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뽑고, 앰버서더가 발표한 네이버웹툰의 'Webtoonies Awards'

네이버웹툰은 미국을 중심으로 마이크로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웹툰 앰버서더(Webtoon Ambassado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하는 이들 웹툰 앰버서더들은 웹툰 리뷰나 신작 소식 등을 정리해 업로드하는, 말 그대로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미 2021년 2월 첫 모집을 시작한 앰버서더들이 어느정도 자리잡은 2023년 여름, 첫번째 '웹투니 어워즈(WEBTOONies Awards)'를 공개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통해 투표를 받고, 그 결과를 앰버서더가 발표하는 말하자면 '독자인기상' 모음집입니다.

참고로, 10개 분야가 등장합니다. 물론, 모든 작품을 세세히 소개하진 않을테니 너무 스크롤에 압도되지 말고, 함께 가보실까요?




첫 번째로 공개된 부문은 '최고의 악역(Best at being the worst)' 입니다. 후보로는 LambCat 작가의 <Cursed Princess Club>의 'The Plaid King', 꼬까리, 들덤 작가의 <작전명 순정>(영어제목: <Operation: True Love>)의 라임, 레이첼 스마이스의 <로어 올림푸스>에 등장한 '제우스',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수민, GRAVEWEAVER 작가의 <I'm the Grim Reaper>에 등장하는 사탄, <재혼황후>(영어제목 <The Remarried Empress>)의 라스타 이스쿠아가 꼽혔습니다.

현지 작품이 세 작품, 한국 작품이 세 작품이라는 점도 눈에 띄고, 성비(?)도 5:5라는 점이 눈에 띄네요. 독자투표로 선정된 후보군 중 '최고의 악역'에 꼽힌 주인공은 바로...



<재혼황후>의 라스타 이스쿠아입니다. 라스타 이스쿠아는 평민 출신으로 림웰 지방의 노예에서 황제인 소비에슈의 정실부인까지, 그야말로 신분 수직상승의 주인공인 동시에 소비에슈의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도 모자라 점점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악역이죠. 북미 기준 139회차(유료회차 포함)로 143화가 연재중(유료회차 포함)인 한국과 크게 차이 없이 연재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회자되는 라스타의 악행은 해외 독자들에게도 임팩트가 컸던 모양입니다.



다음은 '최고의 복수자'인데요, 아무래도 사이다 복수서사가 짜릿한 쾌감을 주다 보니 악역과 복수자가 나란히 등장한게 아닐까 추측하게 됩니다. 후보로는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영어제목 <I'm the Queen in this Life>)의 이사벨라, <참교육>(영어제목 <Get Schooled>)의 은하,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지원, <재혼황후>의 하인리, <하루만 네가 되고싶어>(영어제목 <Your Throne>), 일렉시드의 카이든으로, 모두 한국 작품(!)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역시 복수는 한국이...(어?)

그리고 수상작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지원이었습니다. <내남결>에서 암 말기에 약혼자가 고등학생때부터 친구로 지냈던 수민이와 바람피는 장면을 발견하고 몸싸움을 벌이다 억울하게 죽은 지원이는, 다시 얻은 이번 생에서는 처절하게 남자친구인 박민환과 정수민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기로 결심하고, 그걸 계획에 옮기죠. 여기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많은 독자들이 짜릿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다음은 베스트 커플상(The OTP to Rule Them All)입니다. 'OTP'는 'One True Paring'으로, 직역하면 단 하나의 진실된 짝이라고 할 수 있겠죠? 후보작은 Wendy Lian Martin의 <Castle Swimmer>에 등장하는 사이렌과 카파, Pookie Senpai의 <Down To Earth>에 등장하는 자이다와 케이드, Quimchee의 <I Love Yoo>의 커플인 신애와 놀, Color_Les의 <Mage & Demon Queen>에 등장하는 말로리와 벨베로스, Lillydusk의 <Midnight Poppy Land>에 등장하는 파피와 토라, Peglo의 <To the Stars and Back>의 강대와 보선까지. 이번에는 한국 작품이 없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로맨스는 문화적 배경이나 정서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정도가 다른 것일까? 하는 추측도 하게 되네요.



베스트 커플상은 Quimchee 작가의 <I Love Yoo> 속 커플, 신애와 놀에게 돌아갔습니다. <I Love Yoo>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연재중인 작품입니다. 처음 작품을 구상했을 때 순정만화 덕후였던 작가는 아예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독자로서 자신이 바랐던 이야기를 웹툰으로 풀어내면서 작가로 데뷔하게 됐다고 해요. 이 커플의 경우에도 작가가 현실에서 관찰한 사람들의 캐릭터를 토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를 섞어 만들어낸 창작 커플이라고 하죠. '웹툰 오리지널'이라는 점이 가장 흥미롭기도 하고, 다른 작품들보다 오래 연재한 작품이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이번에는 '최고의 흑막' 또는 '최고의 모략가' 상입니다. 'SCHEMER'는 모략가, 책략가 정도로 번역되는 말인데,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 중에는 '흑막'과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꽤 비슷한 어감을 가집니다. 후보로는 2019년부터 연재중인 Ephemerys, Sophism 작가의 <Purple Hyacinth>에 등장하는 키어란, 팀 Paintword의 <Go Away Romeo>의 로미오, <역대급 영지설계사>의 주인공 로이드, 핸저 아트의 <윗집 그 남자>의 아담, <신의 탑>의 라헬, <쓰레기는 쓰레기통에!>의 수지까지. 이번에는 한국 작품도 절반이 되네요. 역시 왠지 복수, 흑막에 강한 한국 웹툰(어...?)

그리고 수상자는 <퍼플 히아신스>의 키어란입니다. 이 작품은 시작부터 퀄리티 높은 아트웍과 탄탄하고 깊은 스토리로 주목받았던 작품입니다. 2019년부터 4년간 연재하며, BG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이전 웹툰에서 쉽게 보기 어려웠던 방식을 적극 채용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키어란은 작품을 관통하는 반전을 만들어낸 캐릭터로, 비주얼 만큼이나 복잡한 매력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다음은 '가장 스릴 넘치는 순간' 입니다. 후보는 Snailords 작가의 <Death: Rescheduled>에 등장했던 전투씬, <에브리씽 이즈 파인>의 톰 경관 살해장면, <호랑 공포단편선>의 '면도기 씬', Punko 작가의 <Stagtown>에 등장하는 '구슬 장면', Mochamura 작가의 <The Dummy's Dummy>에 등장하는 테디베어가 살아나는 장면, 그리고 <윗집 그 남자>에 등장하는 목격장면까지. 해외작품이 5작품인데 그 중 당당히 노미네이트 된 호랑작가... 역시 공포는 호랑이죠.

그러나 결과는 역시 북미지역 스릴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윗집 그 남자>가 차지했습니다. <윗집 그 남자>의 핸저 아트는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면서 미국에 연재하는 작가로 웹인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적도 있는데요. 왠지 뿌듯함이 느껴지는 수상입니다. 처음에는 로맨스를 했었는데, 이 작품을 하기 위해 <후레자식>과 <스위트 홈>을 참고해서 연출을 연구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도 연재중이죠. 역시는 역시군요!

다음은 씬스틸러입니다. 후보작은 <Cursed Princess Club>의 레이번, <버려진 나의 최애를 위하여>(영어제목 <For My Derelict Favorite>)의 카엘, <참교육>의 한예리, Curryuku작가의 <Not So Shoujo Love Story>에 이름도 엄 'Hansum Ochinchin(...), <작전명 순정>의 백도화, <여신강림>의 한서준까지. '씬스틸러' 부문에는 한국 작품이 더 많네요.

씬스틸러에는 <작전명 순정>의 서브남주, 여러 비밀을 숨기고 있는 백도화가 꼽혔습니다. 비주얼과 미스터리함 만으로도 씬스틸러로 충분했고, 또 작품 속에서 반전매력을 선보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죠. 도화의 비주얼은 북미 독자들에게도 OK였던것 같네요(?)



다음은 '가장 잔인한 서스펜스'입니다. 클리프행어는 손에 땀을 쥐는 서스펜스를 말하죠. 후보로는 <에브리씽 이즈 파인>에서 "엄마, 아빠"를 부르는 장면. Ms. Freaky 작가가 그린 <Homesick>에서 "다음에 보자"고 말하는 장면, Kat, Ali 작가가 만든 <In the Bleak Midwinter>에서 추격 끝에 "잡았다"고 말하는 장면, Brent Bristol의 <Ordeal>에서 "살아라, 아들아"라고 말하는 장면, Junepurrr의 <Subzero>에서 "너까지 잃지는 않겠다"고 말하는 장면, Chris Geroux의 <The Prince of Southland>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말해달라"는 장면입니다.

사실, 이건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에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이라면 '저게 왜...?'할 수 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표가 몰리는 건 인기작일 확률이 높습니다.

역시 2018년부터 연재중인 인기작, <Subzero>의 장면이 수상했네요. 이 작품은 판타지 로맨스 작품으로, 용족인 아주르 클랜의 공주 클로브와 라이벌인 크림슨 클랜의 카이로의 결혼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수세기간 이어져 온 오랜 전쟁중인 두 클랜의 공주와 왕자는 사랑에 빠지고, 이 사랑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배신, 전쟁, 용서와 화해, 희생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스케일이 큰 작품이죠?

다음은 '와우 모먼트'입니다. 와우 모먼트는 IT업계에서도 많이 쓰이는 표현인데, 바로 '놀라움의 순간'이라는 직역으로 통하는 말이죠. 작품을 보다가 자세를 고쳐앉게 되고, 작품에 빠져들게 되는 바로 그 순간, 놀라움을 넘어 '와우' 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후보로는 <한림체육관>의 0인치 펀치, <외모지상주의>에서 처음으로 거울 보는 장면, Jouki 작가의 <Phase>의 장면, <신의 탑>의 장면과 북미 웹툰 최초 10억뷰 웹툰인 <unOrdinary>의 장면, <윈드브레이커>의 키스씬까지가 나왔네요.

그리고 수상작은 북미 최초 10억뷰 초인기 웹툰, <unOrdinary>에서 "이제 너와 나 뿐이야"라는 대사가 선정됐습니다. 이 작품은 uru-chan 작가가 2016년부터 무려 7년째 연재중인 장편 판타지 웹툰으로, 능력자들이 서열을 정하고 약자가 강자에게 짓밟히는게 당연한 세계에서, 아무런 능력이 없는 무능력자 요한과 친구이자 고능력자 세라피나가 'unOrdinary'라는 금서를 발견하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작품입니다. 학원 이능력 배틀물이 미국에서 연재되고, 그것도 아주 인기가 높다는 점이 우리에겐 이채롭죠?

다음은 MVC입니다. Most Valuabe Character의 약자로, MVP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후보에는 <Homesick>의 레인 리버트, <로어 올림푸스>의 페르세포네, <전지적 독자 시점>의 김독자, Purpah 작가의 <Suitor Armor>에 등장하는 루시아, <약한영웅>의 연시은(현지명 Gray), Moonsia 작가의 <The witch and the bull>에 등장하는 아로까지 여섯명입니다. 각자 작품에서 맡은 역할이 막중한 주연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회 웹투니 어워즈의 MVC는 김독자로 선정됐습니다. 전설적인 웹소설 <전지적 독자시점>의 주인공 김독자에 대해서 더 설명이 필요할까요? <멸망 이후의 세계>를 혼자 읽고 있던 독자는 정말로 세계가 멸망한 이후 혼자 미래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이후에는 성장과 변화를 맞는 캐릭터죠. 2020년대에 가장 인기있는 작품 중 하나인 <전지적 독자시점>의 주인공, 역시 미국에서도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다음은 '심쿵하는 순간'입니다. 고다고, 채은 작가의 <낮에 뜨는 별>, <Down to earth>와 Enjelicious 작가의 <Hello Baby>, Paola Batalla 작가가 그린 <Jackson's Diary>, <어쩌다보니 천생연분>, <Not So Shoujo Love Story>가 후보에 올랐습니다. 대부분 로맨스 작품이고,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 주로 꼽혔다는 점이 눈에 띄네요.

여기선 지아와 민철의 '연애'가 시작되는 장면이 꼽혔네요. <어쩌다보니 천생연분>의 명장면입니다. 처음에는 속편하려고 시작한 계약결혼에 약간 껄끄러운 관계였던 둘의 관계가 급진전하게 되는 시점입니다. 한국에서는 80화, 미국에서는 78화(모두 유료결제회차 기준)가 연재중인 작품이라 어느정도 이야기가 진행되었음에도 이 장면이 주는 '심쿵' 모먼트는 꽤 임팩트가 강했던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총 10개 분야의 '웹투니 어워즈'를 살펴봤습니다. 웹투니 어워즈가 현지 앰버서더들을 통해 공개됐다는 점도 네이버웹툰이 미국에서 독자와 작가의 관계망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네요. 출판을 통한 현지 로컬 시장은 물론, 온라인을 통해 관심있는 독자들을 끌어모으고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읽을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북미에선 어떤 작품이 인기있는지를 살펴보는 건 덤이었네요. 앞으로도 이런 시도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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