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관 망가원에서 필명을 바꾼 채 연재한 성범죄자가 하나가 아니었다
2020년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 재판 과정에서 편집자와 함께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민사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상인가면⟩의 스토리 작가가 필명을 바꾼 채 연재한 사례가 밝혀지고 나서 또 한번 유사 사례가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망가원에서 연재중인 ⟨성상의 심리사⟩의 스토리 작가로 알려진 야츠나미 이츠키가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하다 강제추행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2020년 연재가 중단된 ⟨액터쥬⟩의 스토리 작가 마츠키 타츠야라는 사실이 알려진 겁니다.
마츠키 타츠야는 2020년 8월 강제추행 혐의로 체포, 기소되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소학관에서는 이 사실을 파악한 상태에서 ⟨성상의 심리사⟩의 원작자로 기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용 당시에는 판결 확정은 물론 집행유예 기간이 이미 끝났고, 전문가에 의한 사회복귀 지원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2024년 8월 말 면담, 9월 초 '피해자에 대한 배려'를 이유로 필명 변경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림을 담당한 유키히라 카오루 역시 해당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고, 연재와 작화 지속 의사를 밝혔다고 소학관은 전했습니다.
소학관에서는 마츠키 타츠야가 심리 상담을 받았고, 사회적 제재를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경험 자체가 ⟨성상의 심리사⟩의 집필 동기가 되었다며 담당 심리상담사가 '심리적 요양, 갱생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며 마츠키 타츠야의 사회 복귀가 부정되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입니다. 피해자가 해당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독자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내용은 왜 삭제했는지, 본인이 필명을 바꾸고 연재하는 것이 어째서 '속죄'이며 '피해자에 대한 배려'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망가원 편집부와 소학관은 "이 방법이 정말로 피해자 배려였는지, 오히려 피해자를 상처입히는 것은 아니었는지 더 깊이 숙고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한 것도 같은 배경입니다. 망가원 편집부는 제 3자 위원회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일련의 과정과 판단이 적절했는지 전문가 판단을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성상의 심리사⟩의 업데이트 역시 중단한다고 밝혔는데요.
창작자는 창작에 있어 자유로워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자유가 그렇듯,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특히 대중예술은 더더욱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범죄로 인해 상담받았던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편집부가 이를 허가했다는 점은 의구심을 키우는 지점입니다. 피해자에게 '법적 책임'외에 충분히 용서받고, 활동을 이해받았다면 진정성이 있었겠지만 그런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필명을 바꾸는 것이 '피해자를 위한 배려'라고 편집부가 진심으로 생각했건, 아니면 '좋은 핑계'라고 생각했건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창작자가 창작에 있어서 자유로워야 하는 것과, 현실의 범죄사실을 숨기고 불리한 것은 취하지 않는 태도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우리는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필명 바꿔서 들키지 않으면 괜찮다'는 관행, 최소한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보이는 것 같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겠습니다.
물론 이건 '일본 만화계'라는 거대한 세계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느린 변화기도 하죠. 일본에서는 아동포르노 소지혐의로 지탄을 받은 ⟨바람의 검심⟩의 와츠키 노부히로가 여전히 데즈카상의 심사위원으로 활동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일본 만화계의 변화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한번 지켜봐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