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왜 카도카와의 최대주주가 되었을까 - SWI PREMIUM

카카오는 왜 카도카와의 최대주주가 되었을까



카카오가 해외투자에도 열심이다. 지난주에는 카카오가 일본 굴지의 콘텐츠 기업 카도카와의 1대 주주가 되었다는 뉴스가 덕후들의 타임라인을 뒤덮었다. ‘카카오가 카도카와의 최대주주가 됐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는 이미 2020년 6월부터 8월까지 카도카와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4.9%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카카오에서는 “카카오 및 카카오재팬과 장기적 협력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이후 추가투자를 단행하면서 2021년 1월 기준으로 7.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었다. 7.3%(517만 8,300주)는 약 176억엔(한화 약 1,800억원)가량이다. 카카오는 ‘의결권을 가진 주식’중 가장 높은 비중을 가지게 되었고, 오너 노부오 카와카미의 6.35%를 뛰어넘는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단독의결권(51% 이상 보유)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카도카와와의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게 될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

* 카카오는 왜 카도카와를 선택했을까?

이런 투자의 배경에는 지난 1월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전이 있는 것으로 증권계는 분석하고 있다.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전을 통한 글로벌 시장 장악 시도가 카카오의 발등에 불을 당겼고, 카도카와와 카카오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왜 카도카와인가’가 빠져있다.

<소드 아트 온라인>을 비롯한 유수의 라이트노벨이 카도카와 산하 레이블의 작품이다.

먼저, 카도카와는 일본 서브컬처계를 통해 성장한 재벌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라이트노벨 시장의 93%를 독점하고 있는 기업으로, 라이트노벨 시장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소드 아트 온라인>,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등을 보유한 전격문고가 카도카와의 레이블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노블코믹스’라는 이름으로 웹소설 원작의 웹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카카오페이지와, <나혼자만 레벨업>등의 작품의 성공을 직접 목격한 코미코에게 카도카와는 원작의 보고로 보이지 않았을까?

뿐만 아니라 카도카와는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를 통한 스폰서쉽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소위 ‘카도카와식 미디어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를 제외하면 한국의 미디어믹스가 카도카와의 미디어믹스를 앞서고 있다는 분석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나혼자만 레벨업>을 비롯한 대작 애니메이션 제작이 진행중이라는 루머가 사실이라면 카도카와와의 협업은 분명 빛을 볼 수 있다.

결국 카카오가 ‘카도카와’를 선택해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카도카와가 보유한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 참여 역량, 그리고 카도카와가 보유한 원작 라이트노벨, 그리고 이후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한 웹툰의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카도카와 입장에서도 점점 축소중인 라이트노벨 시장, 그리고 넷플릭스와 유튜브, 트위치 등에게 빼앗긴 니코니코동화(니코동)의 위상 등을 생각하면 카카오페이지라는 플랫폼은 자신들이 보유한 IP를 활용할 수 있는 판이 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았다고 볼 수 있다.

* 카카오의 해외진출 모델

이전 프리미엄 칼럼에서 네이버웹툰의 해외진출을 한마디로 정리하며 ‘테라포밍’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이 없는 시장에 진출해 작가들을 모으고, 광고수익과 원고료를 지급하며 그들을 ‘웹툰 작가’로 키워냈다. 아예 없던 시장을 만들어낸 다음 그 시장 전체를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가는 전략이다. 성공하면 확실한 강점을 가지는 전략이지만,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다 이미 네이버가 북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카카오에겐 쓸 수 없는 카드가 됐다.

카카오페이지의 해외진출 전략은 오히려 파이프라인 연결에 가깝다. 한국의 카카오페이지와 일본의 픽코마(둘은 다른 회사다)가 협업하면서 서로 서비스하는 작품을 교류하고, 동시에 웹소설 원작을 주력으로 한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어 다국어로 번역해 해당 국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로컬라이징을 하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이태원 클라쓰>는 픽코마에서 <롯폰기 클라쓰>로 번역되어 서비스되었고, 드라마 대성공에 이어 웹툰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카카오 산하 카카오페이지의 해외진출 현황을 도식화 했다.

‘우리 IP가 진출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카카오페이지의 해외 진출이 가지는 특징이다. 카카오페이지는 국내 IP를 관계사 파이프라인(픽코마)을 이용해 해외에 진출시키고, 동남아시아 등에는 직접 진출해 카카오페이지의 IP를 직접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지의 해외 진출을 도식화해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카카오 아래 카카오페이지는 타파스미디어의 지분 약 21%를 보유해 북미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투자를 단행했고, 2018년 네오바자르를 인수해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다. 또한 대만에서는 2021년 상반기 카카오페이지 플랫폼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 대륙에서는 텐센트와 합작플랫폼을 2021년 내에 런칭할 계획을 하고 있다.

동시에 카카오는 카도카와에 직접 지분투자를 해 픽코마-카카오페이지와 동시에 투자를 통한 협업관계를 만들었다. 이미 카카오페이지가 북미 타파스에 지분투자를 통한 협업관계를 단단히 만들어 놓은 것처럼, 앞으로 카도카와 보유 지분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카카오가 노리는 시장: 엔터테인먼트

이미 카카오는 재계순위 20위권의 대기업이다. 충분한 자본력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통합시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했다. 이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굵직한 곳들은 모두 카카오의 손을 거쳤고, 대부분 인수되거나 절반 이상의 지분을 카카오에 넘겼다. 김고은, 박보영, 이병헌, 한가인, 추자현(이상 BH엔터테인먼트), 공유, 공효진, 서현진, 전도연, 수지, 남주혁(이상 매니지먼트 숲), 박서준(어썸이엔티), 현빈, 이연희(VAST 엔터테인먼트)등이 모두 카카오 계열 소속 배우다. 아이유가 소속된 이담엔터테인먼트 역시 카카오 계열사다.

2020년 최고의 성공작중 하나인 <이태원 클라쓰>

이미 충분히 확보한 엔터테인먼트 파워를 활용해 카카오페이지에서 수급한 원작을 토대로 영상화하고, 단순히 영상화를 통한 수익뿐 아니라 배우가 활동하면서 나오는 수익까지 카카오에게 집중될 수 있는 판을 이미 만들어 놓은 셈이다. 이미 박서준이라는 성공사례도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원 클라쓰>에서 주연을 맡은 박서준의 소속사는 역시 카카오 계열사인 어썸이엔티다.

원작을 맡았던 카카오페이지와, 주연배우 수급을 맡았던 카카오M은 이제 한 회사가 됐다. 그리고 카카오M은 최근 <아만자>, <연애혁명>, <며느라기>등의 카카오tv 드라마를 만들어 제작역량도 갖췄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카카오페이지와, 글로벌 스타를 가진 카카오M이 한 회사가 되어 만들 시너지는 무궁무진해 보인다. 더군다나 카카오페이지는 단순히 웹툰-웹소설 플랫폼이 아니라 VOD 서비스부터 스트리밍까지 할 수 있는 멀티콘텐츠 플랫폼이기도 하다.

* 카카오의 해외진출 로드맵

카카오의 해외진출 로드맵은 거의 완성된 상태다. 한국의 IP를 자사 플랫폼, 또는 픽코마와 타파스처럼 협업사의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고, 수입할 수 있는 콘텐츠는 별도로 수입한다. 동시에 파이프라인을 여러군데에 연결해 우리 IP의 특정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력을 갖춘 작품을 다량으로 공급한다.

일본의 카도카와는 독점에 가까운 라이트노벨 점유율을 통해 향후 라이트노벨 원작의 웹툰을 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 역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적 저작물 중 실사화의 경우에는 카카오M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제작과 배급 역시 카카오M이 맡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제는 하나가 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가 열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려가 되는 점도 있다. 카카오는 카도카와와 협업하기 전부터 노골적으로 산업화된 콘텐츠 생산을 지향하고 있다. 웹툰의 지금을 만든 개인 작가의 작품보다는 더 빠른 제작, 더 많은 작품이 가능한 체제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 창작자의 작품이 소외된다면, 생태계의 다양성이 위협받는 순간이 올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더군다나 카도카와가 케모노 프렌즈 2기 등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창작자 친화적이라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이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북미 중심으로 글로벌화를 이끄는 네이버웹툰과 다르게, 카카오페이지는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리는 새로 개척할 해외진출 로드맵에 겹치는 경로는 대만 뿐이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출범으로,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더 큰 판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화라는 흐름 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지만, 카도카와와 카카오페이지는 더 끈끈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모양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대략적인 그림은 그려볼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카도카와 최대주주 등극은 그 첫번째 발자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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