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판사들, 클라우드플레어에 불법유통 방조 혐의로 손해배상 판결 얻어냈다
일본의 대형 출판사 4곳, 고단샤, 슈에이샤, 쇼가쿠간, 카도카와가 미국의 클라우드플레어를 상대로 5억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도쿄지방재판소는 19일 클라우드플레어의 저작권 침해 방조를 인정하고 5억엔 가량의 배상을 명령했습니다. 출판 4사는 ⟨원피스⟩, ⟨진격의 거인⟩ 등 각사의 대표작들을 무단으로 게재한 해적판 사이트에 대량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클라우드플레어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해왔습니다.
클라우드플레어가 제공하는 네트워크 서비스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입니다. 출판사들은 이 CDN이 "해적판 콘텐츠가 널리 유포되는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이 주장을 받아들인겁니다. 일반적으로 웹사이트에 이용자가 늘면 서버 부하가 커지고, 콘텐츠 송수신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른바 '로딩'이 길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CDN은 데이터센터 내에 대규모 서버를 구축, 콘텐츠를 복제해두기 때문에 원래 사이트가 다운될 정도로 접속이 폭주해도 대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서버와 이용자 간 거리가 가까울수록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접속의 용이성을 제공하게 됩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 CDN 서버를 두고 있고, 한국에도 지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불법 사이트들은 이렇게 복제된 사이트들을 이용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고, 클라우드플레어와 같은 CDN 사업자는 수없이 많은 저작권 침해 신고에도 '고객 보호'를 명분으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출판 4사는 "도쿄와 오사카에 위치한 두 개의 서버에 데이터를 복제, 일본 내에서 많은 사람이 열람할 수 있도록 저작권 침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행위는 출판사들이 권리를 갖고 있는 일본 내 출판권을 명백히 침해한다"고 밝힌 건데요. 즉, 이번 소송은 글로벌 침해가 아니라 일본내 피해를 침해로 한정했다고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판 4사는 이번에 문제로 지적한 두 불법유통 사이트의 월간 접속자가 합산 3억회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며 2020년 4월 이후 서비스 중단을 요구해왔으나 상황이 변하지 않았고, 2022년 2월부터 소송전을 벌여왔습니다. 배상액은 접속자 수를 기준으로 산정되었는데, 실제 피해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CDN사업자 등 유통에 관여한 망 사업자들에게도 책임을 묻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우리는 단지 이용자들이 인터넷 페이지에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 것일 뿐"이라며 "저작권 침해의 주체는 해적판 사이트지 우리가 아니다"라며 청구 기각을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출판4사가 불법성을 입증하고 서비스 중단 요청을 꾸준히 해왔다는 점, 이미 해적판 사이트들의 운영자가 처벌받거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글로벌 단위에서 CDN 사업자들이 불법 콘텐츠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바꿀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또한 한국의 웹툰 사업자들 역시 비슷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향후 플랫폼 사업자들의 대응 역시 관심을 모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