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는 왜 중국에 진출하면서 '부적절한 발언'을 주의하라고 권고했을까


시사저널이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카카오엔터가 콘텐츠 제작사들에 중국의 이른바 '자율심의 가이드'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 중심에는 중국 국가광전총국이 있다

카카오엔터가 콘텐츠 제작사들에 공유한 '부적절한 발언 자율심의 가이드'에는 대만, 홍콩,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고 중국인을 모욕하는 언행, 한중관계, 중국과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해치는 언론에 대한 지지, 역사적 사실을 왜곡, 모욕하거나 영웅 열사를 비방하는 발언, 한국과 중국 간 민감한 문제(역사, 풍속, 문화, 의복 등)에 대한 공개적 논쟁을 포함합니다.

여기에 더불어 작품 서비스 기간중 모든 공개석상(온, 오프라인)에서 중국에서 부적절하게 인식되기 쉬운 발언, 행위를 삼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지난 수년간 중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구인 광전총국이 연예인 등을 비롯한 유명인, 청소년 등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이른바 '홍색정풍운동'의 리스트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중국 광전총국은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출연을 금지하거나, 연예인 팬덤 계정, 즉 일반인의 소셜미디어를 정지시키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CNN은 "시진핑 휘하의 중국이 과거 문화대혁명처럼 대중문화 검열로 젊은 층의 사회주의 이념 이탈을 단속하려 한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 카카오엔터는 왜 그런 메일을 보냈을까

지난해 12월, 카카오엔터는 텐센트와 합작법인(Joint Venture, JV)을 설립하고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9월 27일에는 새로 오픈한 포도만화(PODO Manhua)라는 플랫폼을 런칭했습니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단독 진출이 불가능하고, 51% 이상의 중국인 지분을 가지고 있어야 해서 우회적으로 선택한 방법으로 풀이됩니다.

이 플랫폼에서 카카오페이지는 MCP(주요 콘텐츠 공급자, Main Contents Provider)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중계하고, 관리하는 등의 역할을 맡고, 매출 일부를 나눠받는 대신 콘텐츠 제작사를 직접 상대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서 게임 등 타 콘텐츠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면서, 카카오 역시 위 내용을 제작사들에게 보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사들에게 중국 지역의 특수성을 알리기 위한 참고 가이드로, 타 플랫폼의 전반적인 안내사항을 전달했던 것일 뿐 강제사항이 있거나 공식적인 가이드는 전혀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작품이 하루아침에 차단되거나 하는 등의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보니,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참고해달라고 전달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시사저널의 보도에서도 카카오는 "중국어가 이메일을 통해 직역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문구가 있어 콘텐츠 제작사들과 직접 연락해 오해가 없게끔 마무리된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폐쇄적인 운영, 강압적인 정책이 펼쳐지다보니 카카오가 선제적으로 타 플랫폼들이 취하고 있는 조치를 참고사항으로 공유했고, 이 문구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 카카오의 해명입니다. 하지만, 작가들과 독자들의 걱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청와대 청원에서는 "카카오엔터를 규제해달라"는 청원이 100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받아 검토단계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웹툰 작가들에게는 소셜미디어 활동을 원인으로 한 규제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논란은 쉽게 납득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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