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P 대전] 네이버웹툰 S-1 증권신고서 살펴보기
글로벌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데 우리는 ‘글로벌’이라고 하면 우리 외부에 별도의 시장이 존재하고, 그 시장으로 우리가 ‘나아가는’, 일종의 정복전의 형태를 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정말 과연 그럴까? 우리가 일방적으로 진출하는, 우리와 분리된 시장이 있다는 믿음부터 깨야 글로벌 시장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SWI에서는 '글로벌 IP 대전' 특집을 통해 현재의 글로벌 시장 지형도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번째 순서는 나스닥에 상장한 네이버웹툰의 S-1 증권신고서를 살펴보았다.
네이버웹툰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사실 증권신고서는 정해진 폼(Form)이 있고, 거기에 맞춰 채워서 제출하면 되는데요, 이걸 'S-1'이라고 부릅니다. 네이버웹툰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는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영어로 되어있죠. 그래서 오늘은 이걸 한번 들여다 볼 겁니다. 네이버웹툰이 어떤 점을 강조했고, 또 어떤 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죠.
* 네이버웹툰의 시장 전망
네이버웹툰은 만화시장을 바라보면서 유료 콘텐츠 판매 시장 규모를 대략 1,300억 달러(한화 약 180조원), 광고 시장을 6,800억 달러(한화 약 937.5조원), IP확장 비즈니스를 9,000억 달러(한화 약 1,241조원)가량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유료 콘텐츠 시장을 ‘핵심 지역’과 ‘기타 지역(중국 제외)’로 나누어 보고 있으며, 핵심 지역은 한국, 일본, 북미(미국, 캐나다)지역, 기타 지역은 그 외 지역입니다. 150개 이상 국가에서 트래픽을 유지하고 있지만, 핵심 지역의 트래픽과 매출이 주도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광고 시장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 집중되어 있고, 모바일, PC, 기타 디지털 플랫폼 광고를 모두 포괄합니다. 모바일 광고 부문의 성장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며, 콘텐츠 플랫폼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광고 기회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용자 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해 개인화된 효과적인 광고 솔루션이 네이버웹툰이 그리는 주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IP확장의 경우 원천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는 비즈니스인데, 웹툰-웹소설-영상화-게임-머천다이즈(굿즈)등으로 확장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스트리밍 서비스와 게임 산업 성장 기회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네이버웹툰이 보유한 다양한 포트폴리오는 IP확장에서 다양한 파트너십, IP가치 증대와 시장진출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네요.
결론적으로 ‘콘텐츠 판매’는 네이버웹툰의 지금까지의 성장동력이었다면, 앞으로는 광고와 IP확장이 주도적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한국 시장 역시 ‘주요 시장’의 한 갈래일 뿐 주도적인 마켓이 아니고, 네이버웹툰이 보고 있는 잠재적인 매출 크기는 한국이 10억달러(1조 4천억원), 북미와 일본이 각 7억달러(9조 6천억원)씩으로 ‘한국에서 벌어서 해외에 쓴다’는 말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하죠. 결과적으로 글로벌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 강점: 유저와 확장성, 그리고 광고
네이버웹툰이 강점으로 꼽은 건, 전세계 1억 7천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월간 활성 사용자입니다. 한국, 미국, 일본 등은 물론 유럽과 기타 지역들에 걸쳐 넓게 형성되어 있는 글로벌 유저는 네이버웹툰의 기반이죠. 그리고 네이버웹툰 오리지널 콘텐츠가 중심이 되어 있다는 것 역시 강점으로 꼽힙니다.
네이버웹툰은 김준구 대표의 서신을 시작으로 보고서 전체에 걸쳐 이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아마추어와 프로 작가들이 작품을 게시하는 독특한 생태계, 그리고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10억 2,800만 달러(한화 약 1조 7천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은 의미가 깊습니다. 또한, 이런 넓은 시장을 바탕으로 확장성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 네이버웹툰의 강점입니다.
또, 이 유저들은 작품을 감상하고 댓글을 남기는 '커뮤니티 활동'을 지속하고 이 커뮤니티가 바로 네이버웹툰이 가지는 또 다른 강점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와 같은 OTT는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왓챠 등에서도 '왓챠 파티플레이'등 '함께보기'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실패했죠.
역설적으로 '가장 개인적인 감상'을 하는 콘텐츠인 웹툰에서 커뮤니티가 가능하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이걸 개인 창작자와 독자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이라고 해석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열린 '작가 홈'이나, 해외에서 진행중인 '슈퍼라이크'등의 기능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네이버웹툰이 강조한 것 중 하나는 광고인데요, 미국 사용자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80%의 사용자가 유료 에피소드를 열기 위해 광고 시청을 선호하고, 네이버웹툰 사용자는 넷플릭스, X(구 트위터), 레딧, 스냅 등의 사용자보다 광고에 두배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응답을 얻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건 네이버웹툰이 '스토리테크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할 때, 유저 특성에 맞춰 광고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네이버웹툰은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방식과 구조는 다르더라도 누구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약점: 경쟁과 비용
네이버웹툰이 약점으로 꼽은 것 역시 살펴봐야겠죠. 네이버웹툰이 약점으로 짚은 건 높은 비용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전체의 77%에 달하는 9억 8,725만달러 가량이 제작비용으로 쓰였는데요, 일반적인 제조단가를 생각하면 굉장히 높은 비용입니다. 책을 기준으로 '제작비'에 해당하는 제조원가는 출판비용 25~30%, 저자 인세 10%로 최대 40%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전체 매출액의 77%가 비용이라는 점은 눈여겨볼만 합니다.
다만, 김준구대표의 서신과 S-1 증권신고서에서 네이버웹툰은 "콘텐츠 창작 관련 비용, 즉 창작자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역사적으로 판매 비율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며 "우리는 일반적으로 특정 창작자와 수익 공유 계약을 체결, 특정 IP와 각색 권리를 얻기 위해 선불금을 지급하고, 수익화에 따라 수익을 공유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이것이 이 판에서 일하는 방법'임을 명확히 한 겁니다. 또한, 이 비용을 통제하지 못하면 리스크가 생길 수 있지만, 네이버웹툰은 지난 20년간 쌓여온 노하우로 이걸 통제하는 법을 알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죠. 그리고, 다른 경쟁자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다'를 천명한 것이기도 합니다. 약점인 동시에, 업계의 다른 경쟁자들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은 치열해질 예정입니다. 손꼽히는 글로벌 투자기업 블랙스톤이 메챠코믹을 인수했고, 소니는 향후 3년간 막대한 돈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애플과 아마존은 이미 웹툰 사업을 가동하고 있고, 슈에이샤의 점프툰도 웹툰 사업을 본격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웹툰은 유로모니터(Euromonitor)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북미 콘텐츠시장 점유율은 1% 미만으로 향후 더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미 콘텐츠 평균 연간 소비 금액은 203달러지만, 네이버웹툰의 평균 1년간 소비금액은 한국이 95달러, 미국이 87달러로 마찬가지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IPO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다만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비용이 더 많이 투자된다면? 그땐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건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네이버웹툰은 IPO를 통해 어떻게 돈을 쓸 것인지도 적어두었습니다.
IPO를 통해 자금이 모이면, 그 돈을 쓸 곳으로 밝힌 첫번째는 '콘텐츠 라이브러리 확장'입니다.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를 모집하고 작가층을 넓혀서 더 다양한 작품을 확보하겠다는 그림입니다. 자신들의 본질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문구는 수차례 등장했습니다. 두번째는 기술역량 강화인데, 플랫폼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빠른 로딩, 향상된 인터랙티브 기능, 맞춤형 추천에 이르는 기술 개발에 활용됩니다. 마지막은 전략적 인수 및 파트너십 확보인데, 이건 '창작'보단 '제작', 그리고 'IP확장'에 타깃을 맞춘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 네이버웹툰은 '더 많은 작품을, 아주 많은 사용자에게 보여준다'는 본질을 유지하고, 보다 확장하기 위해 IPO를 신청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편으론 '웹툰'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겠네요.
네이버웹툰이 모집할 것으로 생각되는 금액은 대략 5억달러(한화 약 6,880억원)가량입니다. 사실 IPO는 목적이 아니라 시작일 뿐입니다. 이걸 시작으로 보여줄 이후의 행보가 네이버웹툰의 진짜 움직임이죠. 네이버웹툰이 S-1 페이퍼에서 이야기한 것을 토대로 추측해보면 앞으로 네이버웹툰은 더 많은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통해' 맞춰서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토대에는 커뮤니티가 있구요. 이제 작가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때가, 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