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렘 2026 결국 취소... 앙굴렘 시에서 직접 대체행사 꾸린다

프랑스 최대 만화축제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이 내홍 끝 2026년 개최를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공식 선정작 추정 리스트가 공개되는 등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운영사무국을 맡은 FIBD는 반박에 나섰지만 지역 상인과 조직, 프랑스 만화계를 중심으로 한 단체들은 새로운 운영체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누벨 옵스'에서는 2026 앙굴렘 선정작으로 보이는 문건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복간, 고전작품이 선정되는 '헤리티지' 부문은 빠졌지만 700여편 후보작 중 45편이 추려진 본선 라인업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리스트에는 영미권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었고, 마쓰모토 타이요의 ⟨동경일일⟩ 3권도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내홍을 겪으면서 앙굴렘 시장 자비에르 본느폰트는 2026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취소의 책임이 FIBD와 델핀 그루 회장에게 있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습니다. 이에 FIBD는 장문의 반박문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해 "시장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FIBD는 "2025년 초부터 성폭력과 괴롭힘 관련 개선조치를 준비했고, 운영사인 9e Art+와 계약 해지, 2028년 이후 새 운영자 공모절차를 가동중"이라며 내부 심사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기밀사항일 뿐 불투명하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1,500자에 달하는 반박문에서 주된 비판 지점이었던 9e Art+와의 관계와 운영체제에 대한 비판은 다루지 않아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만화가 단체 ADBDA는 FIBD가 새로운 운영체제를 위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ADBDA가 주축이 된 행사를 2028년까지 재건한다는 목표로 2027년에는 만화박물관을 중심으로 임시 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이콧 운동의 주축이 된 작가들을 정식 구성원으로 편입해 작가 중심의 행사로 새롭게 만든다는 계획도 진행중이라고 알렸습니다.

작가중심 연합인 인터-오르그(Inter-Org)는 12월 9일 성명을 통해 285명의 여성 작가가 참여한 걸콧(Girlcott) 선언과 수천명의 서명이 변화를 만들었다며 보이콧 운동의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인터오르그는 2026년 3월 새 운영자를 선출하고 새 행사를 꾸리는데 협조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의 마스코트인 포브(Fauve)의 저작권이 운영사인 9e Art+에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새롭게 행사를 꾸리면 마스코트를 이어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2025년 그랑프리 수상자이자 이번 보이콧의 상징이 된 아누크 리카르도가 새 마스코트의 디자인을 맡는 것이 적합하다는 여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단 2026 앙굴렘 만화축제가 취소되면서, 1월 말 행사가 예정되어 있는 1월 29일-2월 1일간 약 20개 단체가 참여하는 별도의 만화행사가 기획되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가 가능하려면 12월 19일 시 정부의 보조금 심사를 거치고, 1월 14일 시의회 승인이 이뤄져야 해 일단 19일 심사 통과 여부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이네요.

다만 본느폰트 앙굴렘 시장은 인터뷰에서 축제 취소에 대해 "충격적이다"라면서도 "동시에 앙굴렘의 만화행사를 재건할 기회"라면서 '만화의 모든 형태(La BD dans tous ses états​)'라는 제목으로 3일간 무료 행사를 개최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본느폰트 시장의 계획대로라면 다음주 보조금을 통해 행사가 열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느폰트 시장은 "전국 수백명의 작가가 참여한다"며 "만화도시(Cité de la BD​)가 예술 총괄을 맡고 앙굴렘 시가 행정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본느폰트 시장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기존 운영 사무국에 강한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는데요. 운영사무국의 반박에 대해 묻자 "개가 짖어도 카라반은 간다"고 일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던 앙굴렘 국제만화축제는 이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씁쓸함을 남기는 퇴장이지만, 본느폰트 시장의 말대로 '재건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는 내년 1월 말 열리는 대체행사, 그리고 3월로 예정된 새 운영사 공모 이후에 확인할 수 있겠네요. 일단 앙굴렘 지역사회와 만화가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중이니 지속적으로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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