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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혼이시라면,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누군가는 결혼 준비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예 생각이 없거나 이미 했을 수도 있겠죠. 결혼은 어디까지나 그냥 개인의 선택입니다. 그런데, 서른이 넘도록 결혼을 안 하면 강제로 혼인교육을 받기 위해 감금시키는 세계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말로만 들으면 디스토피아 같은 <예비신랑은 로봇입니다>는 과감한 설정을 코미디로 승화시킨 SF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이 작품을 쓰고 그린 글작가 미카루, 그림작가 뜸, 두 분을 만났습니다.
Q. 먼저 <예비신랑은 로봇입니다> 작품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미카루: <예비 신랑은 로봇입니다>는 저출생으로 국가 소멸 위기에 놓인 2040년 대한민국이 배경이예요. 거기서 서른 전까지 결혼 못한 사람들을 ‘미혼죄’로 가두는 아주 디스토피아적인 사회를 그린 SF를 바탕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더해서 여주인공을 구하러 온 휴머노이드 남주인공과의 계약 결혼을 그린 작품이예요.
Q. SF, 로맨스, 코미디. 하나로 합치기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협업 과정은 어떠셨어요?
뜸: 근미래가 배경이다 보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스토리 부분에서 회의를 많이 했었어요. 제가 멀리서 있어서 줌 회의나 통화로, 메신저를 이용해서 수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어요. 처음에는 저도 갈피를 못 잡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렇게 합이 맞춰졌어요. 그 과정이 꽤나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었어요.
미카루: 저도 처음에 멘토링을 받으면서 처음에 좀 약간 어설프고, 말도 안 될 것 같은 설정이었는데 그게 이야기의 기초가 잡히는 것을 보면서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작위적이지 않은지, 이상하지 않은지 보는 과정에서 그림작가님을 연결시켜 주셔서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초반에는 그렇게 기틀을 잡아주시고, PD님과 이야기하면서 모두 바쁜 와중에도 한 팀처럼 움직이는 경험을 해 보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Q. 멘토분과 협업하다가 PD분이랑 협업하는 과정으로 전환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건 어떠셨는지도 궁금해요.
미카루: 멘토링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저는 원래 다른 부분의 글을 썼는데, 웹툰은 정말 별세계더라구요. 저에게는 글콘티 쓰는 법부터 배우는 과정이 멘토님과의 협업이었다면, PD님과의 협업은 상업적인 마인드, 대중 독자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요소들을 찾아서 작품에 담아내는 과정을 배울 수 있었어요. 글작가 입장에서 제가 의도했던 바와 작품이 나아가는 부분을 조율하고 협업하는 분들의 의도를 읽어내고 반영하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내가 중심을 잡아야 작품이 잘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웹툰이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작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고, 그게 저희 팀에게 많은 경험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뜸: 저희끼리 소통할 때 회의하는 것뿐 아니라 의견을 회의 할 때 말고 글로 전달 드릴 때도 있잖아요, 그걸 어떻게 드려야 하나 고민하는 과정이나 회차마다 일정을 만들어가는 과정, PD님의 피드백 등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맞아떨어지면서 루틴이 잡히더라구요. 그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장편을 구성할 때 설정을 만들다가 표류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작가님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미카루: 처음 기획안에서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삼각관계 구도였는데 인간 남자 주인공이 하나 더 있었거든요. 그런데 세계관도 설명할 부분이 많고, 독자분들이 받아들여야 하실 정보가 많겠더라구요. 그 부분을 피드백을 주셔서 주인공들이 있는 세계를 바탕으로 두고, 초반부와 후반 중반부에 이야기의 무게 배분을 조정을 좀 했었어요. 덜어낼 건 덜어내고, 집중할 건 집중하고요.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까요.
Q. 그림은 연재에 들어가야 본 게임이 시작이잖아요. 체력적인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어떠세요?
뜸: 초반에는 제가 긴장을 해서 강약 조절이 아니라 ‘강강강강’ 하고 퀄리티를 계속 높게 가니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그림이 오히려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웹툰은, 만화는 강약조절이 있어야 읽기도 편하고 ‘만화같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그리면 일러스트 모음집처럼 보이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그리고 협업 과정에서 일정이 맞춰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제가 제 속도를 모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이때까지 될 것 같아요’ 하는데 안되기도 하고, 오히려 더 빨리 나오기도 하는 걸 경험하면서 제 속도를 맞출 수 있는 루틴을 잡아놓았고, 연재에 들어가더라도 루틴대로 작업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세계관이 독특해요. 글로만 보면 굉장히 무서운 디스토피아 세계일 것 같거든요. 미혼으로 서른이 넘으면 잡아간다니, 저는 벌써 구속이란 말이예요. 너무 스포일러가 안 되는 선에서 <예비신랑은 로봇입니다>의 매력을 이야기해주신다면요?
미카루: 맞아요. 어려운 세계관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사실 전쟁통에도 사랑하고 아이 낳고 하는 것처럼 이런 사회에도 사랑은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오히려 이 ‘벌’을 피하려다가 진짜 사랑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이제는 AI시대라고 하잖아요. 버추얼 아이돌이 초동 50만장을 판매하는 시대에 우리 곁에 와 있는 AI로봇이 사랑의 대상이 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됐어요. 사랑의 형태가 다를 뿐, 사랑의 존재 자체는 인간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과정들이 인간-비인간의 경계가 아니라 함께 살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는 존재에게 생기는 거라면, 로봇도 인간도 성장하는 이야기를 충분히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뜸: 저는 그래서 캐릭터를 더 잘 살리고 싶었어요. 너무 디스토피아적으로 보이지 않게, 개그를 부각시킬 수 있는 연출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구요, 그리고 글로 볼 때는 되게 무서운 디스토피아 같지만, 작품을 보시면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고, 오히려 되게 웃기거든요. 그 벌받는 사람들을 살리려고 노력을 했어요. 말하자면 교도관이 훈장님처럼 나오고, 청학동 분위기에서 ‘남녀가 장성을 했으면 결혼을 해야제!’ 하는 분위기란 말이죠. 그걸 잘 살려서 개그를 녹이고, 주인공 캐릭터들의 특성, 한쪽은 인간이고 한쪽은 인공지능이라는 걸 잘 드러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받아들이실 수 있고, 깔깔 웃으면서 보실 수 있는게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혹시 영감 받으신 콘텐츠들이 있으실까요?
미카루: 저는 <애프터 양>이라는 영화를 굉장히 감명깊게 봤어요. 인공지능이라도 사랑을 할 수 있고, 로봇인 양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여지고 특별했던 여자의 클론을 사랑하는 이 얘기가 저는 되게 좋았어요. 마음이 있고, 얼마든지 마음이 발전할 수 있는 존재들. 또 <랍스터>라는 영화도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버리는, 극단적인 상황을 그려내잖아요. 이런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아서 극단적인 미래라고 할 지라도, 그 안에서 어떤 인간 군상의 모습과 사랑의 변화무쌍함을 보여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뜸: 저는 비주얼적으로 더 환상적인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찬성이라는 인공지능 안드로이드가 ‘회사가기 싫다’라는 여주인공에게 VR을 씌워주고 바다로 보낸다는 콘티를 보내주셨는데, 저는 아예 더 환상적으로 오로라와 은하수가 보이는 풍경으로 바뀌었거든요. 그런 로맨스에서의 감성을 만화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작품 속 캐릭터는 정해져 있지만, 작가님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으세요?
뜸: 어차피 감옥에 가게 된다면, 아무것도 안 하면 감옥에 가고, 그게 아니라 걸리면 감옥에 간다면 저는 일단 결혼을 선택할 것 같아요. 말하자면 일단 배팅을 해 보는 거죠(웃음).
미카루: 저는 제가 먼저 프로포즈 할 것 같아요. 안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일단 찬성이는 잘 생겼고(웃음)
Q. 이제 여러분이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작품의 토대가 완성됐어요. 독자분들에게 기대해달라고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뜸: 저도 처음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어 떨립니다. 여러가지로 많이 부족하겠지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더 더 잘할 수 있게 준비할게요. <예비신랑은 로봇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미카루: 저도 처음인데 너무 좋은 기회를 좋은 작가님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인 것 같아요. 저희 작품은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재밌게 여러가지 재미가 공존하는 작품이니까 독자분들께서 즐겁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