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 살펴 보기 : 스튜디오 분업 늘고 소득 늘었지만 노동시간 여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2022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작년에는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었던 ‘불공정 계약’ 부분이 올해는 독립된 보고서로 따로 발간되었습니다. 응답자의 58.9%가 불공정 계약이나 행위를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한 만큼 불공정 계약 관련 현안을 좀 더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에 대한 내용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22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는 최근 5년 내 작품 활동을 한 웹툰작가 84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응답한 웹툰 작가 중 약 70%가 여성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33.7세였습니다.


늘어나는 스튜디오 분업과 IP 확장


2022년 보고서는 스튜디오의 분업화 공정과 어시스턴트 활용 비율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하여 이전보다 답변 항목이 세분화되었습니다. 창작 활동 주력 분야의 답변 항목이 작년까지는 글+그림, 글, 그림 3가지만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그림이 ① 글 제외 그림 전반, ② 작화(데셍, 선화), ③ 작화(채색, 밑색, 음영, 효과) ④ 배경으로 쪼개지고 작년에는 없었던 기타 항목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글+그림 모두 하는 작가가 47%로 가장 비율이 높았으며, 글 작가는 20.1%, 그림 작가는 32.3%로 나타났습니다. 그림 중에서는 선화 작가가 15%로 가장 많았고 그림 전반(8.5%), 채색 작가(7.0%)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창작 작업 방식도 작년에는 단순하게 어시스턴트 활용, 활용 안함 2가지였지만 올해는 ① 단독창작, ② 보조작가(어시스턴트)를 활용한 단독창작, ③ CP사 소속, ④ 작가와 공동작업, ⑤ 보조작가로 활동 5가지로 세분화되었습니다. 단독창작이 66.8%로 가장 많았으며 이 중 약 절반(31.7%)은 보조 작가를 두고 작업을 하는 작가였고, CP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작가는 16.2%였습니다.

어시스턴트와 계약서를 작성하는 작가 비율은 50.2%로, 2020년 19.8%, 2021년 29.6%에 비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보조작가에게는 거의 대부분(96.3%)이 고정 금액을 지불했으며, 49.1%는 원고료 또는 MG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기도 한다고 답했습니다. 어시스턴트에게 지급하는 편당 고정비용의 평균 금액은 37.9만원, 원고료/MG의 평균 비율은 27.2%로 둘 다 증가 추세로 나타났습니다.

기존 IP를 활용한 웹툰을 연재하는 작가들의 비율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21.7%가 오리지널 작품이 아닌 기존 IP 원작 웹툰을 작업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올해는 해당 비율이 34.0%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글보다는 그림 작가가, 플랫폼보다는 에이전시(*웹툰 작가가 제작한 작품을 웹툰 플랫폼에 공급하는 유통 역할)와 스튜디오(*웹툰 기획/제작 과정을 세분화하여 작품을 제작하여 플랫폼, 에이전시 등에 납품)와 계약한 작가가, 최근에 데뷔한 작가일수록 기존 IP 원작 웹툰을 작업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플랫폼과 계약 선호하지만 에이전시, 스튜디오와 계약이 절반


조사에 응한 작가들의 66.8%는 플랫폼과 계약하는 것을 선호하고 12.2%는 에이전시, 스튜디오와 계약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특히 글, 그림을 모두 하는 작가일수록 플랫폼 선호도가 높았고, 그림만 담당하는 작가일수록 에이전시, 스튜디오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플랫폼과 직접 계약을 맺은 작가는 전체 응답자의 45.3%였습니다. 에이전시와 계약한 경우는 43%, 스튜디오와 계약한 경우는 9.5%로 작년에는 통합되어 있던 응답 항목이 에이전시와 스튜디오로 각각 나눠졌습니다. 작년에는 플랫폼과 계약이 58,2%, 에이전시, 스튜디오 등과 계약이 39.2%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플랫폼과 직접 계약 비율이 줄고 에이전시, 스튜디오 등과의 계약이 늘어났습니다.

계약 형태에 대한 응답도 작년보다 세분화되었습니다. 이번 보고서부터 ‘작품당 연재 계약으로 작업’ 응답을 저작권 보유 여부에 따라 2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저작권을 보유하면서 작품당 연재계약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67.8%로 가장 많았으며, 저작권을 양도 혹은 공동저작의 형태로 작품당 연재 계약을 한 경우는 21.6%였습니다. 이 둘은 합산하면 89.4%로, 작품당 연재 계약으로 작업하는 비율은 최근 3년간 계속 증가했습니다. 근로계약으로 스튜디오 등 회사에 취직해 작업하는 작가는 16.7%, 외주/매절 계약 등 한시적 계약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8.6%였으며 구두계약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3.8%였습니다.


작가들은 원고료 선호하나 실제로는 후차감 누적MG가 제일 많아


작가들은 선호하는 대가 지급 및 수익 배분 방식(1+2+3순위)으로 ‘원고료, RS있음’(69.6%), ‘월MG(선차감), RS 있음’(65.7%)를 꼽았지만 실제로는 ‘누적MG(후차감), RS있음’(20.3%), ‘원고료, RS있음’(19.9%)의 방식으로 계약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누적MG는 연재가 종료된 이후에도 MG에 얽혀있다는 점에서 많은 작가들에게 문제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누적MG(후차감), RS있음’을 선호하는 작가들은 9.3%로 작가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사 수치는 실제 작가들의 계약 방식의 비율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각 플랫폼마다 주로 행하는 계약 방식이 있기 때문에 어떤 플랫폼에서 연재하는 작가가 올해 조사에 많이 응답했느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MG가 있지만 RS가 없는 선택지가 있는데, MG는 최소보장금(Minimum Guarantee)을 선지급하고 최소보장금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을 배분(RS)하는 방식으로 RS를 전제로 하는 계약 방식입니다. RS가 없는 선지급금은 원고료(RS없음)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조사 항목에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RS 비율이 40~50%인 작가가 24.7%, 20~30%인 작가가 20.3%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결과만으로는 ‘수익 배분 비율이 낮으니 문제’ 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익 분배 비율은 낮지만 MG나 원고료 같은 고정비용이 높은 계약을 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수익 분배 비율만 조사하는 게 아니라 고정비용은 어떻게 되는지도 함께 조사해야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계약 방식에 따른 RS 수익까지 정산 경험 비율을 살펴보면 어떤 계약 방식이든 최소 2/3 이상은 수익 셰어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작가들이 수익 셰어를 받고 있는 것인데요. 여기에 더해 RS 수익을 받지 못한 작가들을 모집단으로 어떤 플랫폼에서 연재 중인지, 어떤 장르의 작품을 연재중인지, 개인작가인지 스튜디오 소속작가인지, 계약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등 추가적인 자료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좀 더 풍부한 의미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늘어난 소득, 여전한 작업환경


웹툰작가들의 평균 연간 총수입이 작년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최근 1년 내내 연재한 작가들의 평균 연간 총수입은 작년 8,121.5만원에서 1억 1,870만원으로, 최근 1년 이내 연재한 작가들은 5,668.9만원에서 8,573.7만원으로 올랐습니다. 특히 최근 1년 내내 연재한 작가들 중 연간 총수입이 5천만원 이상인 경우는 48.7%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주 수입원(1+2+3순위 응답 기준은 RS(수익셰어)가 64.8%로 가장 많았고, MG (53.3%), 해외유통(24.2%)가 뒤를 이었습니다. 원고료는 작년 60.3%에서 올해 10.8%로 큰 변화가 있었는데요. 이는 주요 활동 플랫폼이 네이버웹툰인 작가가 작년 28.2%에서 올해 16.9%로 줄어든 것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작가 수는 작년보다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에 올해 조사에 네이버웹툰 연재 작가가 적게 참여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각 플랫폼에서 연재 중인 작가 수의 비율에 맞춰 조사 대상자를 구성한다면 좀 더 정확한 조사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웹툰 창작 활동 중에 겪는 주요한 어려움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꼽히고 있습니다. 매달 수익이 일정하지 않은 점, 작품 완결 이후 차기작을 준비할 때까지는 수입이 없는 점, 어시스턴트 비용과 각종 부대비용으로 인한 부담 등이 경제적 어려움의 요인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웹툰 작가들의 월평균 창작활동 비용(어시스턴트 비용, 장비와 자료 구입, 작업실 비용부터 식비 등 생활비 포함)은 평균 130.3만원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과도한 창작 노동 시간과 그로 인한 건강 약화도 여전히 문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올해 조사에서 웹툰작가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10.5시간씩, 일주일에 5.8일동안 창작 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작년 10.5시간, 5.9일과 거의 달라진 바가 없습니다. 또한 웹툰 창작에 있어 어려운 점으로 여전히 ‘작업/휴식 시간 부족’, ‘정신적, 육체적 건강 약화’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그림작가들이 시간 부족과 건강 약화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악플과 불법유통 문제

작가들은 여전히 악플과 불법유통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와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조사의 응답자 절반(50.6%)이 악성 댓글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고, 35.1%는 아예 댓글을 보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악성 댓글을 경험한 작가들의 76.1%는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플랫폼에 연재한 작가일수록 댓글로 인한 스트레스 정도가 컸습니다.

또한 응답한 웹툰 작가의 58.9%가 불법 공유 사이트에 자신의 작품이 게재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1+2순위)으로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음’(43.9%)이 가장 많았으며 ‘혼자서 대응’(42.8%), ‘업계 지인/동료의 도움’(28%)이 뒤를 이었습니다. 불법 웹툰 문제는 신고를 해도 완전한 해결이 어렵긴 하지만 문체부나 저작권보호원 등 관련 기관, 그리고 계약상대자(플랫폼, CP사)에 신고하고 만화가협회 같은 관련/협단체에 사례 제보를 하면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는 ‘웹툰 작가’의 개념 세분화해야

지금까지 2022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의 중요 내용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이전 보고서들보다 웹툰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항목도 세분화되었는데요. 그렇지만 여전히 본문에서 지적한 몇몇 내용들처럼 보완되면 좋을 부분들이 있습니다.

제안점으로는 이번 보고서의 결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웹툰 작가’의 개념 자체가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웹툰계가 성장함에 따라 ‘웹툰 작가’로 불리는 이들의 역할과 성격도 세분화되었지만 여전히 똑같이 ‘웹툰 작가’로 불리고 있습니다. 글, 그림을 모두 하며 전통적인 ‘웹툰 작가’의 의미에 가까운 개인작가와 스튜디오 등 회사에 고용되어 일하는 작가, 콘티 작가나 채색 작가처럼 웹툰 제작의 특정 공정에만 참여하는 작가, 그리고 아르바이트처럼 작가가 맡긴 특정 업무만 해내는 어시스턴트 등. 이들 모두를 ‘웹툰 작가’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뭉뚱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구분하고 실태조사도 카테고리에 맞춰 세부적으로 이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는 ‘어시스턴트’와 ‘보조작가’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년 보고서에서는 ‘어시스턴트’라고 표기한 항목이 올해 보고서에서는 보조작가로 바뀌었지만, 2022년 보고서에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어시스턴트’로, 어떤 부분에서는 ‘보조작가’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기에 작품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이를 ‘작가’로, 주어진 업무만 처리하는 이는 ‘어시스턴트’로 용어 구분을 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각 플랫폼에서 연재 중인 작품 수가 많고 새롭게 방영하는 드라마마다 웹툰 원작이라는 소식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웹툰계의 성장과 함께 웹툰계의 주역인 작가들의 소득이 크게 증가한 것은 고무적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동량과 노동시간, 불법 유통, 악플 등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컷수, 휴재권 등에 대한 심층 인터뷰의 응답에 나와있는 것처럼 웹툰작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의견이 갈리거나 여러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일률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들이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기초 자료가 마련되었으니 모인 자료를 바탕으로 웹툰계 종사자들과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적극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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