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한글 잘하지 않아요?” 한국 독자들과 한국어로만 소통한 〈위국일기〉 야마시타 토모코 작가 사인회

〈위국일기〉의 야마시타 토모코 작가님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9월 2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카페 비온아넥스에서 야마시타 토모코 작가님의 사인회가 포함된 독자와의 만남 행사가 진행되었는데요. 사전 추첨으로 선발된 단 100명만이 작가님과 직접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1부는 12시, 2부는 3시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시작 전부터 행사장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분들의 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촬영 = 서울웹툰인사이트


"아사의 고독은 책임없는 상상, 혼자 최고!" Q&A 시간 1부

12시가 되자 야마시타 토모코 작가님이 박수갈채와 환호 속에서 등장했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입을 연 작가님은 “너무 긴장돼~!”라며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 후 “한국에 온 것도, 해외에서 행사를 하는 것도, 외국어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것도 처음이라 원래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인데 너무 긴장된다”며 “오늘 다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인사를 전했습니다.

먼저 사인회 참석자들이 사전에 제출한 질문들에 작가님이 직접 답변하는 Q&A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질문지가 적힌 종이들이 적힌 통 안에서 하나씩 작가님이 뽑아서 답변하는 방식이었는데요. 놀라운 점은 이날 야마시타 토모코 작가님이 인사말에 그치지 않고 모든 Q&A의 답변을 한국어로 진행하셨다는 점입니다. 가끔 통역가분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작가님은 Q&A 답변도, 이후 사인회를 진행하실 때도 전부 한국어로 말씀하셔서 회장 안의 모두를 놀랍고 기쁘게 했습니다. 작가님은 한국어로 답변하시다 이따금씩 "괜찮아요?" "이거 맞아요?"하고 되물으셨지만 관객들은 힘차게 "네~!"라고 답할 뿐이었습니다.

<위국일기>는 고독에 대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으로 호평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중에서 아사의 고독은 사막으로, 에미리의 고독은 바다로 표현되는 등 고독함과 외로움이 각자의 풍경으로 연출되는데요. 그만큼 고독에 대한 묘사가 인상깊었는지 1부에서도, 2부에서도 ‘작가님의 고독은 풍경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풍경이 될까요?’ 라는 질문이 등장했습니다. 이에 대한 작가님의 대답은 꽤나 의외였는데, 바로 ‘고독함을 잘 느끼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였습니다. 아사의 외로움이나 고독은 책임없는 상상을 한 것이라며 "외롭지 않습니다. 혼자 최고!"라고 덧붙이시기도.

야마시타 토모코 작가 사인회. 촬영 = 서울웹툰인사이트

독자들이 작품을 보고 어느 지점에서 울었는지 알고싶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예스'라고 답하셨습니다. 뭉클하길 의도한 장면이었으면 의도한 바가 성공해서 기쁘고, 의도하지 않은 장면이었다면 어떤 마음으로 울컥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계획했든 아니든 누군가의 마음에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니까 기쁘다는 말씀도 덧붙인 작가님은 위로받는 순간으로 '직접 만난 독자분들이 해주시는 말씀을 들었을 때'라고 하며 또 한번 회장에 모인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만화가를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에는 "다시 태어나는 조건이 뭔데요!"라고 외치셔서 회장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작가님은 단체 생활에 약하기 때문에 혼자 일하는 만화가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만약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 할 수 있다면 언어에 관련된 직업이나 배우처럼 무언가 표현하는 직업을 가져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만화가는 재밌지만 너무 힘들다'고 하시기도.

영향받은 작품을 묻는 질문에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영향으로 유럽, 미국의 아동문학과 그림책을 많이 읽었다고 답하셨습니다. 특히 <모모>, <끝없는 이야기> 등으로 유명한 미하엘 엔데의 책들과 <나니아 연대기>를 기억나는 작품으로 꼽으셨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이 워낙 섬세한 만큼 아주 세밀한 질문들도 많았는데요. 연신 '질문 진짜 어렵다!'를 연발하며 '일본어로 대답해도 어려운데?'라고 하셨던 작가님은 그래도 독자분들이 작품을 깊게 잘 읽어주신 것 같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하셨습니다.

야마시타 토모코 작가 사인회. 촬영 = 서울웹툰인사이트


"저는 마키오와 다르게 밝은 사람" Q&A 시간 2부

1부 행사 종료 후 3시에 다시 시작된 2부 행사에서도 작가님은 역시 한국어로 행사에 와주신 분들께 인사를 건넸는데요. 듣기가 자신 없으니 쉬운 말로 천천히 얘기해달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마키오는 작가님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상상하는 분들이 많은데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셨습니다. 이런 행사가 열리면 '생각보다 밝은 분이시네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마키오같이 어두운 성격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본인이 만든 캐릭터이기 때문에 마키오와 닮은 점은 있겠지만 그건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하셨습니다. 또한 캐릭터를 만들 때 생각보다 중요한 것은 '얼굴'이라며, 캐릭터가 할 행동이 있어도 얼굴이 확실히 상상되지 않으면 이야기를 쓸 수 없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참고로 다른 인터뷰에서 마키오는 삼백안이 잘 어울리는 여자를 그리고 싶어서 시작된 캐릭터라고 설명하신 바 있습니다) ​


야마시타 토모코 작가 사인회. 촬영 = 서울웹툰인사이트

<위국일기> 작중에 등장하는 마키오의 소설이 인상 깊었다며 외전으로 이 소설 연재를 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네 없어요!'라고 답변하셨습니다. 계획하고 쓴 게 아니라 그저 이런 글이 있으면 재밌겠다는 마음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연재는 어렵다는 게 작가님의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쓸 땐 너무 재미있으셨다고. 마키오나 아사가 <삼각창의 밖은 밤>의 세계에 들어가면 어떤 모습이 될지 묻는 질문에는 '세계관이 너무 달라서 상상이 어렵지만 질문 자체는 재밌다'고 답하셨습니다.

최근에 재미있게 본 한국 작품으로는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살인자ㅇ난감>​, <괴물>,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을 꼽으셨습니다. 특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블루레이 박스까지 예약하셔 구매하셨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셨는데요. 영화는 한국에 오기 전 ​<비공식작전>, <서울의 봄> 등 한국의 역사와 관련된 작품을 보고 오려고 했는데 시간상 못 보고 와서 아쉽다며, <파묘>의 개봉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하셨습니다.

만화는 <위국일기> 한국판을 읽었다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공유해주셨는데요. 평소에는 각 나라별 해외 번역본을 받아보아도 읽을 수 없었지만,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며 한국어판은 읽기에 도전하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뭐야 이 만화! 하나도 못 읽겠잖아!'라고 생각하셨지만 공부를 열심히 한 끝에 최근에는 전부 읽으셨다고. 이 에피소드를 공유하며 '잘했죠!'라고 말씀하셔서 모두를 함박웃음짓게 만드셨습니다.


작품만큼 다양했던 작가님을 만나러 온 독자들의 사연​

Q&A 시간 후에는 이 날 행사의 본론, 사인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딱 사인만 받고 지나가야 하는 사인회도 더러 있지만, 이 날 사인회에서는 작가님이 사인을 하시면서 독자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질문에 답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때도 전부 한국어로 소통해주셨는데요! (일본어로 할 말을 준비해 온 분들도 계셨지만) 많은 팬들이 사인을 받으며 작가님만을 위해 준비해 온 선물을 전달하기도 하고, 꼭 작가님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고르고 골라 소중하게 펼쳐놓기도 했습니다. 그 중 사인회에 참여하신 몇 분의 사연을 들어보았습니다.


2007년부터 쭉, 언니와 함께 좋아한 작가님

작가님 작품은 언니가 사놓았던 책을 나중에 보면서 처음 접했습니다. 제일 처음으로 본 작품이 <주점 아키라>​였는데, 작가님 특유의 감성이 가슴에 팍 와닿았습니다. 그 순간 이 작가님을 영원히 파야겠다고 다짐했고 2007년부터 지금까지 쭉 좋아하고 있어요. 가장 아끼는 건 <버터!!!>라서 이 책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위국일기>를 이미 가지고 있는데도 사인회에 너무 가고 싶어서 전권을 다시 구매했는데, 아쉽게도 언니는 떨어지고 저만 당첨됐어요. 편지를 전해달라며 타자기로 편지를 쳐서 주더라구요. 오늘 비록 혼자 오게 됐지만 사인회에 와서 너무 기쁘고 작가님을 실제로 뵈어서 너무 행복해요.


중학교 사서로서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만화

야마시타 토모코 작가님은 데뷔하셨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작가님 작품은 전부 다 봤지만 특히 좋아하는 <일루미네이션>이에요. 밝은 분위기와 어두운 분위기를 자유롭게 오가는 게 잘 드러나거든요. <위국일기>도 쭉 이북을 사서 보고 있었는데 이번 사인회를 계기로 종이책까지 구매했습니다. 저는 중학교에서 사서로 근무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도서관에 <위국일기>를 비치했어요. 결국에는 아사가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딱 지금 중학생들이 아사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아사와 마키오의 관계에서도 배울 점들이 많구요. 작품만 보고 작가님은 막연하게 차분한 이미지일거라고 상상했는데, 오늘 뵈니 스타일도 힙하시고 되게 밝으셔서 신기했어요. 만화가 힘들다고 하셨지만 앞으로도 계속 작품을 해주시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


영화로 처음 접했지만 영화보다 더 좋았던 원작 만화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위국일기>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너무 좋아서 원작을 구매했어요. 그런데 원작을 봤더니 원작이 더 좋은거에요. 아직 작가님의 다른 작품은 못 봤는데 <위국일기>가 너무 좋아서 <위국일기>를 정말 많이 읽었어요. 문장이 너무 좋더라구요. 작가님은 마키오랑 다르다고 하셨지만 마키오 같은 느낌이 있으신 것 같아요. <위국일기>에서 마키오를 가장 좋아하는데...(웃음) 사인을 받으면서 작가님께 에세이를 써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집에만 계셔서 재미는 없을거라고 하시더라구요. 돌아가면 작가님 이전 작품들도 챙겨보고, 차기작도 꼭 챙겨볼 것 같아요.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자란 작가

고등학생때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보고 작가님을 좋아한지 12년 정도 됐는데요.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자라며 저도 만화를 그리는 웹툰 작가가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사건은 일상적이지만 감정은 복잡하게 파도치는데 그걸 다 납득 되게 잘 설명해주시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특히 <위국일기>는 쓰인 비유들이 좋았어요. 고독을 사막에 비유하거나 바다에 빗대 인물의 심정을 표현한 것들이요. 오늘 사인회도 많이 기대하고 왔는데 너무 좋은 시간이었고 다른 팬분들도 보니까 마음이 따뜻해지고 좋습니다. 다음 작품도 팬으로서 계속 지켜볼 예정이에요.


섬세하고 문학같은 작품

<위국일기>는 1권 나왔을 때부터 보기 시작해서 완결까지 연재 중에 쭉 챙겨봤어요. 그렇게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보게 되었는데 <하나이자와 주민센터>도 좋았지만 역시 <위국일기>가 1번이더라구요. 작가님 작품은 언뜻 시니컬해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열심히 관찰하는 느낌이 드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수문학 같은 섬세한 대사도 좋고, 화면을 쓰는 방식이 시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공백이나 침묵을 나타내는 페이지의 배치 같은 것들이요. <위국일기> 마지막권에서 에미리와 아사가 만난 카페가 왠지 실제로 있을 것 같아서 여쭤보았는데, 그 카페는 만들어낸 것이고 1권에서 카사미치와 마키오가 만난 카페는 실제 모티프가 있다며 긴자에 있는 카페를 알려주셨어요. 작가님이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것 같으셔서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 직접 만든 머그컵과 편지를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위국일기>는 송곳같은 작품


<위국일기> 이전부터 작가님의 작품을 봤는데, 그림체가 워낙 매력적이라 반했어요.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역시 <위국일기>인데, 핵심을 송곳으로 확 찌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대사와 글이 주는 파괴력이 어마어마해요. 한 문장을 읽고 마음이 찡 와닿고, 몇 분 정도 그에 대해 계속 곱씹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마키오를 보면 저를 투영하게 되어서 많이 공감이 갔어요. 작가님이 와주셔서 영광이고, 또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또 와주시면 너무 좋겠고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아가셔서 사인회가 아니어도 또 놀러오시면 좋겠어요.


세상을 떠난 언니 대신 받으러 온 사인

저도 작가님을 좋아하지만 언니가 엄청 팬이었는데, 2020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대신 온다는 생각으로 사인을 받으러 왔어요. 언니를 보내고 나서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위국일기>를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정작 마키오는 언니와 사이가 안 좋긴 했지만 아사의 심정에 이입돼서 울기도 하고... 좋은 어른들이 많이 나와서 아사에게 담백하면서 좋은 말을 많이 해주니까 보면서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작가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요. (사인받으실 때 작가님과 편집자님도 눈물을 훔치시고, 사연을 듣는 저도 눈물이....) 실제로 보니 작가님이 제 상상과 너무 달라서 놀랐는데, 굉장히 스타일리쉬하고 멋진 분이더라구요. 선생님께도 말씀드리긴 했는데 부디 장수하시고 계속 좋은 작품들을 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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