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SIGHT] "서서코믹스" - 요즘 것들이 모여 만든 만화잡지

아, 혹시 광고가 아닐까 우려한다면 이건 내 돈 주고 펀딩해서 사 읽은 후기다. 내돈내산 후기.

“요즘 것들”만큼 전 세계적으로 유서깊은 말도 찾기 힘들다. 고대 그리스의 기록에서도 “요즘 것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표현을 찾을 수 있다는 우스개소리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에는 중요한 것이 지워져 있다. ‘요즘 것들’도 삶을 살아내야 하는 한 명 분의 인간이라는 사실. 마치 요즘 것들은 자신의 삶을 책임질 필요가 없는 것처럼,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삶을 떠받들어야 한다는 듯이 “버르장머리”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안, 우현, 우주와 여금주 작가가 모여서 만든 만화잡지 <서서코믹스>의 창간호는 ‘요즘 것들’을 주제로 그렸다. 어떻게 보면 발칙하고 도전적인 제목이지만, 그 요즘 것들이 작가 자신이 포함되어 벗어날 수 없는 질척한 삶의 찌꺼기가 달라붙는다. 반짝이는 젊음, 도전과 패기와 열정은 가만히 있어도 삶이 굴러갈 발판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기가 발판을 만들어야 하는 삶은, 젊음의 특권을 누릴 여유도, 방법도 없다.

우주 작가의 ‘우화’에서는 곤충과 아이를 싫어하지만 곤충박람회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을, 우현 작가의 ‘맛의 기억’에서는 나를 두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엄마의 삶과 자신의 삶을 된장찌개를 통해 확인한다. 여금주 작가의 ‘감자생활백서’는 생활비가 없어 집에서 보내준 감자를 파먹다 지쳐버린 주인공을 그린다. IAN 작가의 ‘소확행’에서는 동료들이 인정하는 반짝이는 재능을 가진 문학 전공 학생이 떡집에서 일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다.

모두, 오늘을 살아가는 요즘 것들의 이야기다. 만화들은 모두 담담한 어조로 주인공의 삶을 전해준다. 격한 감정의 널뛰기도, 숨막히는 긴장감도 없다. 그렇지만 이 만화들을 읽는 당신의 감정은 잔잔하게 파도치게 된다. 삶을 지켜내기에도 버거운, 그 알량한 삶을 지켜내기 위해 포기한 것들 것 대한 기록이 만화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이 뽑은 키워드에 ‘이번 생은 망했습니다’라는 말이 왜 들어가는지 이해하는 당신이라면 이 만화가 도발적인 제목과 달리 담담한 어조를 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의, 나의, 우리의 삶이 그렇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작품 후기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작가들의 모습도 주인공들과 다르지 않다. '독립만화'라는 도전을 하고 있지만, 패기가 없는 요즘 것들로 묶여서 불리는 작가들이다. 그런 오늘을 살아가는 ‘요즘 것들’이 만들어낸 <서서코믹스>는 3일까지 UE12에서 구매할 수 있다.

<연관 링크>

* UE12 서서코믹스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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