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미디어 인터뷰 ④] 장미 작가, "누군가에게 쉼이 되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

2019년 한해동안 웹툰계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에이전시 등 작가가 플랫폼과 직접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을 대리하고 전반적인 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그 전문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웹툰인사이트에서는 최근 다양한 분야로 활동을 넓히는 중인 신생 기업인 "소이미디어"의 관계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어차피 인간은 다 변태야>, <내게 SM을 해봐!>, <무명시기>등 SM 웹툰을 제작하고 계시는 장미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Q. 웹툰인사이트를 보고 계시는 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웹툰 작가 장미입니다. 가시가 있어도 나답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서 장미라는 필명을 쓰고 있어요. 저스툰에서 SM성향자 커플의 달콤살벌한 일상을 담아낸 <어차피 인간은 다 변태야>로 데뷔하여, 현재는 풋풋한 SM성향자 청춘의 설렘을 담아낸 <무명시기>와 다양한 SM 커플이 등장하는 <내게 SM을 해봐!>까지, 모두 SM을 소재로 한 세 가지 작품을 동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장미 작가의 데뷔작 <어차피 인간은 다 변태야>

Q. SNS에서 작품을 구상하시다가 연재 제의를 받고 결정을 내리시기까지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당시 저는 회사에 재직 중이었어요. 그때 회사 생활이 너무 지루해서 점심시간에 핸드폰으로 짬짬이 그리던 만화가 바로 <어차피 인간은 다 변태야>였죠. 저는 만화 중에서 일상툰을 가장 좋아해서 SM성향자가 그리는 SM 일상툰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거든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아무도 그려주지 않아서 직접 그리다가 '나만 보기 아까운데 SNS에 올려볼까?' 하고 아무 생각 없이 SNS에 올리게 되었어요.

그런데 하루도 채 되지 않아 팔로워가 1000명을 돌파한 거예요.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팔로워 숫자를 보며 무척 놀랍고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나요.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SM을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좋아해 주는데 정작 편견을 가지고 지레 겁먹었던 건 나였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SM일상툰의 수요에 대한 가능성도 느꼈어요.

두 달이 지나고 팔로워 2만 명을 달성하게 되면서, 감사하게도 여러 업체와 연재 미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걱정과 고민이 많아 쉽게 연재를 결정하지 못 하고 있었을 때, 누구보다 구체적이고 빛나는 비전을 제시해주신 지금의 허 대표님을 만나 연재를 결심하고 데뷔하게 되었답니다.

Q. <어차피 인간은 다 변태야>라는 작품은 그동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SM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많은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작품을 구상하고 기획하실 때 어떤 고민이 있으셨는지 듣고 싶어요.

가장 고민이었던 건 SM 용어가 워낙 방대하고 추상적이어서, 이런 개념을 어떻게 하면 독자분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는 거였어요. SM성향은 정확한 정의가 내려진 게 아니고 여러 SM성향자들이 토론을 하며 대략적인 범위를 가지고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만화에 부분적으로 설명하게 되면 실제 SM성향자분들께 폐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거든요.

특히 <어차피 인간은 다 변태야>는 단순히 SM을 소재로 한 만화가 아니라, 성 소수자로서 SM을 이야기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SM성향편을 준비할 때 가장 마음이 쓰였어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지금은 성향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을 강조하되, 최대한 다양한 사례를 참고해서 이것이 전부가 아님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또, 이런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독자분들이 SM성향편을 좋게 봐주셔서 보람차기도 합니다.


Q.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작품이지만 일단은 작가님의 사생활, 그것도 가장 내밀한 사생활이 담긴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만나는 웹툰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연재 시작 전 정말 걱정이 많았어요. 가족과 친구들에게 제가 SM성향자라는 걸 들킬까 봐 늘 노심초사해야 했거든요. 실제로 SNS에 올린 제 만화를 보고 ‘네 그림체와 비슷하다’며 연락이 온 적도 있어서 심장이 떨린 적도 있었고요. 막 데뷔하는 작가로서는 SM성향자임을 밝히는 만화로 데뷔하면 작가로서의 이미지가 한 가지로 고착되어서 추후 다른 작품을 할 때 장르에 제한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고, 제 성향과 사생활을 알고 있는 분들과 업무 미팅을 해야 하는 것에 부담도 느꼈어요.

그런데도 해야 한다고 느꼈던 건 저에게 SM은 너무 중요한 아이덴티티였기 때문이에요. SM은 제 어린 시절의 가장 큰 고뇌이자 열정이었거든요. 제가 당장 데뷔작으로 이 소재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꺼내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죠. SM성향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려면 SM성향자가 존재하는 것부터 알려야 한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다른 SM성향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전, 저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Q. 이후 ‘장미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3개 작품을 연재하게 되셨습니다. 장미 유니버스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장미 유니버스는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SM성향자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관이에요. 현재는 <어차피 인간은 다 변태야>, <무명시기>, <내게 SM을 해봐!> 세 가지 작품이 포함되어 있고, 추후 더 많은 캐릭터와 작품들이 추가되고 크로스오버로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에요. 장미 유니버스 작품들을 모두 함께 즐기시면 감상하실 때 더 큰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테니 많은 기대 부탁 드릴게요.

장미 유니버스의 세 작품

Q. 말하자면 동시에 세 작품을 연재하는 셈인데, 작업 루틴은 어떻게 되나요?

먼저 매월 초에 <내게 SM을 해봐!> 한 달 분량을 시나리오 형식으로 작업하여 그림 작가님께 드리고, 매주 1회 <무명시기>그림 콘티와 <어차피 인간은 다 변태야> 주 2회 마감을 하고 있어요. 저도 데뷔할 당시만 해도 제가 세 작품을 하게 될 줄 정말 몰랐는데, 막상 마감이 다가오니 다 해내게 되네요. 다소 빠듯하긴 하지만 언제나 훌륭한 호흡을 보여주시는 그림작가님들과, 작업스케줄을 섬세하게 조율해주시는 허 대표님 덕분에 무사히 마감을 끝내고 있답니다.

연재할수록 느끼는 건 프리랜서일수록 쉬는 날을 잘 챙겨야 한다는 거예요. 사실 연재 초반에는 밤낮이 바뀌기도 하고 인스턴트 음식을 달고 살다가 건강에 위협을 느꼈어요. 그 후로는 매일 비슷한 작업량으로 일할 수 있도록 분배하면서, 평이한 일상을 지키는 걸 1순위로 두고 있어요. 만화 연재는 제 인생의 일부분이지만 제 몸과는 평생 가야 하니까, 더욱더 건강에 신경 쓰고 있는 요즘이에요.

Q. 세 작품 모두 주제가 SM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세머들이 받는 오해를 생각하면 작가님의 작품이 흥미 위주로 소비될수도 있어 또 고민이 있으실 것 같아요. 스토리를 만드실 때 가장 중점을 두시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재미와 안전이에요. 만화 자체의 재미가 부족하다면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있어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 자신이 느끼기에 흥미로운 주제만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제가 재미없다고 느끼면 독자분들도 똑같이 느끼거든요.

안전 역시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인데, 자칫 안전에 대한 내용만 나열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만화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어요. 특히 제 만화 중 <어차피 인간은 다 변태야>를 통해 SM을 처음 접하신 분들이 많은데요. 자칫 준비 없이 만화에 나오는 플레이를 따라 했다가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위험성이 큰 플레이는 만화에서 배제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만화의 재미를 위해 각색한 부분이 있고, 따라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추가해서 독자분들이 감상하실 때 유의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즐거움을 위해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Q. 소이미디어의 설립의 주축이 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이미디어라는 기업을 만들고자 생각하신 이유가 좀 듣고 싶습니다.

장미 유니버스의 세 가지 작품을 중심으로, 제가 스토리 작가로서 참여하는 작품이 점점 늘어나면서 개인으로는 웹툰 IP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또,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만들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웹툰 제작 스튜디오라는 형태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다만 설립 이후 구체적인 기업의 방향성이 고민이었는데, 허 대표님이 합류하고 의논하게 되면서 지금의 웹툰 기반 종합 IP 스타트업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답니다.

Q. 회사가 생기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제작사가 함께 하면서 작가로서 달라진 점이 좀 궁금합니다.

일차적으로는 만화 외의 잡무들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연재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부담이 조금 줄었어요. 또, 가장 큰 변화는 함께 끊임없이 미래를 고민한다는 점이에요. 작가로서 웹툰 업계는 늘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성장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버티기가 어려워요. 그걸 알고 있지만 당장 눈앞의 연재에 급급하다 보니 멀리 내다보기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구체적인 미래를 설계하고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느껴요.

Q. 작품을 하시는 작가로서 ‘이런 작가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하신다거나, 목표로 하는 지점이 있으시다면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흔히 만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요리에 비유하곤 해요. 소재라는 재료를 골라서, 자신의 방법대로 요리한 다음 독자라는 손님에게 제공하는 거죠. 막 데뷔했을 때 저는 건강에 좋은 음식만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요리만이 좋은 요리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음식점이 건강식만 제공할 순 없다는 걸 알아요. 또 그럴 이유도 없고요. 패스트푸드도 누군가에겐 빠른 시간 내에 먹을 수 있는 소중한 양식이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도 누군가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수단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아직 그릇이 부족한 탓에 너무 많은 재료를 첨가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보는 사람이 깊게 고심하지 않아도 쉽고 재미있게 감상하길 바라요. 제 만화가 잠시나마 누군가의 쉼이 된다면 만족스러울 거예요.

Q. 작가님의 작품을 즐기고 계신 팬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연재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는 지금, 매번 매 순간 연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행본 작가의 말에도 적었지만, 다양한 응원의 메시지 중에서도 제 만화를 통해 자신을 긍정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언제나 가슴이 뜨거워져요. 제 작품이 힘이 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께, 여러분의 존재도 저에게 정말 큰 원동력이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다음 생에도 작가로 살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이요! 온 마음 다해서 애정해요.​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였지만, 장미 작가의 깊은 고민과 만화에 대한 애정, 그리고 독자분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작가분들이 계시기에 소이미디어는 신생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자신이 할 수 없는 것, 해야 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을 구분하는 일은 직접 만드는 사람에게는 결정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장미 작가는 그 부분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었습니다. 독자분들 역시, 그 고민을 만화를 통해 읽어 내시리라고 믿습니다. 장미 작가와의 인터뷰를 끝으로, 소이미디어와의 인터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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