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 검왕 생존기’ 권순규 작가 인터뷰] “무엇보다 ‘재미’를 위해 만화를 그리죠” ②

[‘이계 검왕 생존기’ 권순규 작가 인터뷰] “무엇보다 ‘재미’를 위해 만화를 그리죠” ① 에서 이어집니다

웹툰시장은 결국 무한경쟁 시장입니다. 이걸 부정할수는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수많은 작가들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있는 권순규 작가를 지난주에 이어 만나봅니다. 오늘은 작품 이야기를 중심으로, 권순규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철학을 들어봅니다.

* 친숙하지 않은 장르를 웹툰화 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먼치킨 장르다 보니까 제 연출의 한계가 올 거라고 생각을 했죠. 처음부터 끝까지 먼치킨으로 보여지는 걸 좋아하시는 독자분도 계시겠지만, 그게 저를 만족시키지 못했던 거예요. 그때 전략적으로 스토리 변경이나, 성장물의 재미를 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원작에선 후반부에 나오는 캐릭터를 전진배치 하거나, ‘먼치킨’이라는 캐릭터의 가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주인공의 성장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서 노력을 했죠. 특히 장루신과 레온하트 에피소드가 그랬고요. 그 외에는 전략적으로 개그를 작품 속에 배치시키는 등으로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요소들을 넣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 말씀처럼 작품 속에 개그가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면서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동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개그 요소를 어떻게 배치하시나요?

플롯을 짜다 보면 개그를 넣을 수 있는 순간들이 정해지게 돼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5단구조로 정리를 하면 발단-전개 부분에서는 개그를 넣어도 괜찮다고 보고 있어요. 그 이후 위기 이후로 개그가 들어가면 독자분들이 스토리에서 튕겨져 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에피소드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죠. 지금 생각하고 있는 에피소드는 말씀드린 것과 조금 다르기도 하고요. 일단 개그를 넣느냐 안 넣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큰 부분은 결국 재미인 것 같아요. 정보량이 많고 설명이 많으면 독자분들이 머리가 아플거라고 생각하고, 뭔가 감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을 넣어야 할 때 개그를 사용하곤 합니다.

‘감동’이라는게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독자분들과 애착이 형성된 캐릭터가 죽었다면 굳이 더 감동을 더할 필요는 없겠죠. 엄청난 액션이 나왔다면 이것 역시 감동이 될 수 있죠. 그런데 구성부터 그런게 없는 에피소드라면 개그를 넣게 되는거죠. 넣을 수 있게 미리 준비를 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주인공 주변에 개그를 칠 수 있고, 받아줄 수 있는 캐릭터를 배치하는 것 부터가 준비가 될 수 있죠. 저의 마지막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웃음).

*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과 독자가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는데, 어떻게 개그를 준비해서 표현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개그는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고 봐요.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요소들은 어느정도 한정적이죠.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이면 웬만한 사람들은 웃길 수 있다고 봐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뜬금없는 순간에 튀어나왔을 때, 이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할 때 라거나. 그런건 재밌죠. 개그를 만들어서 친다기 보다, 제가 배워서 알고 있는 공식에서 따와서 개그를 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본격 개그만화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지점일수도 있죠.

주인공 류한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작가는 '경제적 구조'를 매력으로 꼽았다(이미지=레드독컬처하우스)

* 작가님께서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이계 검왕 생존기>라는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점인가요?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매 회차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점? 구조적으로 경제적으로 짜여 있는 치밀한 구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점을 독자님들께서도 알아주시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각색이 가장 잘된 작품으로 주변에 추천해 주고 있습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각색하는 노하우는 어떤게 있을까요?

스토리를 공부했던 것이 가장 크다고 봐요. 창작을 하려고 했고, 그렇기 때문에 각색을 하면서 창작이 필요한 부분을 넣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주효했죠. 소설과 만화는 다른 매체고, 다른 재미를 추구해야 하다 보니까, 뼈대는 소설에서 원작자님께서 완성을 해 주셨고, 다른 매체로 옮기는 저는 만화적인 재미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소설과 만화가 서로 다른 매체라는 점을 인정하고, 거기서 만화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서 독자님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원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캐릭터 ‘엘리제’가 참여한 용의 둥지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기존 작품에 없던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동료가 되어야 했던 캐릭터 에피르에게 드라마가 필요했어요. 원작에 등장하는 설정을 조금 비틀어서 표현하게 됐죠. 원작에서는 ‘드래곤이 좋아하는 것’을 모티프로 인간형을 설정하게 되거든요. 그걸 보고 ‘좋아하는 사람이면 어떨까?’하고 생각하게 된 거죠. 밝은 캐릭터인 에피르에게 입체적인 면을 부여하고 싶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죽었고, 그 사람의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점. 그런 연민 같은 것을 독자분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죠. 에피르라는 캐릭터가 더 입체적이 되어야 했으니까요.

* 초반 작품에서는 캐릭터들이 ‘과장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연재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지점이 눈에 띄었어요. 이건 객관적 지표가 아니라 주관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 지점은 어떻게 조율하셨는지 궁금해요.

처음에 캐릭터들이 튀어 보였던 건, 제가 캐릭터들과 충분히 친하지 않아서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어요. 저도 처음에 한빈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죠. ‘얘는 어떤 생각을 하지?’, ‘얘는 어디서 화를 내고, 어떨 때 슬퍼할까?’ 같은 질문들을 계속 던졌어요.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연재를 진행하면서 독자님들은 물론 저와도 친해진 거예요. 그때 ‘한빈이는 이렇게 안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웹소설 원작의 작품이지만 웹툰 오리지널 스토리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 원작의 독자들도 재미를 느끼면서 웹툰 독자들을 잡아두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원작의 독자분들이 조금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으실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완전히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면 어느 순간엔 지루함을 느끼시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작 독자분들께는 반가움과 새로움을 동시에 충족시켜 드리고 싶었어요. 당연히 웹툰 독자분들께는 제가 만화를 잘 만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구요.

그래서 소설과 만화를 함께 보시면 가장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보신 분들은 만화에서 새로움을 보실 것이고, 만화를 보신 분들은 소설에서 새로움을 느끼실 수 있는 거죠. 이런 작품이 가능하도록 배려해주신 원작자분께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장루신, 레즐리 등 조연급 캐릭터들의 매력이 굉장히 큽니다. 조연급 캐릭터를 만드실 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제가 이야기를 짤 때 조연 캐릭터들은 에피소드의 주제를 안고 있는 친구들인 경우가 많아요. 주인공은 에피소드를 모두 거쳐가야 하는데, 조연은 한 에피소드를 부각시키는 캐릭터죠. 특정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는 캐릭터. 레즐리나 장루신 같은 경우도 그 에피소드의 주제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캐릭터였던 거죠.

정말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조연을 통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더 애착이 가서 열심히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었던 것 같네요.

* 매 회차 높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작가님의 원동력은 뭘까요?

항상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더 정확한 연출과 표현, 더 감동적인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 실력이 받침이 되어야 하는건 기본이니까요. 만화에서는 역시 콘티가 중요한데, 그 콘티를 전달하는 능력이 작화죠. (작화에서 전달이 안 되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부 전달하기 어렵게 될 테니까.

스트레스 관리는 아직까지 뾰족한 방법을 찾지는 못했어요. 진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면 울게 되더라고요. 조금 덜 쌓인 경우엔 원고가 잘 나오면 해결이 되고요. 대부분의 스트레스가 만족스러운 원고가 전달이 되면 그 스트레스의 대부분이 보상을 받더라고요. 독자님들이 보시고 제가 전달하고자 한 것을 전달 받으셨다는 걸 확인하면 모든 스트레스가 다 해결이 됩니다.​

* 혹시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할지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웃음) 바오톨트와 홀리엔이 가장 파급력이 클 것 같아요. 어느정도 틀이 짜여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기도 하고요. 둘 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이전에 등장했던 캐릭터들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댓글뿐 아니라 작품을 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퀄리티를 보고 작가님의 손목 걱정을 하시더라구요.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아유, 다행히 건강은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행히 손목이나 어깨, 허리 같은 부분은 다 괜찮아요. 작가님들 모두 건강하십쇼(웃음).

* 해외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일본과 중국에 런칭했는데, 반응이 꽤 좋은 걸로 알고 있어요. 순위도 꽤 높은 걸로 알고 있고요. 아무래도 망가의 일본에서 반응을 좋게 받은게 뿌듯하죠. 지구 반대편에서 만화 공부하는 분이 팬이라고 팬아트를 그려서 보내준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걸 받으면 ‘혹시 스튜디오에서 나 기분 좋으라고 하시는 개꿀잼 몰카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거죠 사실. 매우 기분이 좋죠. 그려주신 분들도 어떤 마음으로 해 주신 걸까?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마이너한 만화를 하시는 분인데, 그 분은 아마 한국에 팬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하실 수도 있죠.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님께 제가 가지는 마음과 비슷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뭉클하더라고요.

* 주인공의 오러 각성을 개기로 붉은색 색감 활용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계 검왕 생존기>의 주요 포인트 색상이 붉은 색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작품의 전체적인 톤을 정하는 건 어떻게 이뤄지나요?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니었고, 한빈이가 되게 짐승 같은(?) 느낌이어서 오러 각성을 하면 색깔을 붉은 색, 끓는 피의 느낌을 좀 주고 싶었어요. PD님도 거기에 동의하셔서 그렇게 진행을 하게 됐죠.

* 단행본과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단행본은 당연히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여러 독자님들과 함께 할 수 있게 준비중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레드독컬처하우스에서 말씀해주셔야 할 부분이긴 한데, 개인적인 기대로는 제가 시청자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나오면 좋겠어요. 저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그런 작품.

* <이계 검왕 생존기>의 독자분들께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첫 작품이라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봐주시는 분들께 먼저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독자분들이 보시기에 결제하시는 돈과 읽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만들도록 노력할게요. 감사합니다.

권순규 작가와의 만남은 대단히 즐거웠습니다. 인터뷰에 더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분량과 시간 때문에 더 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철학이 확고한 만큼 고집스럽게 작품을 만들어가는 작가는 독자들에게 믿음을 줍니다. 항상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 권순규 작가는 그런 믿음을 주는 작가였습니다. 또, '크리티컬 히트'를 떠올리게 하는 스튜디오 크힛과 함께 만드는 작품인 만큼 어깨의 책임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튜디오 크힛과 권순규 작가의 작품, <이계 검왕 생존기>는 한국의 히트작으로 거듭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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