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노조가 "인공지능이 쓴 스토리"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미국방송영화작가노조(Writer's Guild of America, WGA)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 가이드라인을 내놨습니다. 간단하게 줄이면 인공지능 창작을 일부 허용하지만, 인공지능을 작가 크레딧에 올리거나 수익분배를 할 수는 없습니다.

WGA는 미국의 방송, 영화, 소설, 작곡 등 창작자 커뮤니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단체입니다. 작가 파업을 주도하거나 임금 인상, 권리 표준을 정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죠. 그래서 이번에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을 발표한 겁니다. 미국의 TV, 영화 작가 1만 1천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만큼, 인공지능 규제 등을 포함한 주요 요구사항을 두고 회원 투표를 실시한 것에 관심이 모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WGA는 인공지능이 놀라운 성능을 보이면서 작가들의 불안이 높아지자, 이번 규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인공지능을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지만, 인공지능 창작을 전면 금지하기보다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방안을 선택했습니다. WGA에선 "작가들이 AI 서비스 기업의 크레딧 제공 요청에 휘말리지 않고 기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이번 조항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WGA가 밝힌 5대 원칙은 1) AI는 도구이며, 창작자가 아니다, 2) AI는 작가로 인정될 수 없다, 3) AI가 생성할 때 광범위한 표절이 포함되므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 4) AI 생성 작품은 '원천 자료'로 인정받지 못한다, 5) AI가 쓴 스토리에 인간이 창작을 붙인다면 크레딧을 받을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WGA는 인공지능을 두고 "스스로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먹인 것을 토해내는(A regulation of what it's fed) 추론 기계일 뿐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따라서 AI가 인간의 도움 없이 각본을 '생성' 한다면, 그건 인간이 입력해둔 데이터에 따라서 '토해낸' 것이므로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에 저작권을 줄 수도, 작가로 인정할수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WGA는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모든 콘텐츠에 '원천'이 되는 자료를 생성할 수 없으므로, 원작 각본(Original Screenplay)등에 주어지는 크레딧은 물론 집필 크레딧(Written by Credit), 각색 크레딧(Screenplay by Credit) 역시 받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생성한 각본을 인간이 각색한다면 '집필 크레딧(Written by Credit)'을 열어뒀습니다. 인공지능을 생산 도구로 활용해 창작을 하는 인간의 기여는 인정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창작의 모든 과정을 감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는지'를 어떻게 파악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파일의 역사를 살펴볼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죠. 또, 인공지능 기술이 아주 빠르게 발달하는 지금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것이 '창작'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섣부른 판단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WGA가 밝힌 내용은 상식적인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평가입니다. 과연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이 어떻게 공존하게 될지,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이어지겠죠. WGA는 그 시작점에서 '경계선'을 그은 셈이라는 평가가 가장 적확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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