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협이 문체부에 '표준계약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가 각하당했다

출판계 대표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문화체육관광부가 표준계약서 사용을 강제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이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출협이 "표준계약서 고시를 취소해달라"며 문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 판결했습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본안 판단 없이 내리는 결정"입니다. 원고(소송을 원한 사람)의 재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점에서 기각과 비슷한 효력을 냅니다.

출협은 지난 1월 출판권 존속 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2차적 저작권을 포괄적으로 출판사에 위임하는 이른바 '통합 표준계약서'를 자체적으로 발표했다가 불공정계약이라는 반발에 부딪힌 바 있습니다. 이에 문체부는 이미 준비중이던 출판분야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2월 22일 발표된 이 개정안에는 계약 기간은 공란으로, 2차적 저작물을 분리해 별도 계약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출판계가 낸 자체적인 표준계약서보다 문체부 계약서가 계약 선택의 폭을 작가에게 더 많이 보장하는 계약서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출협은 "문체부 표준계약서에 출판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출판사에 불리하게 편향됐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출협은 문체부 계약서의 고시 자체를 무효로 해달라고 소송을 했고, 또한 문체부 장관에게 표준계약서 고시를 취소하라는 취지로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문체부의 표준계약서 고시가 공권력 행사, 또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애초에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니까, 문체부의 표준계약서는 '제안사항'이지, 일정 수준의 구속력을 갖는 공권력 행사나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겁니다. 계약은 개인과 개인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표준계약서는 제안사항이지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만, 10년짜리 계약 등 일방적으로 불합리한 계약을 맺도록 강요하는 것이 자유라면, 그에 대한 비판도 감수해야 하는 거죠.

재판부는 "이번 표준계약서 고시는 이해 관계자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용하거나 참고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실이 아닌 추상적인 사실이 규율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원고(출협)는 표준계약서 사용 금지를 구하는데 이는 장래의 예방적인 금지를 구하는 것"이라며 "이는 현 행정소송법이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애초에 소송 대상이 아닌 사안에, 법안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소송을 제기했다가 재판정 문턱도 넘어보지 못한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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