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MAX를 올해 안에 한국에서 만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당초 한국에 연내 진출이 점쳐지던 HBO의 OTT 서비스, 'HBO MAX'가 한국 진출 전략을 다시 짤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2024년까지는 한국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국내 파트너사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하는 소싱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래 연말에는 HBO MAX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내년 중 한국 진출도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한국 인력을 활발히 채용했지만 모두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HBO맥스는 '왕좌의 게임' '웨스트월드'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인기 OTT입니다.


HBO MAX를 운영하는 워너미디어(현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 약 30개에 달하는 HBO MAX 채용 공고를 올리고 면접까지 진행했습니다. 서울에서 근무할 HBO맥스 임원, 디자이너, 콘텐츠 마케팅 인력 등입니다. 그러나 통상적인 채용 과정에 비해 합격·불합격 발표가 지나치게 늦어지면서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로 눈길을 끌었는데, 결국 취소되고 만 겁니다.

업계에서는 워너미디어가 디스커버리와 합병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통신사이자 워너미디어의 모기업인 AT&T는 자회사인 워너미디어를 분리해 디스커버리와 합병절차를 시작, 지난달 430억 달러 규모의 합병을 완료하고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로 새출발했습니다.

그러면서 리더쉽 역시 변경이 있었는데, 원래 디스커버리의 CEO였던 데이비드 재슬러브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새 CEO를 맡게 된 겁니다. 합병을 앞두고 기존 확장전략을 만들어왔던 고위직들이 대거 사퇴, 디스커버리 출신들이 장악하게 되면서 '새 판 짜기'에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HBO MAX의 글로벌 진출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HBO MAX와 디스커버리의 OTT 디스커버리+를 합친 통합 플랫폼을 출범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따라서 HBO MAX의 단독 진출은 오히려 통합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봤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글로벌 2위 OTT인 디즈니+의 한국 진출 초기 성적이 신통치 않은 점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 말 기준 전 세계 디즈니+ 가입자는 1억2980만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디즈니+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15만명입니다. 넷플릭스(839만명)는 물론 웨이브(341만명), 티빙(264만명), 쿠팡플레이(240만명) 등 국내 업체에도 뒤지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OTT에서 발을 빼던 HBO의 콘텐츠들이 다시 돌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하반기 한국 진출을 계획하면서 오는 7월을 끝으로 웨이브와의 콘텐츠 공급 계약도 만료될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했습니다. 그러나 HBO가 한국 진출 전략을 수정하면서 양사는 현재 계약 연장 협상을 진행 중이고, 더불어 최근 왓챠에도 HBO MAX의 신작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로벌 OTT의 한국 진출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처럼 직접 진출하는 방식에서, 한국 주요 OTT사와 손을 잡는 형태가 될 전망입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OTT 파라마운트+는 최근 티빙과 손잡고 다음 달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티빙 내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론칭하는 형태로 서비스합니다.

제 아무리 '유명한' 콘텐츠라고 해도, 독자들이 앉아서 볼 만큼의 매력이 없다고 느끼면 힘을 못 쓴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콘텐츠 업계의 경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절대 강자는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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