 방법과 인앱결제로 충전하는 방법입니다. 구글은 앞의 두 과정을 백도어로 보고, 일부 앱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약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전세계의 디지털 콘텐츠 판매자들의 인앱 결제를 의무화 하겠다는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앱결제는 결국 플랫폼이 울타리를 설정하고 수수료를 받기 위함입니다. 애플은 철저한 검수를 통해 구축한 앱스토어에서 인앱 결제만 허용하고, 결제당 수수료 30%를 매기고 있습니다. 구글 역시 인앱결제 수수료는 30%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마켓 환경 덕에 구글이 주장하는 '백도어'가 수년째 관행처럼 굳어져 왔습니다. 타사 핀테크, 웹페이지 결제 등의 수수료는 5% 선입니다. 결국 애플에서 구매하는 재화의 가격과 구글에서 구매하는 재화의 가격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네이버웹툰 쿠키 기준으로 iOS의 한개당 쿠키 가격은 120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가격은 약 100원 선입니다.

* '넷플릭스법'까지...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저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이른바 '넷플릭스법'을 입법 예고하자 네이버, 카카오등이 속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성명을 내고 전면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넷플릭스법에서는 1) 전년도 말 3개월 간 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이거나 국내 총 트래픽양의 1% 이상인 콘텐츠 업체는 서비스 안정수단을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를 의무조항으로 신설합니다.

문제가 된 점은 '일평균 이용자 100만명'이나 '국내 총 트래픽의 1%'라는 내용이 불명확하다는 점입니다. 지하철 역에서 태그를 찍고 들어오는 이용자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인터넷 상의 이용자 숫자는 기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쉽게 예를 들면 웹브라우저 화면을 네이버로 해 놓은 사람이 넷플릭스를 틀기 위해 브라우저를 켰다면, 그 사람은 네이버를 방문한 것으로 칠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때문에 '총 트래픽'이라는 말도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준에 따라 1%를 초과할수도, 1%를 초과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런 기준 없이 '총 트래픽의 1%'를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불명확하다는게 인터넷기업협회의 주장입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 기업들이 통신사와 모두 1:1로 망 이용 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현재 인터넷 업체들은 통신사 하나를 선택해 망 이용계약을 맺는데, 이후 통신사끼리 데이터를 전송해 타사의 이용자에까지 콘텐츠가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KT와만 계약을 맺었더라도, LGU+나 SKT의 고객들도 페이스북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이건 망중립성의 원칙 때문이기도 하고, 이렇게 해서 인터넷 자체가 보다 큰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콘텐츠 업체들이 전체 업체들과 1:1 계약을 맺어야만 서비스를 원활히 사용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콘텐츠 업체가 망 연결에 투입하는 비용은 산술적으로만 최소 3배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고, 이는 네트워크 사업자가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망중립성에도 반하는 내용입니다.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엄포, 넷플릭스법 도입 등은 모두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시도들입니다. 구글의 인앱결제가 의무화 되면 결과적으로 30%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업체들은 재화 요금을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짜' 갑인 구글과 애플의 30% 수수료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시도되고 있는 넷플릭스법도 문제입니다. 이미 우리는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매월 요금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자 돈을 내고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에, 내가 사용하는 콘텐츠 결제 금액에 붙어있을 망 이용료까지 추가적인 요금을 더하게 될 넷플릭스법. 모두 콘텐츠 소비자의 목소리는 닿지도 못하는 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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