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메타버스는 또 뭐랍니까 - SWI PREMIUM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메타버스는 또 뭐랍니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이미지

에디터는 뼛속까지 문과인입니다. 외국어영역 말고는 다른걸 공부해본 적 없는 이상한 이력을 가진 고등학생이었고, 대학교도 번역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과인이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린 기분입니다. 지난번 NFT에 이어 이번엔 메타버스가 뭔지, 그건 또 웹툰이랑 무슨 관련이 있을지 이해해봐야 하는 지경에 이르른 에디터와 함께 메타버스가 뭔지 한번 이야기해 봅시다. 최소한 지금까지 논의되고 있는 메타버스가 어떤 개념인지, 에디터가 이해한 버전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 메타버스의 네가지 그림자

에디터가 이해하고 있던 메타버스는 VR 기계를 쓰고 들어가서 친구들과 포커 게임을 하거나 회의를 하고, 가상의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는 VR 세상의 연장선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메타버스의 전부가 아니며, 이미 우리도 겪어 본 것 중에도 메타버스에 해당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당연한 얘깁니다. 메타(Meta)는 가상이나 초월을 뜻하는 단어고, 세계와 우주를 뜻하는 우주(Universe)라는 뜻을 가진 두 단어의 합성어니 ‘초월 세계’를 뜻하는 단어가 되죠. 물론 이건 이세카이와는 다릅니다. 닿을 수 없는, 선택받은 누군가만 연결될 수 있는 이세계와 달리, 메타버스는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한동안 웃긴 짤로 돌았던 소셜미디어의 의미. 간단하게 말하면 이게 메타버스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메타버스가 있습니다.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인터넷 공간입니다. ‘인터넷 자아’와 ‘현실 자아’가 다른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웹 기반의 인터넷 세계는 물질세계를 넘어선 초월 세계죠. 그러니 NFT 같은 걸로 논의를 하기도 하는 거고요. 그러니까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개념의 연장선에서 더 확장된 인터넷 활용이라고 보는 게 적합합니다.

메타버스는 크게 라이프로깅, 증강현실, 거울 세계, 가상 세계로 이뤄집니다. 먼저 앞의 세 가지는 우리도 지금 쓰고 있는 것들의 연장선입니다. 그것도 스마트폰으로 이미 활용하고 있습니다. 라이프로깅(Life-logging)은 나의 삶에 관한 정보를 적고, 공유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거의 모든 소셜미디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심지어는 댓글과 대댓글까지 라이프로깅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이미 라이프로깅 메타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사례도 알고 있습니다. 브이로그 유튜버, 틱톡, 브런치 등의 매체는 물론 포스타입과 딜리헙 등의 플랫폼이죠.

애플은 ARkit 발표를 통해 개발자를 지원하고, 레고 등과 협업해 AR 도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입니다. 증강현실은 말 그대로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가상 이미지를 덧씌워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인데, 영화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가상의 점선을 보고 조준한 적군에게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 역시 증강현실입니다. 여기엔 혼합 현실 (MR, Mixed Reality)이라고 불리는 개념이 더해집니다. 이 기술 역시 여러분은 만나본 적 있습니다. 구글 글래스라는 이름의 상품이 그랬습니다. 들어본 적 없으시다면, 휴대폰을 켜서 MXXR이라는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광고 아닙니다), 유미의 세포들이나 모죠의 일지 등장인물들이 내 옆에 구현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MXXR의 창업자는 네이버웹툰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네이버의 제페토 역시 이런 메타버스의 증강현실을 활용한 앱이고, 아이폰을 쓰시는 분이라면 ‘미모지’ 역시 증강현실을 활용한 기능입니다.

세번째는 거울 세계(Mirror World)인데, 실제 세계의 물리적, 지리적 정보를 바탕으로 가상의 세계에 더 확장된 기능을 제공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구글 어스처럼 실제 지리적 정보를 바탕으로 역사까지 보여주는 확장 지도, 실시간 배달 위치를 알려주는 배달의민족 어플이나 10대에게 핫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라는 ‘젠리(Zenly)’역시 이 거울 세계를 활용한 어플리케이션입니다. 젠리는 친구의 현재 위치, 휴대폰 배터리 상황과 충전중인지 여부, 와이파이를 쓰고 있는지까지 알려주는 소셜미디어입니다.

마지막 가상 현실(Virtual World)은 앞의 세 가지와 달리 완전히 가상의 세계만으로 구현된 세계를 말합니다. 에디터가 이해했던 메타버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순천향대학교가 코로나19로 인해 가상 입학식을 진행했고, 닌텐도 동물의 숲에서 비대면 결혼식을 올린 사례, VR을 끼고 포커를 치는 게임 등이 가상현실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메타버스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웹(Web)’ 다음의 인터넷인 셈입니다. 지금처럼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마트폰이 없어도 인터넷과 연결될 수 있는 상황까지, 그리고 그걸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활동을 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는 거죠.

* 왜 핫한거죠?

이상하죠? 이미 조용히 다들 쓰고 있었으면서, 이제서야 알았다는 것처럼 엄청나게 시끄러운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서 비대면이 일상으로 던져졌고, 우리는 비대면 일상을 ‘대면으로 처리하던’ 예전과 비슷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거기에 메타버스라는, 이미 활용하고 있던 기술이 더 빨리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모였고, 투자까지 이어지면서 ‘메타버스 관련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념보다 투자가 주목받는 현상이 섞이면서 우리는 메타버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저만 그런 걸 수도 있지만요.

아무튼, 비대면 일상의 가장 핵심 기술로 불리는 메타버스가 왜 그렇게 불리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술들의 면면과 쓰이고 있는 내용들을 보니 이해가 갑니다. 이미 일상에서 쓰이고 있는데다 조금만 더 발전하면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걸로 보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사무 공간을 메타버스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간단하게 표현한 뉴럴링크. 여기서 인터넷을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입니다.

여기에 또 일론 머스크가 등장합니다. 이 사람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개발중인 ‘뉴럴링크’는 뇌에 직접(!) 회로를 연결시켜 언제나 인터넷과 연결되는 것을 꿈꿉니다. 말 그대로 ‘인지하는 모든 시간’에 인터넷에 연결되는 세상인 셈입니다. 90년대에는 유선 랜이 연결된 집의 모니터 앞에 앉아야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었고, 2000년대에는 노트북으로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아야 인터넷에 연결이 될 수 있었죠. 그것이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내가 있는 모든 곳’으로 확장됐습니다. 메타버스 세계에선 스마트폰을 들고 켜는 것마저 없애려고 하는 중입니다. 더 확장된 인터넷에, 언제나 연결될 수 있는, 말 그대로 ‘확장된 세계’를 건설하고자 하는 거죠. 그러니 핫할수밖에요.

* 웹툰이랑 뭔 상관인가요?

이제 좀 익숙한 분야로 넘어왔습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한 웹툰 산업은, 인터넷과 필연적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가집니다. 그리고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것이니 웹툰의 개념도 확장시킬 수 있을 겁니다. PC 기반에서 스마트폰 기반으로 전환되며 찾아온 웹툰 시장의 변화를 생각하면, 메타버스의 파괴력이 어떨지는 아직 가늠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VR웹툰을 보신 분들이라면 이해하실 수 있을 텐데, VR웹툰을 보기 위해선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는 것 보다 몇배는 더 노력이 들어갑니다. 일단 VR 기기가 있어야 하고, VR 기기를 쓰고 감상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콘텐츠에 따라 몰입감은 높을 수 있지만, 그걸 감수할 만큼 큰 메리트가 있는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그래서 메타버스와 웹툰의 연관성은 아주 먼 미래, 또는 감상이 아니라 창작 분야에서 먼저 논의될 가능성이 큽니다. 먼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해 보죠. 뉴럴링크나 안경 형태, 혹은 콘택트 렌즈 형태의 디바이스가 개발된다면 우리는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척하면서 웹툰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내 눈동자에 반응하는 스크롤과, 내 마음대로 확대할 수 있는 고화질의 이미지, 그리고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서버 기술과 인터넷 전송속도 역시 보편적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요.

스피어툰에서 호랑 작가가 연재한 <초능력자 그녀>. 실제로 보면 펼쳐진 화면을 보는게 아니라, 스크롤 대신 클릭으로 '재생'됩니다.

그런데, 고화질 이미지를 다루려면 스마트폰 디바이스와 충돌하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마트폰이 재생할 수 있는 최대 화질에는 한계가 있고, 그보다 높은 화질의 서비스를 굳이 제공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굳이 웹툰을 보려고 할까? 에 대한 궁금증입니다. 가상현실 세계에선 지금 존재하는 어떤 스크린보다 거대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수 있고, 집 의자에 앉아서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좀비 세계를 즐길 수 있는데 굳이 웹툰을 볼 이유가 있을까요? 웹툰 역시 형태를 완전히 바꿀지도 모릅니다. 게임과 구분할 수 없는 정도로 바뀔수도 있죠. 실제로 호랑 작가님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호랑의 ‘스피어툰’에서는 인터랙션을 강조한 작품을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턴 단순 스크롤이 아니라, 마치 영상을 보는 것처럼 감상하게 되는 거죠. 메타버스 세계의 웹툰에서는 전투씬을 혼합현실(MR)을 활용해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국내를 무대로 한 작품이라면, 직접 거기에 가서 혼합현실을 활용해 웹툰을 보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르죠. <트레이스>의 한강 거대괴수 등장씬을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면서 ‘체험하는’것이 가능하다면 정말 멋지겠네요.

스콧 맥클라우드가 이야기했던 '무한 캔버스' 개념

그래서 창작의 측면으로 넘어오면, 정말로 스콧 맥클라우드가 주장한 대로 ‘무한 캔버스(Infinity Canvas)’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세로로 무한한 캔버스지만,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로 구현한 무제한적인 스크린에 압도적으로 큰 그림을 제공하는 만화를 감상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위치 정보나 지리적 정보를 인공지능이 읽어내고, 창작자가 의도한 대로 작품을 구현할 수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독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창작자 입장에선 출판 시절엔 책 판형에, 웹툰 시절에는 웹 스크롤 판형에 갇혀 있던 창작의 한계를 벗어 던질 수 있겠죠. 여기에 독자의 상호작용이 추가된, 전혀 새로운 만화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습니다. 그 세계가 스마트폰 기반의 웹툰 독자들이 구축한 세계와 분절될 가능성도 있고, 연장선에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가상현실 세계에서의 협업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 작가분들이 사용하는 행아웃 형태의 작업방이 가상현실 세계에 만들어지고, 원고 작업을 거기서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가능해지겠죠. 물론 스튜디오 협업 방식 역시 다양한 형태로 제공될지도 모릅니다. 이건 앞에서 말했던 감상의 측면보다 창작의 측면에서 더 호기심이 생기는 메타버스 세곕니다. 물론, 여기엔 가장 큰 장벽이 있습니다. 뭔가 장비를 머리에 차고 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목디스크 조심해야겠어요.

지금까지 메타버스가 뭔지, 그리고 웹툰과의 연관성과 미래에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것들에는 뭐가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일상의 기술’이었던 것들에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붙여주니, 뭔가 새로워 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긴 하네요.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그리고 그게 어떤 영향을 줄지 이야기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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