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종료가 불러올지도 모를 나비효과



트위치가 2024년 2월 27일부로 한국에서의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으로 과도한 망사용료 문제를 이야기했는데요, 이 망사용료 문제는 오늘 깊게 다루진 않겠지만, OTT 서비스는 물론 (비록 트래픽은 영상에 비해 미미하지만) 웹툰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트위치는 스트리밍 서비스니까 웹툰과 직접 연계가 되어있진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다루게 된 건, 다름아닌 '치지직'이라는 서비스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준비하고 있다는 '치지직'을 어떻게 고민해볼 수 있을지, 웹툰과 연동을 중심으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 망사용료와 네이버의 과거 실수들
트위치는 '망사용료' 때문에 한국을 떠난다고 못 박았습니다. 물론, 한국의 망사용료가 문제라는 이야기에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트위치는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에 달하는 요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주장만 있을 뿐 근거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클라우드플레어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파리의 8.3배, 런던의 6.2배, 뉴욕의 4.8배, LA의 4.3배에 달하는 망사용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망사용료를 따져보면 트위치가 500억원~900억원에 달하는 망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주장은 있는데, 근거가 없습니다. 대신증권이 낸 리포트에서 '트위치가 500억원 수준의 망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 것이 전부입니다. 주장은 있는데, 근거를 밝히지는 않은 점에서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반대쪽 주장입니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내고 있는 망사용료가 대략 700억원~1천억원 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트위치가 그에 육박하는 망사용료를 내고 있다고 보는게 맞느냐는 주장도 있죠. 어쨌든, 한국의 망사용료가 비싸다는 주장은 사실이긴 합니다. 그래서 통신사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죠. 따라서 트위치의 주장은 '비싸다'는 근거가 있을 뿐 구체적인 숫자는 없다는 점이 문제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네이버가 게임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대항마'로 떠올랐는데요, 그와 동시에 네이버가 네이버TV의 플레이리그 등 서비스를 접은 것을 지적하며 '지속 가능한 서비스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네이버는 올해 많은 서비스를 종료했거든요.
일단 네이버가 내놓은 대안은 '트위치 버전2'라고 불릴만한 것이라고 하는데, 운영상에서는 그리드 기술로 이용자에게 분산컴퓨팅을 강제하는 등 편의를 취하고, 사용자에겐 트위치의 편의성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트위치의 수수료와 '치지직'의 고민
또 한편으론 트위치가 서드파티 서비스에 비해 과도한 수수료를 걷어가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트위치의 내부 시스템인 '비트'의 경우 대략 50~60%에 달하는 수수료를 구매자가 냅니다. 제휴 스트리머의 경우 구독은 5:5, 파트너 스트리머의 경우 5:5~7:3 정도의 구독료 차등을 둡니다. 반면 외부 시스템을 이용하는 트윕이나 투네이션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수료는 줄어들고, 보내는 입장에서도 부가세 정도만 더 내면 됩니다. 결과적으로 트위치 내부 서비스를 이용하기보다 서드파티를 이용하는게 후원자와 스트리머 모두에게 이득인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트위치가 돈 벌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는 얘기가 되는 거죠.
이 지점이 치지직이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이런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용자, 즉 스트리머와 시청자의 만족일텐데, 한국에선 트위치의 이용성과 편의성은 유지하면서 적어도 서드파티 수준의 낮은 수수료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이걸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가장 핵심이겠죠.

| 네이버페이, 네이버 멤버십과 광고. 그리고 창작자
에디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주목할만한 것이 총 세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가 가진 네이버페이, 그리고 네이버 멤버십, 그리고 광고입니다. 먼저 네이버페이를 들여다보면, 네이버페이에서 쌓이는 포인트를 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떠오릅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는 출금 가능한 충전 포인트와 출금이 불가능한 적립 포인트, 두 가지가 있죠. 이전에 네이버웹툰의 아마추어 수익화(연내 공개를 약속했지만 내년 초로 미뤄진)를 생각하면 치지직과 네이버웹툰 아마추어 수익화가 네이버페이를 통해 묶일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있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결과적으로 네이버 쇼핑에 쓰이게 유도할 수 있고,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스트리머도 겸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겠죠. 단순히 게임만이 아니라, 침착맨이나 레바 작가처럼 대형 스트리머들이 치지직을 통해 등장하는 경우도 상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건 철저히 작가의 선택에 맡겨야 하겠죠. 연내 공개 예정이었던 수익화가 시리즈의 광고보기로 먼저 등장하고, 내년 초로 미뤄진데는 개발 이슈는 물론 치지직과의 연계 이슈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미 자연스러운 영상에서의 도네이션이 아마추어 웹툰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죠.
다음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하 네이버 멤버십)입니다. 네이버 멤버십은 현재 월 4,900원(연간회원 3,900원)인데, 이것보다 가격이 높은 등급의 멤버십이 나온다면 일부 채널의 광고를 안 봐도 되는 구독권, 후원권 등의 혜택이 더해질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게 네이버페이와 직접 연동되기도 할 거구요.
또, 네이버는 거대한 광고 플랫폼이기도 하죠. 네이버 NOW를 통해 야구를 보신 분들이라면, 네이버가 매 회가 끝날때마다 자체적으로 광고를 내보낸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올해만 해도 동부화재, 잭링크스 육포, 그리고 네이버 멤버십 광고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이런식으로 광고를 필요한 시간에 내보내는 기술은 이미 네이버가 확보하고 있습니다. 야구는 매 회 시간이 랜덤인데, 거의 오차 없이 광고가 나가고 있거든요.

| 해외 서비스를 생각한다면 아직 갈 길은 멀다
네이버 치지직에서 나온 내용들을 종합하면, 일단은 국내 시장이 타깃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해외 서비스까지 노려야겠죠. 여기서 에디터가 얘기했던 C2C(Customer To Customer, 이용자 직거래) 비즈니스와의 결합, 네이버 포인트 등의 효과적인 활용,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하면 해외 서비스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이 가운데서 네이버는 창작자들이 직접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 그걸 유인으로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 생산자가 꾸준히 유입되는 방향입니다. 일단 치지직은 새로운 창작자들이 모일 수 있는 판을 꾸리겠다고 스트리머들에게 약속한 모양인데요, 만약 에디터의 예상이 어느정도 맞는다면, 웹툰도 그럴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이겠네요. 사실 웹툰 비즈니스에서도 가장 큰 관건은 좋은 창작자가 꾸준히 나오는 것이니만큼, 이 고민을 하고 있기를 기대해야겠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웹툰의 가장 큰 공통점은, 팬들이 시장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공급자가 제 아무리 공급을 많이 해도, 이용자인 독자, 시청자가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이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 유대감이 트래픽과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트위치 철수에 이용자들이 아쉬워했던 건 트위치가 짧은 레이턴시로 편하게 방송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 파장이 크지 않았던 건 스트리머들이 '어디에서든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 이었습니다. 플랫폼보다 콘텐츠 창작자에게 유대감 형성이 되어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트위치 철수라는 사건 이후에 등장한 네이버의 치지직이 어떤 형태로 등장하느냐에 따라서, 네이버가 세우고 있는 방향을 읽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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