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대체 탑툰은 뭘 하고 싶었을까.

도대체 탑툰은 뭘 하고 싶었을까.

지난해 8월, 레진 웹소설이 갑작스러운 종료를 알렸다. 한달의 유예기간을 두고 갑작스러운 종료를 알렸기에 파장은 컸다. 피해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프리랜서 계약 작가는 물론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던 담당자들조차 적어도 웹소설 종료 3일 전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작가와 작품 이야기를 나누며 잘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나서 며칠 뒤, 레진 웹소설은 원래 8월내로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했다. 법무팀의 검토는 거친 것이냐고 묻자, 다시 공지를 통해 한달의 유예기간을 둔다고 했다.

웹툰계에서 이런 일방적인 종료 통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대체로 플랫폼이 운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폐업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나왔지만, 폐업이라는 형태로 이미 끝나버린 플랫폼에 책임사유를 묻기보다 웹툰업계 전반의 부실한 토양에 대한 이야기와 유료모델의 다변화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레진의 웹소설 종료는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폐업이 아니라, 사업의 일부를 일방적으로 종료했음에도 작가와 독자 입장에서는 항의할 창구조차 없거나 적었고, 귀책사유를 따지기에 앞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공개 요청마저 묵살했으나, 소송을 불사하지 않고서는 강제할 수 없었다. 때문에 작가들은 싸웠다. 피해는 작가에게 돌아갔고, 작가들은 고용불안에 고통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2의 레진 웹소설이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는 전혀 새롭지 않았다. ‘그 정도로 막무가내로 용감한 회사가 또 있겠어?’ 하는 나이브한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그리고 레진 웹소설로부터 약 8개월이 지난 2018년 4월,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확신했던 일이 또 벌어졌다. 탑툰이 BL관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공지를 올린 것이다. 2018년 4월 12일에 올린 공지 내용은 “탑툰 BL 서비스가 2018년 4월 13일 종료됨”이라고 적혀있다. 공지 다음날 종료를 알리는 통보였다.


문제의 BL관은 지난 1월 26일 런칭을 알렸다. 레진코믹스와의 싸움이 한창이던 때, 새로 연재하는 작품을 홍보했던 몇 작가의 태도와 탑툰이 2016년 여름의 사이버불링 사태와 그 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여성혐오적 광고가 맞물리면서 탑툰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탑코의 유정석 대표가 직접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AA미디어와 함께 이루어졌던 부당해고에 대한 사과와 작품 재연재, 여성혐오적 광고에 대한 반성과 함께 작가 처우 개선을 이야기했다. 탑툰의 BL관 홍보계정에는 그 이후로 글이 올라오지 않았고, 100일도 채 되지 않아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당시 연재작가중에는 ‘독자님들이 염려하시는 부분에 관해 회사에 꾸준히 납득 가능한 피드백과 달라진 행보를 요구할 것’이라는 말을 한 작가도 있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던 탑툰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피드백을 하다가 그 마저도 포기한 것이 달라진 점이라면 달라진 점이다. 2016년 여름에 대한 피드백을 1년 반만에 했다고, 그마저도 첫 사례라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두고보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쓴 것이 1월 30일의 일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4월 14일로부터 정확하게 75일이 지났다. 탑툰이 BL관을 연다고 한지는 79일이 지났다.


4월 14일로부터 77일 전에 올라온 탑코 유정석 대표의 해명글(마땅한 명칭이 없어 굳이 붙인 이름이지만)에는 ‘회사 임직원, 작가분들도 소중하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늘리고 담당자의 숫자는 그대로인데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리 없다. 때문에 구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탑툰은 그동안 별 반응이 없었다.

흔히 포털 바깥에서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포털들은 자본이 많고, 체력이 좋으니까…” 맞는 말이다. 하지만, 웹툰을 팔기로 결정한 것은 업체들이다. 몇번째 이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본인들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작가가 져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유정석 대표 본인이 밝혔듯이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에 결국 사업을 접게 되기까지 했다. 본인이 이야기한 개선을 하기보다 사업을 접는게 이익이라고 판단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결국 또 피해는 작가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작가들은 탑툰이 BL관을 접기로 결정해서 새로운 연재처가 생기는 대로 다시 공지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회사의 결정 때문에 작가들이 또다시 기약없는 기다림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피해는 독자들도 입고 있다. 14일 한 독자가 공지를 보고 무료분에 대한 소유는 어떻게 되는건지 묻자, 탑툰 고객센터에서는 ‘해당 부분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답변을 했다. 독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탑툰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독자를 위한 보상은 커녕 안전망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사업을 접겠다는 공지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걸 보면, 독자가 최우선순위는 아닌 모양이다.

동아닷컴의 기사(1)에 따르면 탑코의 관계자는 이 계약 수정에 대해 “공정위의 약관 시정목적에 깊이 공감해 자율적으로 약관을 시정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다음 문장이 백미다. “’공정한 계약을 통해 작가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갈 때 보다 경쟁력 있는 웹툰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업 이념에 따라 향후에도 작가들의 권익 및 수익 증대를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말을 한 시점은 2018년 4월 2일이다. 그리고 열흘 뒤, 탑툰은 BL관 폐쇄를 선언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BL관은 기업의 이념에 맞지 않았던 것일까? 그렇다면 왜 1월에는 런칭을 선언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할 것처럼 나섰다가, 일체의 활동을 중단하고 70여일만에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을까? 자신들의 입으로 말했던 작가 처우개선등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오직! 독자만 생각한다던 탑툰은 과연 뭘 하고 싶었던 것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1)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기사 원문 : 탑코 “공정위 권고 수용”…탑툰 연재 계약서 불공정약관 자진 시정

작성자: 웹툰평론가 이재민

작성일: 2018년 4월 18일

등록일: 2018년 4월 18일

수정일: 2018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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