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토끼 팀 인터뷰 : 이번엔 작가들이 나섰다.


[NOT 토끼 텀블벅 이미지(바로가기)]

불법웹툰을 막기 위한 노력은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적인 한계, 그리고 빠르게 발전하는 범죄 방법 등 여러 이유로 근절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독자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캠페인입니다.

결국 ‘쓰지 않아야’ 근절이 되는 것이니만큼, 독자들의 캠페인과 인식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이 중심이 되어 텀블벅 펀딩이 진행중인 “NOT 토끼” 캠페인을 기획한 카리보 작가와, 업드림코리아를 만났습니다.

Q. 안녕하세요!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신 작가님과 함께 하시는 담당자님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카리보(이하 카): 2013년 레진에서 데뷔해 여러 플랫폼을 거쳐 내년이면 10년차가 되는 작가 카리보입니다. 반갑습니다!

업드림코리아: 저는 업드림코리아의 매니저입니다. 카리보 작가님과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저희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기업이어서 수익의 일부를 사회환원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가님과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제가 작가님의 작품에서 채색 어시스턴트로 같이 일하기도 했었어요. 그런 인연으로 이번에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Q. 어떻게 NOT 토끼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셨나요?

카: 불법웹툰 사이트 메인 배너에 제 캐릭터가 걸려있는 걸 뉴스에서 본 게 시작이었어요. 뉴스에서 불법웹툰 사이트 문제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게 저와 여기 매니저님이 함께 만들었던 예전 작품의 캐릭터였던 거죠. 그 배너 메인에 올라가 있는 걸 보니까 정말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제 그림을 가져다가 자기 얼굴로 쓰고 있다니.

그래서 그 작품을 만들 때 채색 어시스턴트로 계셨던 매니저님께 그 뉴스 링크를 보내드려서 분노의 대화를 나누다가, “이걸 그냥 넘어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림 그리는 공부를 했다 보니 주변에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아무렇지 않게 불법 사이트를 공유하는 걸 본 적이 있거든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업계인도 그러는데, 일반 대중은 더 심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건 불법이고, 나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처음엔 저희끼리 십시일반 모아볼까 했는데 적지 않은 금액이 필요해서, 펀딩을 통해서 그 자체로 메시지도 전하면서 모금도 해 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Q. 그래도 작가가 직접 목소리를 내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을 것 같아요.

카: 맞아요. 사실 작가님들이 워낙 바쁘시기도 하고,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기도 하잖아요. 그래도 해야죠(웃음). 일반 대중의 경우에 “불법 웹툰 사이트가 나쁘다”는 명제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피해를 받는다”는 사실이 연결이 안 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더라구요. 그걸 알리려면, 결국 작가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죠.

플랫폼이 이야기를 하면, 피부에 와 닿지는 않을 것 같았거든요. 기업에서 캠페인을 하는 것과, 개인 피해자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잖아요. 작가님들이 소셜미디어 같은 창구들에서 직접 이야기를 하고는 계시니, 거기에 확성기를 대서 조금 더 크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이번 프로젝트는 작가님들만 하신게 아니라 업드림코리아가 함께했습니다. 업드림코리아는 어떤 곳인지, 어쩌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업드림코리아(이하 업): 업드림코리아는 사회적 기업으로, 깔창생리대 공론화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이번 프로젝트에선 작가님은 직접 피해를 받은 당사자로서 독자들과 작가의 니즈를 저희에게 전달해 주시고, 저희는 제조업 베이스다 보니 가지고 있는 리워드 제작, 배송, 상세페이지 제작 등 실무를 맡아서 분담하고 있습니다.

사실 작가님들이 직접 하시는 방법도 있지만, 그동안 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이런 실무적인 부분에서 할 일이 많기 때문일 것 같아요. 저희는 직접 펀딩을 해 보기도 했고, 실무단에서 필요한 것들을 알고 있다 보니 분업을 해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Q. 텀블벅을 플랫폼으로 생각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업: 텀블벅에서 다양한 웹툰 관련 펀딩이 열리고 있다보니, 독자와 팬들이 찾아올 수 있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메인에 걸려있는 펀딩이 웹툰과 관련된 것들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웹툰 관련 펀딩을 하러 오신 분들이 불법 웹툰 근절을 위한 저희 펀딩을 보게 될 가능성도 높겠다고 생각했구요.

Q. 프로젝트 이름이 'NOT 토끼!'인데요. '밤토끼'가 불법 웹툰 사이트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것 외에 또 다른 의미들도 담겨 있을 것 같아요.

카: 처음에는 ‘토끼사냥’으로 기획했어요. 그런데 ‘사냥’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이 있다 보니 여러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게 NOT! 이었습니다. ‘NOT 토끼!’라는 의미기도 하고, ‘낮 토끼’라는 의미기도 해요.

캐릭터를 보시면, 토끼가 귀를 다쳤어요. 그게 우리 웹툰 작가들의 작품을 상징한다고 생각했어요. 말하자면 ‘상처입은 토끼’인 거죠. 만약 저희가 시리즈를 계속 하게 되면 캐릭터에도 의미가 있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Q. 캐릭터를 ‘토끼’로 설정한데도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카: 맞아요. 원래 토끼는 귀엽고 착하고 순한데, 언젠가부터 ‘그 토끼’가 떠오르게 된 상황을 뺏어오고 싶기도 했어요. ‘그 토끼’를 검색하면 수 없는 토끼 시리즈가 나오는데, 그 어두운 결과들 사이에서 ‘NOT 토끼’가 나오면 밤을 낮으로 만드는 토끼가 될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했구요.

- 에디터 주: 사실 이 때문에 플랫폼 중 구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법 웹툰 검색이 안 되도록 차단해야 할 구글과 같은 플랫폼이 이 결과를 버젓이 보여주고 있고, 그렇다 보니 더 많은 유입이 이뤄지는 거죠. 그래서 일부 독자들은 문제없는 사이트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 역시 콘텐츠를 ‘거를’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Q. 카리보 작가님을 포함해 총 13분의 작가님들이 참여하셨는데요. 프로젝트 참여 작가님들이 직접 자신을 드러내신 것이 가장 인상깊었어요. 설득이나 이야기를 나누신 과정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카: 작가님들께 메일을 정말 열심히 보냈어요. 처음에는 친한 작가님들께 먼저 의사를 여쭙고, 의견도 여쭈었는데 선뜻 ‘함께 하자’고 말씀해 주셔서, 다른 분들께도 용기를 내서 이메일과 DM을 보냈죠(웃음). 작가님들도 몇 년 동안 일 하시면서 피해 당사자기도 하고, 주변에서 많이 보셨을 테니까 말이죠.

취지에 다들 공감해 주셔서 많은 힘을 얻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이 NOT 토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요. 결국 일을 하다보니 끊임없이 계속해서 ‘잘못됐다’고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더라구요. 10명 중에 한 명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하다 보면 두 명, 세 명, 네 명으로 늘어나게 될 거라고 믿어요.

그럼 결국 불법으로 보는 사람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저희의 최종 목표는 거기까지 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희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이런 프로젝트를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광고 프로젝트에 회의적인 분들도 계시지만, 작가님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 주신만큼 독자분들도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테니까요.

Q. 참여 작가님들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건 <과학고 생존일지>를 그리신 윤찐빵 작가님이세요. 흔히 인스타툰 작가님들은 불법웹툰과는 상관 없을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윤찐빵 작가님이 참여하시게 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카: 처음엔 작가님도 ‘인스타툰 작가인데 괜찮을까요?’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사실 ‘만화를 연재하는 작가들’이 으쌰으쌰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만화 작업을 하시는 윤찐빵 작가님 같은 분이 참여하시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뿐만 아니라 윤찐빵 작가님은 베도에서 작품을 오랫동안 연재하고 계시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적합한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웹툰 작가’라는 범위가 아니라, ‘만화인’ 이라는 카테고리로 넓게 접근해야 불법 웹툰 근절을 위한 목소리를 널리 알리고, 또 한 명이라도 더 ‘불법 웹툰은 나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될테니까요.

Q. 인스타툰 역시 저작권 침해에서 자유롭진 않잖아요.

카: 맞아요. 인스타툰 역시 불법웹툰이 아니라도 저작권 침해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실제로 윤찐빵 작가님만 하더라도 트레이싱, 캐릭터 표절, 만화 전체 도용등 다양한 피해를 겪으시기도 했어요. 추후에는 이런 분야로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다양한 분들의 목소리를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만화인’들의 목소리를 모으는게 중요하다는 말씀이 인상깊어요.

카: 그래서 플랫폼도 생색을 좀 내 주셨으면 좋겠어요. 작가 입장에서 플랫폼이 불법 웹툰 근절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작가 입장에선 ‘내 작품이 지금 이렇게 불법웹툰 사이트에 올라가 있는데, 신고를 하고 말을 해도 플랫폼은 반응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목소리를 크게 내려면 플랫폼의 도움이 필요한데, 작가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모인 후원금은 인식 개선을 위한 지하철 광고와 전시회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인데요. 지하철과 전시회를 생각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카: 지하철역이어야 했던 건 아주 명확해요. 지하철을 탈 때 마다 불법웹툰 사이트를 보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거든요. 그 사람들에게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업: 그래서 저희도 지하철 옥외광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지속적으로 보여지는게 중요하니까요. ‘불법웹툰은 나빠’라는 메시지를 내서 씨앗을 심는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씨앗을 뿌리고 있는 거죠.

작가님들께서 헌정 일러스트를 보내주실 때 마다 생각하게 돼요. 작가님들이 이렇게 열과 성으로 함께 하고 계시는데, 모금된 금액을 허투루 쓸 수는 없다. 일단 지금은 1천만원 이상이 모금되어 여러가지를 할 수 있게 됐는데, 작가님들 일러스트를 볼 때마다 욕심이 생겨요. 더 많은 걸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분들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고요.

Q. 텀블벅에 후원자로 참여하신 분들께 작가님들이 만든 굿즈가 배송되게 되는데요, 굿즈 품목에도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을 가장 염두에 두셨나요?

카: 지하철에서 보여야 한다. 이게 가장 컸어요. 그래서 뱃지, 그립톡 같은 지하철에서 눈에 보일 수 있는 것으로 정했어요. 독자분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어? NOT토끼 참여하신 분?’하고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암호 같은 걸로 쓰일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업: 처음에는 눈에 잘 띄고 메시지를 분명하게 하고 싶어서 ‘장총이라도 들고 있는 게 낫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토끼사냥’이 첫 아이디어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캠페인스러움’이 들어가면, 일상에서 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편하게 일상에서 쓸 수 있되, 참여하신 분들끼리는 확인할 수 있는 걸로 하자는데 아이디어가 모였어요.

Q. 불법웹툰은 가장 먼저 작가님들께는 수익적인 면에서 악영향을 크게 끼칩니다. 또, 불법 웹툰 사이트는 주요 독자층 중 하나인 청소년들이 도박이나 마약 등 불법에 빠지게 되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는데요. 이런 지점에 대해서도 작가님들의 우려가 많으실 것 같아요.

카: 맞아요.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켰을 때, 러시아와 관련이 있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그 트래픽으로 발생된 돈이 전쟁자금에 쓰인다는 이야기도 있었거든요. 특히 그렇게 불법 도박등에 빠지게 되는 것이 주로 청소년이라는 점도 너무 안타깝고요.

결국 양질의 작품을 만들고, 또 불법을 막는 최고의 방법은 ‘안전한 토양’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정말 중요한 건, 웹툰을 좋아하는 청소년 독자들이 웹툰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불법에 빠져들지 않도록 막을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NOT 토끼 이후의 스텝으로 실질적인 문제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캠페인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잊을 만하면' 계속 등장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 이후에도 불법웹툰 근절을 위한 다른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업: 일단은 연단위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어요. 광고 기간이나 규모는 펀딩이 끝나봐야 정확히 진행할 수 있지만, 일단 지금 모이는 돈은 전부 광고에 쓸 것이라서 많이 모일수록 오래 광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많이 참여해주시면, 그만큼 광고 기간이 늘어나게 되니 많은 참여를 부탁드리는게 지금은 먼저일 것 같아요.

Q. 끝으로, '합법 플랫폼'을 통해 작가님들의 작품을 보고 계실 분들, 그리고 후원자 분들께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카: “지지하는 것보다 비난이 훨씬 쉽다”는 말이 있듯이 무언가를 지지하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그런면에서 후원자분들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사실 ‘작가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지나치실 수 있는데도 선뜻 물심양면으로 홍보해 주시며 지지표명해 주신분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또, 이번 프로젝트가 아쉽게 끝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외국인 분들이 후원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분도 두 분 계셨어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크게 흥하면 해외에서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으니까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업: 처음 작가분들이 선뜻 ‘같이 하자’고 해 주셨을 때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그 바쁘신 시간 중에도 쪼개서 참여를 결심하신 거잖아요. 그래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컸구요. 이번 펀딩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법 웹툰은 나쁘다’는 당연한 명제를 환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도는 느리고, 범죄는 빠릅니다. 하지만 제도보다 더 느린 건 인식이 바뀌는 것입니다. 그 계기를 만들기 위해, 밤이 다시 낮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NOT 토끼 팀과의 인터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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