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의 아카데미가 AI관련 입장을 처음 내놓았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는 투표 및 홍보 활동에 관한 규칙을 업데이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으로는 회원들이 최종 투표 전에 각 부문의 모든 후보작을 시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사실상 강제 규정은 없습니다. 허허, 안 봐도 되는 상이었다니, 그래서 프로모션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나왔나보다 싶기도 하네요.
이것보다 눈길을 끈 건, 아카데미가 처음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에 관한 입장을 내놓았다는 점입니다. 영화계에서도 뜨거운 화두인 만큼, 오스카상을 수여하는 아카데미의 입장이 눈길을 끈 것도 당연한 일이죠.
새 오스카상 규정에 따르면 AI와 다른 디지털 도구들은 "후보 지명에 있어 도움이나 해가 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다만, 아카데미는 인간의 역할이 영화 창작에 더 많은 역할을 할수록 좋다고 해석할 수 있는 문구를 덧붙였습니다. 아카데미는 "아카데미와 각 부문은 어떤 영화에 상을 수여할지 결정할 때 창작의 핵심에 인간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정도를 고려하여 성과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건데요. 다만 인공지능 사용 공개 의무화를 논의했지만, 인공지능 사용 공개를 의무화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굉장히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인공지능이 폭넓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작가-배우 조합이 계약 협상에서 인공지능 기술 사용에 있어 배우, 작가의 보호조치에 대해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2월 오스카상 시상식에 앞서 10개 부문에 후보에 오른 "더 브루탈리스트"가 헝가리 억양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사용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쟁이 불붙기도 했는데요, "더 브루탈리스트"의 주연을 맡은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작품은 촬영상과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하면서 AI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도입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습니다.
비단 브루탈리스트 뿐 아니라 "에밀리아 페레즈", "듄: 파트2"와 같은 작품들 역시 퀄리티 향상을 위해 AI 도구를 활용했는데요, 제임스 카메론과 같은 영향력 있는 감독이 스타트업인 '스태빌리티 AI'에 합류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공지능 기술 수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쟁 역시 계속되고 있죠.
이를테면 데미 무어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반려견을 AI앱을 활용해 인간으로 변형시킨 사진을 업로드했다가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고, 결국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데미무어는 "이 이미지를 공유함으로써 우리 세계의 예술가와 창작자들에게 무례를 저지를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고 사과문에 밝히기도 했네요.
아카데미는 인공지능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 것에 이어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대중 커뮤니케이션' 정책 역시 강화했고, 출품작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나 회사가 "특정 영화의 깁버이나 주제를 비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오스카의 이번 결정이 앞으로 영화를 포함한 대중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단 명확하게 결정을 내리기보다 모호한 범주를 설정했고, 향후 추이를 두고보기로 한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가 가지는 위상을 생각할 때, 정말로 '배척'이 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는 있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논의가 이어질지도 두고보아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