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아티스트 레이블, “스트레인지 타이거”를 만나다 ① – VARIOUS ARTISTS

IP확장이라는 말은 이제 너무 당연한 말처럼 여겨지지만, 그 한계가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생존이라는 두 글자 아래에서 작가는 새로운 실험을 하기도, 자신을 위한 작품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스트레인지 타이거”는, 다양한 분야의 시각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팀입니다. 전통적 의미에서 스튜디오라고 보기에도 어렵고, 친목 모임이라고 하기엔 전문적인 집단입니다.

웹툰인사이트에서는 만화를 포함해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스트레인지 타이거와의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스트레인지 타이거의 로고

Q. 여러 팀원들이 와 계세요. 각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약수: 필명은 약수(YakSu)로 활동중인 만화가입니다. <카닌드루>라는 만화로 데뷔했습니다. 투믹스에서 출판했던 작품에 추가 에피소드를 더해 연재했었습니다. 지금은 <수라의 도시>를 서울미디어코믹스의 플랫폼인 빅툰과 타 플랫폼들에서 비독점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긴유: 코미카 <나의 스마트 보이>로 데뷔한 만화가입니다. 네이버 시리즈에서 <오빠야 누나야>라는 만화를 완결하고, 차기작을 준비중입니다. 재담미디어와 함께 작업중이기도 합니다.

마빈: 에끌툰 <의인을 찾아서>라는 작품으로 데뷔했고, 단행본을 출간했습니다. 지금은 카카오톡 이모티콘, 뮤지션 아트웍 등 여러 분야의 작업을 하고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고양이를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조윤영: ‘이거’라고 정해둔 아이덴티티는 없고,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싶어서 개인 작업 외에 다른 작업들을 준비중인 상태입니다. 산업 디자인과 시각 디자이너로 3년쨰 일하고 있어요.

최제연: 10년전 문하생으로 만화계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만화콘텐츠, 출판, 일러스트 회사에 다니거나, 만화작업관련 외주를 하다가 학산문화사와 연이 닿아 레진코믹스에서 <가면의 정사>라는 GL 성인 스릴러물을 연재 했습니다. 지금은 케나즈와 함께 <씽커>라는 작품의 작화를 맡아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하고 있습니다.

김순태: 게임회사에서 일 하다가 만화를 하고 싶어서 일을 그만두고 공모전을 준비했어요. 원래 만화를 계속 하고 싶었는데, 나이만 먹고 만화와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했다가 운 좋게 데뷔를 하게 됐습니다. 데뷔작 <소요유>를 투믹스에서 연재했어요.

약수: 그리고 오늘 함께 하지 못한 세 분이 계시는데, 한 분은 <바디렌탈>을 버프툰에서 연재중인 다라 작가님이고, 얀이라는 프랑스 멤버가 있어요. 영상 특수효과(VFX)와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멤버입니다. 그리고 재이 대표는 지금 오고 있는데, ‘비트볼 뮤직’이라는 곳에서 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인 멤버가 있는 창작집단은 많이 보질 못한 것 같아요. 처음 시작은 어떻게 결심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약수: 처음에 팀을 만들었었는데, 잘 안 됐어요. 에이전시부터 제작까지 만화에 대한 모든 걸 하는 회사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제대로 된 제작사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지인끼리 시작하니까 트러블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크루 겸 레이블로 재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재이 대표가 서브컬처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섭외해 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만화가들과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처음에 최제연 작가, 김순태 작가가 합류해서 팀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후에 마빈 작가에게 소셜미디어로 다짜고짜 물어봤더니 “저라도 괜찮다면…” 하면서 참여해 주셨어요. 긴유 작가님은 소속이 되어 있다 보니까 물어보질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같이 만난 자리에서 “나는 왜 안 불러줘?”라고 하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윤영 작가님은 대표의 지인인데, 만화가 아닌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차에 굉장히 실력있고 성실한 분이라고 소개를 해 주셨어요.


Q. 만화가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레이블’을 만들어서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지 궁금해요.

약수: 저는 만화를 할 때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예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감기한이라는 벽이 있다 보니 100%를 쏟아 붓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을 쏟아내서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목마름 같은 게 있었어요. 근데 이런 팀을 만들어서 다양한걸 기획하고 활동하다 보니 ‘만화 이외의’ 것들에서 그 갈증들이 풀리고 재미있더라고요.

약수 작가의 작품 <수라의 도시>

예를 들어서 제가 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기획했을 때는 그 작업에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는 못하지만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느낌으로써 만족감이 생기고, 일러스트를 작업을 하게 되었을 때도 만화작업을 할 때 느끼던 아쉬움들이 해소되더라고요. 마빈 작가가 뮤지션 콜라보를 통해서 LP 커버 아트웍을 준비 중인데, 그런 것처럼 하나의 그림에 많은 것을 쏟아낼 수 있어서 재밌더라고요. 단순히 ‘외주’ 개념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아티스트로 콜라보를 한다거나, 내 그림이 저기서 의미를 갖는다거나 하는 방식이어서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좋아요.


Q. 앨범 커버 디자인은 마빈 작가님이 하고 계신다구요?

마빈: 재즈 음악에 원래 관심이 좀 있었어요. 재이 대표가 일하고 계신 곳에서 LP 제작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LP라는 형식에 맞는 작업을 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 프로젝트를 ‘스트레인지 타이거’라는 팀 이름을 걸고 시작하게 된 거예요. 또 첫번째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라서 그게 되게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해보게 됐죠.


<LP 콜라보 프로젝트 “아티스트 스퀘어[artist²]”의 첫번째 앨범 티저 이미지>

Q. 레이블 안에서 일을 하시게 되면 금전적인 부분은 어떻게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약수: 금전적인 부분은 대표가 책임지고 있고요. 최대한 챙겨드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보다는 많게 챙겨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그것보다 더 팔리기를 기대하는 거죠(웃음). 기본적으로 스트레인지 타이거는 금전적으로 유지된다기 보단, 저희는 서로에게 좋은 영감이 되는 걸 지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면 공유하는 곳이예요. 좀 더디더라도 다양한 작업들을 기획하고, 자금적인 여유가 생기는대로 실행에 옮기는 거죠.


Q. 그럼 평소에 각자 작업하실 때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편인가요?

약수: 그렇죠. 마빈 작가는 이모티콘 만들 때, 최제연 작가 같은 경우도 한창 작화작업 준비를 할 때 ‘이거 괜찮아? 이건?’ 하면서 많이 물어보곤 했어요. 서로 그렇게 하는 거죠.

최제연: 워낙 오래 혼자 작업을 해와서 피드백에 목말라하거나 피드백이 없다고 절망하는 타입은 아닌데, 멤버들이 피드백을 주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 같아요. 동료들이기도 하지만 각자 전문가이기도 하잖아요. 동료의 피드백은 좀 좋은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약수: 특히 다들 추구하는 바나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까 본인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시너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분들을 더 모시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만화도, 일러스트도 종류가 엄청 많은데, 그런 스타일이 섞이면서 나오는 시너지가 있을 거라.

작가분들 인터뷰를 하다가 “우리집 강아지 말고 사람을 몇 개월만에 처음 만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아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나서, 작가분들에겐 작업중에 고립되는게 스트레스인데, 스트레인지 타이거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동업자로써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김순태 작가님은 그림을 보면 ‘내공이 있으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데뷔하시게 된 건가요?

김순태: 아이고, 까 보면 다 들통 나는데(웃음). 게임 업계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하다보니까 재미 있어서 오래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30대 중반이 되니까 ‘더 이상 나이를 먹으면 만화를 못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회사 다니면서 준비했던 공모전 작품이 떨어졌거든요. 그래서 한번 갈아 엎는 작업을 거친 후에 투믹스에서 연재를 하게 됐습니다. 약수 작가님이랑 학교에서 아는 사이라 계속 작업물을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받았죠. 준비는 한 반년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약수: 손이 되게 빨라요. 직장을 다녀서 그런가? 정말 ‘이게 된다고?’ 싶은 정도로 빠르더라고요.

Q. 마빈 작가님은 에끌툰에서 <황병장>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하셨죠?

마빈: 네, 그 작품이 데뷔작이예요. 단편이고, 군대에서 겪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예요. 기독교의 모순적인 모습들을 좀 비판하고 싶었어요. 사실 기독교가 양파 같아서 까도 까도 뭐가 계속 나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앞으로도 좀 까야 될 것 같습니다.

Q. 이모티콘도 제작을 하셨잖아요?

마빈: 카카오톡에 ‘덕만이’라고 검색하시면 찾아보실 수 있어요. ‘덕만이의 하루’라는 이모티콘이예요. <황병장>을 끝내고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 고양이는 ‘고로’라는 고양이인데, 어미가 버림받은 아이였거든요. 2년 반 정도 되었고요. 고로의 행동을 관찰하다 보니까 이모티콘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돈도 필요했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제 실력으로 만화로 살아남긴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것 저것 도전하고 있는 거죠. 그 중 하나가 이모티콘입니다. 나름 시장조사를 해봤는데 고양이는 반드시 통한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실패할 수 없는 고양이, 덕만이의 하루

그래도 ‘덕만이’ 이모티콘을 만드는 기간도 승인까지 오래 걸렸고, 이후에 수정도 오래 걸렸어요. 지금도 계속 까이는(?) 중이구요. 거절을 당해도 창작자의 창조성에 피해가 갈까봐 피드백을 주지 않는데, 이해가 가더라구요.

Q. 긴유 작가님이 소개하는 작품 <오빠야 누나야>는 어떤 작품일까요?

긴유: 시트콤처럼 ‘와글와글’한 느낌의 만화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연재 준비를 할 때 피드백 과정을 거치면서 원래 느낌이 좀 줄긴 했지만 괜찮게 나온 것 같아요.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된 <오빠야 누나야>

Q. 영상화를 염두에 둔 작품인가요?

긴유: 생각을 안한 건 아닌데, 드라마 같은 ‘느낌’을 가지고 와서 그림을 그렸다고 보시는게 더 정확할 것 같아요.

약수: 약간 <남자 셋 여자 셋> 느낌이 있는데(웃음)

긴유: 실제로 그런 느낌의 시트콤을 많이 보면서 작업했어요. 그런 분위기를 그려야 하니까.

Q. 작업하실 때 사이클을 좀 알고 싶어요.

긴유: 다른분도 다 비슷하실 것 같은데, 하루에서 이틀 스토리, 하루 콘티 작업하고, 하루에서 늦을땐 이틀까지 선화 작업을 하고 나머지는 채색 식자 등등 작업하는 것 같아요. 제가 보통 스토리에서 막혀서 나쁜 경우에 3일까지 소요가 돼요. 그렇게 되면 12시간 안에 선화를 완성할 때도 있었고 그렇죠. 어시는 거의 없었고, 지원사업이 있어서 4화 정도 채색 도움을 받고, 마지막 몇화 정도 친동생에게 채색을 부탁하고 그랬죠.

약수: 긴유 작가도 손이 진짜 빨라요. 잘 풀리면 막 4일만에 끝내고 그랬거든요.


Q. 지금은 차기작 준비중이신 거구요?

긴유: 네.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이 등장인물 심리를 좀 빠르게 스킵했던 것 같아서, 심리묘사를 치밀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을 그려보고 싶습니다.이제 막 기획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Q. 최제연 작가님은 <씽커>에서 작화를 담당하고 계시죠?

최제연: 네. 이 작품은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을 다루는 작품이예요. 사람의 기억을 삭제하고 조작하는 게 가능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기억 조작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기억 삭제를 금지시키고 그걸 국가에서 관리하는 거죠. 그것과 관련된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수사하고, 기억을 복원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두 주인공을 다루는… SF… 액션… 스릴러… 느와르(웃음) 작품입니다.

전작 탈고 후 열심히 준비했던 타이틀이 있었습니다만, 업체들 측으로부터 연재는 어렵다는 피드백을 수 차례 받았습니다.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흐르니 불안하기도 하고, 생활도 어렵고 해서 ‘제안이 들어오는 건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주변에 혹시 내가 할 작품이 없나 물어봤죠. 그러다가 <씽커>의 기획서를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최제연 작가가 작화를 맡고 있는 <씽커>

제 이름을 걸고 웹툰 작화파트를 담당 해보는 건 처음인데다 작업하기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 저에게는 일종의 도전이었고, 그에 따른 부담감이 있습니다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완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윤영 작가님은 ‘딱히 아이덴티티를 정하진 않았다’고 하셨지만, 본인과 가장 가까운 것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윤영: 대학교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가깝게 있는 건 디자인이긴 하죠. 가장 편하기도 하고요. 일러스트는 제 일상에 관한 걸 그리고, 주변 분들이 보시면서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는 면이 있어요. 일상의 부분은 일러스트에 닿아 있고, 직업적인 부분은 디자인에 닿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비주얼 아티스트'라는 말은 포괄적입니다.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아티스트들이 협업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곳이 바로 '스트레인지 타이거'인 셈이죠.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이기 때문에 서로의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창작집단입니다.

인터뷰는 2편, "비주얼 아티스트 레이블, “스트레인지 타이거”를 만나다 ② – The Safe Place"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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