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만화영상진흥원 - 만화계 숙원사업, '웹툰 아카이브'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만화, 웹툰계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손대기 막막했던 숙원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웹툰 아카이브 구축사업입니다. 그동안 웹툰은 플랫폼이 소멸하면 자연스럽게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리거나, 작가 본인이 철저하게 관리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 불법적으로 다운로드 받아놓은 경우에만 확인할 수 있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또한 웹툰에는 '판본'이라는 개념이 희박해 어떻게 수정을 거쳤는지 정확한 확인과정과 그에 맞는 데이터를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개인 캡쳐 정도를 통해서만 가능했지요. 때문에 작가들 뿐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웹툰 아카이브 사업의 문이 열렸습니다. 웹툰인사이트에서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지금까지 웹툰 아카이브 사업이 어떤 경로와 고민을 거쳐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봅니다.




Q. 먼저 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한 소개와 역할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만화영상진흥원은 어떤 일을 하나요?

- 진흥원은 한국 만화의 가치증대를 위해 만화산업의 역량 강화, 만화 창조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화박물관과 만화규장각사업 운영, 또한 만화 창작자를 지원하고 발굴하고 최근에는 비평 공모전을 통해 만화 비평문화를 넓히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Q. 1989년 이전에 발행된 ‘고만화’를 수집한다는 공지를 보았습니다. 고만화의 경우 구매부터 상태에 따라 복구나 관리 등의 문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고만화의 구입시 훼손된 정도에 따라 금액 감소율 기준이 있습니다. 최초 금액은 매도자(판매자)의 희망 금액을 받고 원로 작가, 경매인, 전문가 등 다섯 분 정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평가합니다.

​2019년 4월 말 진행된 상반기 고만화자료 구입 공지

여기서 정해진 금액을 기초로 해서 그간 진흥원이 보유한 시장조사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상 절차를 거쳐서 최종 구입을 결정하게 됩니다. 고만화의 관리는 항온, 항습 시설을 갖춘 진흥원 박물관 수장고에서 하고 있고, 지속적인 소독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Q. 고만화는 보존하는 것 뿐 아니라 그대로 읽을 수 없어 복간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 진흥원에서는 말씀드렸다시피 복간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한국만화사의 주요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살려내고 있습니다. 저희가 소장하지 않고 있는 작품들을 복간할 때 개인 소장자들에게 빌려서 내기도 하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복간된다고 해서 오래된 만화들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가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

복간판으로도 굉장한 인기를 얻은 박기정 화백의 <도전자> (이미지=YES 24)

Q. 고만화의 경우 판본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당시 인쇄 품질이 좋지 않아 복원을 많이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서적 복원은 굉장히 전문적인 작업으로 알고 있는데, 복원은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작품의 경우 보존처리를 하고 복원 작업을 거칩니다. 산화를 일으킬 수 있는 철심은 실로 바꾸고, 제본할 때도 중성 풀을 사용하는 등 세세한 부분도 신경을 써서 복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원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많은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는 힘듭니다.

이렇게 실제 복원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분들이 보기 위해서는 디지털 복원이 더욱 중요하다고봅니다. 예를 들어 원고가 있는 작품이 아니면 복간을 할 때도 스캔 후에 디지털로 보정, 복원한 후 복간판을 내면 인쇄 품질도 높아지니까요. 또한 현재 만화창작관련 인력이 많아져서 이러한 작업을 하는 데 보다 좋은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4월 2일 업무협약을 맺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국립중앙도서관 (사진=진흥원 제공)

Q. 이제는 온라인에서 읽는 만화가 더 많아졌습니다. 연재를 하다가 사이트가 사라지거나, 연재가 끝나 게재가 종료되면 다시 보기가 힘들어 꾸준히 아카이빙 사업에 대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진흥원에서 진행 중인 아카이빙 사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웹툰 뿐 아니라 오래된 만화들 중에는 막연히 사라져버리는 대중예술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라이파이> 시리즈 같은 경우는 당대 최고로 인기가 있던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총 4부, 32권 전질이 일부만 남고 대부분 소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수십만 권이 유통되었다고 생각되는 책인데 이렇게 책이 없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자료의 경우에는 더 취약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파란, 야후 등의 웹툰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아예 볼 수 없게 된 만화들도 있고, 출판을 통해 유통되지 않으면 작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 파일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작품의 경우 시간이 지나 수정을 거치면 1,2,3차 판본의 개념이 없어지고, 이런 판본의 보존 역시 개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한때 인기를 얻었던 야후, 파란 웹툰은 2012년 문을 닫았다. (자료=만화규장각)

에이전시나 플랫폼의 수명이 작가보다 길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작가가 가지고 있는 디지털 파일에 의존하는건 불확실성이 너무 높은 보존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랜섬웨어, 바이러스 등의 위협도 있고요. 미리미리 대책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진흥원에서도 아카이브 사업의 중요성을 느끼고 문체부와 논의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아카이빙 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올해 시스템 구축을 위한 문체부 예산 10억원으로 1차 시작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Q. 아카이브에 보존하기로 선정하는 웹툰의 기준은 어떤 것이 있나요?

- 상업적으로 유통된 작품 전체가 대상입니다. 정식으로 유통되지 않는 베스트도전 등의 작품은 현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웹툰은 우선은 서비스파일을 수집하려고 하구요, 이후엔 작가들의 작업파일, 원고 파일까지도 보관하는 서비스로 나아갈 계획입니다.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기본적으로 플랫폼과 상의해서 협약을 맺은 다음 수집에 대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계획입니다.

Q. 아카이빙 사업을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또, 아카이빙 사업에서는 어떤 부분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제도가 기반하지 않은 수집과 소장에는 저희 진흥원에도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립중앙도서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웹툰의 안전한 보존인데 진흥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두 곳에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카이브는 작가, 연구자뿐만이 아니라 웹툰을 찾는 영화, 드라마 제작사 등 다양한 연관업계에도 상당히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Q. 아카이빙이 진행되면 작가분들에겐 어떤 혜택이 있을까요? 연구자나 평론가 등은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요?

- 현재도 만화도서관에 작가, 연구자 분들이 별도로 자료이용을 하실 수 있습니다. 도서관의 보존자료도 이용이 가능하구요, 아카이브 사업에는 당연히 산업적, 학술적인 측면의 이용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만화도서관 검색 페이지 (화면 캡처)

작가분들의 경우에는 당장에 아카이빙 사업이 없어서 불편한 게 없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끊임없이 변화하는 판본에 따라 보존할 수 있어서 그만큼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아카이브는 현재 온라인 공개는 고려하지 않고 만화도서관 내부에서 운용하는 방안을 중점으로 진행중입니다.


Q. 아카이빙 사업을 하면 일반 독자분들도 만날 수 있나요? 이렇게 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대중을 대상으로 웹툰을 저희가 직접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건 아무래도 민감한 사항이라 어렵다고 봅니다. 현재 준비 중인 아카이브 사업은 웹툰 비즈니스를 원하거나 만화계 종사자들에게 플랫폼을 통해서 볼 수 없는 웹툰을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을 통해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만화도서관 내 자료보존실처럼 아카이브 사업도 별도의 허락을 통해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화면 캡처)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미디어믹스 활성화를 위해서도 서비스가 끝난 웹툰들은 관련업계 종사자, 연구자 등에는 서비스하는 것이 웹툰업계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Q. 아카이빙을 하더라도 단순히 쌓아놓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대로 분류하고, 열람과 연구가 가능하도록 검색이 가능하게 색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번 아카이빙 사업은 어떻게 웹툰을 분류할 예정인가요?

- 웹툰아카이브는 작가, 작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과 같이 연관되어 여러 각도에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DB(데이터베이스)구조를 만들고 아카이브를 구성하려고 합니다.

자체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 넷플릭스.
어쩌면 아카이브를 통해 모은 로우데이터(Raw Data)를 활용한다면 웹툰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나아가 웹툰에 나온 지문, 대사 등을 프로그램을 통해 텍스트 화 해서 보다 다양한 요소로 이용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습니다.


Q. 수천편에 달하는 웹툰의 정보들을 아카이빙 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 아직은 설계 단계이기 때문에 웹툰 플랫폼과의 논의를 통해 아카이빙 주기, 방식 등을 정리해나가려고 합니다. 내년 이후에는 올해 아카이브 ISP 설계에 따라 사업비를 증액할 수 있게 문화체육관광부와 긍정적으로 협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후 구조도가 완성되고 플랫폼들과 협업을 맺으면서 수집 방법 등을 확정해 예산과 함께 관리 인력과 다양한 내용을 최종 확정할 예정입니다.

Q. 끝으로, 웹툰인사이트를 보고 계신 분들께 마무리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희 진흥원에서 진행중인 자료 수집, 데이터베이스 구축, 아카이브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이 앞으로 만화문화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사업들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지만, 공공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만화문화를 고급화하고, 한번 소비되고 마는 ‘스낵 컬쳐’가 아니라 한층 수준 높은 문화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인프라가 바탕이 되어야 만화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능성이 더욱 폭넓게 존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진흥원에서는 앞으로도 만화문화의 도약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웹툰인사이트를 보고 계신 독자와 작가 여러분 모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고,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도 보내주시면 저희에게 모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직은 설계부터 차근차근 진행중인 아카이빙 사업은 플랫폼들과 협약에 따라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하는 등 협약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원천소스로 주목받고 있는 IP인 웹툰을 보다 쉽고 빠르게 제작자들이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도 주목해볼 만 합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이번 아카이빙 사업은 만화계에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웹툰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 자리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인 만큼, 기대만큼의 성과를 만들어내길 기대하며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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