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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일단 귀엽죠. 그리고 때로 제멋대로고, 까칠하고, 하지만 내게 위로가 필요할 때 찾아와서 안기기도 하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 행동을 할 때도 있고요. 그렇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매력을 가진 고양이의 몸에, 사상 최악의 마왕이 깃들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달민주 작가가 글을, 타단 작가가 그림을 그린 <마왕이냥>은 마계 역사상 최강의 마왕, 그레이엄 3세가 마계를 무력으로 통일한 다음 지구를 차기 정복지로 점찍습니다. 평화로웠던 지구에 마왕이 강림했는데, 하필이면 길거리를 방황하던 아기 고양이에 빙의 하게 됩니다. 길고양이들의 세력다툼에 위기에 처한 마왕, 그레이엄 3세! 그를 구해낸 건 평범한 인간, 공지우씨였습니다. <마왕이냥>은 반려견 독꾸와 함께 살고 있던 지우씨는 마왕이 깃든 아기 고양이를 거두어 길들이게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작품을 작가님들은 어떻게 만들었을지,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 작가님들 자기소개를 한번 부탁 드리겠습니다!
달민주 : 저는 전공과 상관없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 이번에 <마왕이냥>의 스토리를 맡은 달민주입니다.
타단 : 저는 타단이라고 하구요, 모바일 게임 제작을 하다가 웹툰에 뛰어든 지 10년이 넘은 기성 작가입니다.
Q. <마왕이냥>은 어떤 작품인가요?
달민주: <마왕이냥>은 지구를 정복하러 온 마왕이 고양이에 빙의되어 인간인 공지우에게 길들여지고, 공지우는 마왕을 길들여(?) 지구를 구하게 된다는 이야기예요. 초반부 이야기는 힐링 코미디에 초점을 맞췄답니다.
Q. 두 분이 협업 해 보신 건 처음일 것 같아요. 협업 과정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타단 : 협업 과정은 모든 게 순조로웠는데요, 저도 ‘힐링 코미디’라는 장르를 오랜만에 하기도 했고, 글 작가님이 만드신 걸 협업해보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물론 각색 등 작업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제가 콘티 연출도 하면서 작가님과 맞춰 나가는 단계를 밟아본 것이 처음이라 달민주 작가님의 상상을 잘 해석해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림 같은 경우는 제가 동물 그리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그리면서도 대단히 즐거웠어요. ‘그리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고, 또 그래서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달민주 : 저도 처음부터 너무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와서 만족스러웠어요. 피드백을 PD님이 주시면 공유하면서 진행해 나갔거든요. 저는 글을 쓰면서 머리속에 있는 걸 표현한다고 했는데, 그걸 타단 작가님께서 제가 쓴 글보다 훨씬 더 멋지게 그려 주시는 거예요.
글로는 아무래도 딱딱하다고 느꼈는데, 마치 제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가신 것처럼 제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넓고 아름답게 펼쳐 주셔서 효율적이고 만족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타단 : 처음에는 제가 판타지 장르를 처음 해 보다 보니 마계의 캐릭터들이 전장에서 싸우는 장면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마왕이냥>은 힐링 코미디니까, 그런 장면은 연출에서는 단순화하고, 캐릭터와 인물들의 연기에 초점을 맞춰서 연출을 하니까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제가 달민주 작가님이 만든 세계를 해석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 보니까 수월하게 진행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Q. 이 작품은 장편으로 기획된 거잖아요. 장편으로 기획된 이야기가 만약 연재에 들어가면 어떠실 것 같은지도 여쭤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타단 : 스토리가 완전히 나와 있지 않으면 콘티를 하는 입장에선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달민주 작가님의 세계관이 완전히 저에게 들어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작가님께서 워낙 꼼꼼하게 정리를 잘 해 주시고, 레퍼런스도 많이 첨부해 주셔서 제가 유동성 있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주어졌던 것 같아요.
달민주 : 저는 되게 신기했던 게, 아무래도 이 프로젝트는 마감기한이 타이트하게 짜여져 있으니까 글콘티를 보내드리면 수정 피드백이 오고, 또 그렇게 오고가면서 수정이 생기잖아요? 그 때 PD님께서 피드백을 공유해주시면서 타단 작가님이 작업 일정을 지키면서도 본인 스타일도 뽐낼 수 있게 해 주셨거든요. 저는 그게 되게 좋았어요.
Q. 이렇게 스무스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건 타단 작가님 경력이 도움이 되셨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타단 : 저는 제 작업을 항상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이렇게 표현하는 게 최선인가?’, ‘이게 맞나?’하고요. 그래서 피드백이 없는 것 보다, 피드백이 많은 것이 저한테는 좋았어요. 그게 속이 후련하다고 생각해서요. 그리고 달민주 작가님께서 지금도 그렇지만 너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힐링물 만드시더니 작가님도 힐러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 과정에서 멘토님들이나 PD님들이 굉장히 도움을 많이 주셔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연재를 제가 두 편 정도 해 본 경험이 있는데, 그 경험상 루틴이 반드시 필요하더라고요. 연재를 할 때 루틴 없이 작업을 하다가 ‘이러다가 몸이 망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루틴을 잡게 됐고,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작업부터 차곡차곡 레이어를 쌓듯 작업을 하게 됐구요, 일주일 기준으로 콘티와 대사를 완전히 정리하고, 스케치가 3일정도 소요돼요. 남은 부분에 채색과 효과를 마무리하는 일정을 지키고 있어요. 물론 장편이라는 것이 계획대로 되진 않지만요.
Q. ‘사상 최강의 마왕’과 ‘아기 고양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건 먼저 ‘갭모에’였는데요, 달민주 작가님이 독자님들께 드리고자 했던 건 어떤 거였을까요?
달민주: 저는 마왕과 고양이가 둘 다 ‘내가 왕이야!’ 라고 생각하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둘이 하나의 캐릭터가 되었을 때 흥미로운 지점이 발생하겠구나! 하고 생각했죠. 천하의 마왕이 아기고양이로 추락했을 때 많은 웃음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독자들은 대리만족을, 고양이를 키우는 독자들에겐 ‘역시 마왕이었구나!’하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집에 고양이를 키우는데, 저희 고양이가 되게 ‘중2병’을 가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장 중2병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생각해 본 게 마왕이었어요. 그래서 가장 고양이 같지만, 고양이 같지 않은 고양이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초반이랑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변한 캐릭터가 주인공 공지우라는 캐릭터였어요. 공지우에게 여러 코믹한 설정이 있었는데 가능하면 가장 평범한 사람일 때 공감이 깊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서 평범한 사람으로 바꾸는 등 차이가 좀 있었어요. 그래서 공감은 지우, 코믹은 마왕 같은 식으로 배분을 좀 했죠.
Q. ‘힐링-코미디’, 이런 장르 조합 뒤에는 로맨스가 붙기 좋거든요. 마왕이 이용당하고 길들여지기만 하진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달민주 : 아마 모든 분들이 이 작품을 보면 둘의 로맨스를 떠올리실 것 같아요. 그런데 일단 컨셉 자체가 힐링 코미디고, 여러 컨셉을 많이 초반부터 섞으면 혼란스러울 것 같았어요. 전혀 로맨스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을 때, 독자들이 더 애간장을 태울 수 있는 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로맨스를 빼고 갈 생각은 없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과정에서 1차적으로 색다른 로맨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요, 또 중반부 이후로는 마왕이 고양이로만 있지는 않을 거라, 그때부턴 로맨스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Q. 글로 이렇게 만들어 주시면, 만화로 만드시는 타단 작가님 말씀도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타단 : 사실 힐링을 느끼는 포인트들이 다들 다르시니까, 그걸 연출에서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고양이가 된 마왕이 이기적이고 난폭했다면, 고양이가 된 처지를 받아들이고 인간세계에 발맞춰 나가는 과정이 성장이라고 볼 수 있잖아요. 거기서 오는 힐링도 있단 말이죠. 그리고 코미디 같은 경우는 달민주 작가님께서 전해주는 에피소드들 중에 고양이랑 같이 살면서 벌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를 모아 참고해서 엉뚱한 고양이의 매력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런 부분을 가미해서 고양이의 모습에서 보여주는 힐링과 코미디, 그리고 고양이의 탈을 쓴 마왕이 성장하는 부분에서 보여주는 공감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Q. 방금 말씀해주신 대로 힐링과 코미디, 모두 주관적으로 다 사람들이 느끼는 게 다를 수 있는데요, 어떻게 잡으셨어요?
달민주 : 힐링 코미디라는 것 자체가 약간 갈등은 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사적으로는 캐릭터들의 차이를 만들고, 그걸 키우면서 코미디를 넣고, 그 간극을 좁히면서 힐링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추상적일 수는 있는데 그 생각을 하면서 에피소드를 잡아 나갔습니다.
Q. 말씀을 들어보면 작품이 벌써 기대가 됩니다. <마왕이냥>을 읽게 될 독자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려요.
달민주 : 아직 저희가 연재 확정이 된 건 아니지만, 독자분들이 생긴다면 <마왕이냥>을 보실 때만이라도 마음 졸이는 없이, 그저 편하고 즐겁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타단 : 보실 때 어떤 공감과 동물에 대한 따뜻한 마음, 그리고 저희의 풍부한 상상력을 느끼실 수 있게 준비했으니 독자분들 많이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