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웹툰에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을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

지금 카카오에서는 if 카카오 컨퍼런스가 진행중입니다. 카카오 이름을 붙이고 있는 기업들에서 각종 개발도구나 데이터분석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고, 실제 적용 사례 등을 공유하는 컨퍼런스죠. 하지만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는 컨퍼런스이기 때문에 일반인이나 웹툰업계 종사자들이 보기엔 쉽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생 문과길만 걸어온 에디터가 뜯어보고 연구해서 가져왔습니다. 첫번째는 카카오웹툰의 개인화 추천입니다.

1. “설명 가능한 추천”

지인들끼리 선물을 줄 때 ‘오다 주웠다’라고 하면 그 마음 씀씀이가 읽히죠. 서프라이즈 선물에 소소한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처음 만난 사람에게 ‘오다 주웠다’며 선물을 주면 어떨까요? 물론 좋게 받아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불쾌할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땅콩 알러지가 있는 에디터에게 ‘오다 주웠다’라며 오징어땅콩을 주면 ‘암살 시도인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설명이 붙으면 조금 달라집니다. ‘오다 주웠다’가 아니라, “요즘 이게 유행이라던데 한번 드셔보시라고 가져왔어요!”라고 말하면 비록 나는 못 먹겠지만 친구나 가족에게 줄 수는 있겠죠. 갑자기 다가온 추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한번 더 눈에 들어오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걸 ‘설명 가능한 추천(Explainable Recommendation)’이라고 합니다. 카카오웹툰의 오늘 발표는 바로 이 ‘설명 가능한 추천’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이 ‘설명 가능한 추천’은 꽤 효과가 좋습니다. 실제로 카카오웹툰에서 유저를 대상으로 비교를 위해 누군가에겐 설명을 제공하고, 또 대조군에겐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는데요. 추천 이유를 적어주니까 작품 열람수는 대조군 대비 20%가 늘었고, 열람 전환율, 즉 유저 대비 열람으로 전환하는 비율 역시 19%가 높게 나타난 겁니다. 눈에 띄는 효과가 있었던 셈이죠.

2. 사람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카카오웹툰에선 추천을 1) 개인화 추천, 2) 연관 추천, 3) 유사그림체 추천 등으로 분류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연관 추천’은 작품 하단과 작품탭 상단에서 동시에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연관 추천’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열람한 건, 역시 ‘함께 열람한 작품’, 즉 연관 추천이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열람 전환율, 즉 노출 대비 열람한 사람의 비율은 ‘다시보기 작품’이 가장 높았습니다. 독자들은 작품을 고를 때, ‘내가 본 것’을 기준으로 선택한다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두 가지가 가장 높으니까, ‘나와 연관 있는 다시보기 작품’을 추천하면 될까요? 근데 다시보기 작품은 나와 어차피 연관이 높죠. 그리고 다시보기 작품은 신규 작품으로 유입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주목해야 하는 건 ‘함께 열람한 작품’, 즉 ‘연관 추천’부분인 거죠. 카카오에서는 그래서 이미 추천 비중 중에서 연관 추천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그럼 이 ‘연관성 있는 작품’을 잘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3. 익숙해 지려면 필요한 것

자, 이제 추천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일단 알았습니다. 익숙한 것과 비슷한 걸 추천해주자. 그러려면 무엇이 먼저 필요할까요? 네, 맞습니다. 일단 그 사람이 익숙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죠. 이건 에디터도 친구들에게 웹툰 추천을 부탁받으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네가 재밌게 본게 뭐야?”

많은 콘텐츠 서비스들이 처음에 들어가면 ‘선호하는 아티스트’나 ‘선호하는 작품’을 고르게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내게 익숙한 걸 알려주면, 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옵니다. 그렇게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다 보면, ‘네가 좋아할 수밖에 없을 걸?’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싶은 인공지능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건 마찬가집니다. 이 과정을 라포(Rapport)를 쌓는다고 하는데, 익숙해져서 신뢰를 얻는 걸 말합니다. ‘오다 주웠다’가 통하는 관계가 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건 수치로도 확인이 됩니다. 실제로 카카오웹툰에서 사용자의 활동성을 기준으로 봤더니, 추천 열람 전환율이 가장 높은 건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었거든요. 내가 많이 줄수록, 플랫폼도 추천을 보다 정확하게, 보다 많이 해줄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문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유저들은 각각 취향이 분명 있을 것인데, 다들 익숙한 작품을 원하는 것도 분명 알 것 같은데, 어떤 작품이 특정 작품과 유사한지도 어느정도 태그 작업을 마무리 지었는데 그들의 취향을 모른다는 거죠. 또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또는 컨디션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자꾸만 인기작 추천만 제공하고, 내 취향에 맞는건 하나도 보여주지 않는 것 같다? 아직 충분히 많은 수의 작품을 보지 않은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추천을 해줘야 작품을 볼 거 아니냐! 하실 수도 있는데요, 카카오웹툰에서도 이 지점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추천을 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데, 데이터를 얻으려면 작품을 보게 해야 하고, 작품을 보려면 추천이 필요하고… 이 무한 루프를 도는 거죠.

그런데 개인화 추천의 효과는 활동성을 막론하고 일단 좋습니다. 개인화 추천을 하면 ‘익숙한’ 것, 즉 관계있는(Relevant)것이 하나라도 더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래서 초기 유저들을 어떻게 진입시킬 것이냐, 또 이걸 어떻게 풀어낼지가 카카오웹툰이 앞으로 당면한 숙제일 겁니다.

4. 최근의 변화와 개인화 추천

그럼, 이렇게 개인화 추천을 해서 작품을 제대로 추천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그리고, 최근 카카오웹툰의 변화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이걸 알아보기 위해, 카카오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죠. 카카오에서는 최근 ‘3다무’를 도입했습니다. 기다리면 무료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데, 이제는 3시간까지 짧아진 거죠.

3시간까지 짧아진 기다무는 그 자체로는 양날의 검입니다. 3다무가 효과를 받기 위해서는 1) 회차가 많은 작품이 2) 3다무 작품으로 추천되고 3) 취향인 사람에게 가서 닿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3) 취향인 사람에게 가서 보여지기를 정확하게 하기 어렵기 때문에(이건 앞서 설명한대로 정말 어려운일이 맞습니다.), 결국 메인 화면에 걸린 3다무 작품이 제일 큰 수혜를 받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개인화 추천은 작품을 순위가 아니라 독자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제공하고, 또 그에 맞춰서 보여지는 화면을 연동시켜 작품들을 최대한 넓게 펼쳐놓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3다무가 들어오면서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들 수 있죠.

이런 약점이 있지만, 3다무는 확실한 장점도 있습니다. 독자들이 계속해서 카카오페이지를 염두에 두고, 앱을 켜도록 만든다는 겁니다. 이게 앱 개발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유저 리텐션(User Retention, 재방문)을 높이면서 동시에 ‘차라리 지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저 재방문이 왜 중요할까요? 그렇게 방문한 유저, 즉 독자가 남기는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데이터가 쌓이면? 개인화 추천을 하는데 유리하겠죠. 그런데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는 작품은 만화책과 웹툰을 포함해 수만 종에 달합니다. 이 작품들에 각각 태그를 붙이고, 그걸 연결해서 유저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연동하게 만드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비용이 들 겁니다. 작품 하나마다 수십개에 달하는 태그를 연결하는 작업은 먼저 사람이 하고, 나중에 자동화가 될 테니까요. 카카오는 지금 데이터를 모아서 유저 개인화를 통한 평탄화를 이루는 것과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데이터를 모아서 카카오웹툰에 적용한 추천 기능이 카카오페이지에도 적용된다면, 카카오페이지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될 겁니다. 물론 오늘이 그 날은 아니고, 따라서 아직까지는 과도기적이거나, 카카오페이지가 아예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유저 데이터보다는 메인 페이지에 작품을 실을 권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일수도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카카오웹툰이 if 카카오에서 발표한 내용과 최근의 변화까지 살펴봤습니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요? 이 내용들이 힌트가 되어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떤 방향이 될지, 계속 주시하고 있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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