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의 AI 활용 IP확장, 이제는 독자들의 '놀이'로 확대한다


훈련밖에 모르는 바보... 성준수... (출처=네이버웹툰 앱 캡처)

네이버웹툰이 서비스중인 AI챗봇 '캐릭터챗'은 두 달 만에 이용자와 인공지능 캐릭터가 주고받은 메시지 2,500만건을 돌파했습니다. 하루 평균 33만건 가량의 채팅을 주고받은 셈이죠. 지난달 출시한 '웹툰 캐리커처'역시 50만명 이상이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서비스지만, 무료 서비스 기간 없이 유료 서비스로 바로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6월 출시한 캐릭터챗 서비스가 두달만에 사용자 135만명을 기록했다고 알렸습니다. 생성형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하는 캐릭터챗은 웹툰 작품을 기반으로 학습한 AI챗봇입니다. 다양한 웹툰 캐릭터와 일상 대화, 역할극까지 가능한 '놀이용' 인공지능이죠. 현재는 <가비지타임>의 기상호와 성준수, <작전명 순정> 고은혁, 백도화, <유미의 세포들> 출출세포, <마음의소리> AI조석까지 총 6종의 캐릭터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매일 오전 9시, 오후 4시와 밤 9시에 하루 2만명에게 선착순 무료 메시지 5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추가 메시지는 유료인데, 30건에 1,500원, 100건에 5,000원, 300건에 1만 5,000원입니다. 건당 50원인 셈입니다. 출시 당시부터 이렇게 시작했다보니 자연스럽게 유료로 구독해 사용하는 독자들도 늘어났고, 대화 나눈 화면을 캡처해 '밈'으로 활용하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놀이'의 한 형태로 독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죠.

* 웹툰 캐리커처까지 온 '독자 경험' 확장

아니요... 안 괜찮아요... (출처=네이버웹툰 앱 캡처)

웹툰 캐리커처 역시 50만명 이상이 사용하며 화제가 됐는데, 사진을 올리면 조석 작가의 그림체로 6장의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유료 서비스입니다. 6장 이미지 생성에 2천원, 한장에 대략 330원 정도 가격입니다. 정가가 3천원이니, 장당 500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다음달에는 이말년 작가의 <이말년씨리즈> 그림체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웹툰 캐리커처의 용도도 명확합니다. "못생긴 건 좀 괜찮아?"라고 물어보는 조석 작가의 표정에서도 읽히죠. 다 같이 웃고, 이걸 즐기라는 목적이 보입니다. 가지고 놀도록 만드는 것. 그게 결국 독자들을 사로잡는 비결이고, 앱에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다른 작품으로 넘어갈 유인이 되도록 만드는 것. 이게 네이버웹툰이 그리고 있는 그림으로 이해됩니다.

네이버웹툰의 이런 움직임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이미 2017년 연말 하일권 작가와 협업을 통해 <마주쳤다>를 선보이면서 독자들이 참여하는 작품의 가능성을, 그리고 만우절 이벤트를 지속하면서 '독자들이 기대하는' 이벤트로 자리잡기도 했죠. 또 인공지능 역시 꾸준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툰필터'를 공개해 한국 네이버웹툰 앱에 공개했는데, 9천만장의 이미지가 생성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초기에 해외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네이버웹툰의 서버가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캐릭터 포토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 당시엔 무료로 운영하면서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폈다면, 아예 3월 '이번 생엔 로판여주' 를 출시해 독자들이 직접 로판 캐릭터로 변신한 모습을 이미지로 남길 수 있도록 했죠. 넉달동안 대략 100만명 이상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 더 늘어나기 힘들다면, 더 재밌게 즐기도록

네이버웹툰은 "웹툰 팬의 몰입을 늘리고, 팬들의 경험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AI기반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AI 기반의 놀이 서비스를 출시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사실 웹툰을 포함한 콘텐츠 감상은 단순합니다. 제공된 콘텐츠를 감상하고, 조금 더 적극적이면 댓글을 남기고, 그보다 적극적이면 리뷰를 하는 정도죠. 그 이상의 감상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물론 서울 성수동에서 사이드비(SideB)가 '만화사교클럽', 부산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만화보기'등 만화 감상 모임이 있지만, 지리적인 한계와 시간적인 한계가 분명 존재하죠.

또 한국 시장에선 더이상 독자가 늘어나기 어렵습니다. 일단 인구 구성만 봐도 그렇죠. 한국의 중위연령은 46세가 넘었습니다. 인구는 줄어들 겁니다. 네이버웹툰의 월간활성사용자(MAU) 역시 2022년 7월부터 지금까지 약 1천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한국 인구의 1/5 가까이가 보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더이상 유의미하게 늘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죠. 그렇다면, 이미 보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판을 까는 방법이 유효할 겁니다.

아직 웹툰을 보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인공지능 '놀이' 도구가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가 아닐까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시장의 성숙기에 내놓을 수 있는 전략인 셈이죠. 물론, 하이퍼클로바X가 한국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언어모델이라는 점도 한 몫 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만큼 성숙한 시장 모델은 찾기 어려우니까요.

* 놀이로 넓혀가는 IP확장

여기에 200~300원 정도에서 더 올리기 힘든 웹툰의 편당 단가를 생각해 보면, 추가적인 수익을 얻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는게 시급합니다. 가격 저항력이 강한 웹툰의 특성을 생각하면,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놀거리를 제공해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테스트해보는 작업은 필요했겠죠. 그리고 그것이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IP확장이라고 하면 영상화 등 '타 매체'로의 이식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네이버웹툰이 최근 보여주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IP확장은 독자들의 공간을 확장하는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웹툰 피드와 작가 홈을 연계하려는 업데이트, 독자들의 취향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알아서 딱!' 과 같은 사례가 그렇습니다. 독자들이 단순히 '읽고 떠나는' 존재가 아니라, '읽음으로써 다른 경험이 시작되는' 플랫폼이 되고 싶은 것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웹툰 캐리커처는 출시 1주일만에 '이번생엔 로판여주'의 4개월 매출을 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네이버웹툰 앱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등 타 플랫폼으로 독자들이 '찐 경험'을 공유하는 사례가 늘면서 화제를 모았죠.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놀이'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반응을 보여준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놀이'들이 더 나올지, 그리고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웹툰을 가지고 노는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하게 됩니다. 읽고 끝나는 경험에서 읽고 즐기는 경험으로 확대되기까지, 한국 시장이 가장 선두에서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가고 있네요. 가장 까다로운 한국의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경험의 축적, 한국 웹툰이 가진 힘입니다.

추천 기사
인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