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IP확장 전략 : 2022년 6월 기사 다시보기 - SWI PREMIUM

사례로 보는 IP확장 전략 : 2022년 6월 기사 다시보기

IP확장, 대충 어떻게 하는지는 다 알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좋은 IP를 다른 매체로 이식하거나 상품화하고, 추가적인 수익을 얻는 거죠. ‘좋은 IP’는 전제조건입니다. 그리고 그 전제조건을 만들기 위한 전략도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오늘 알아볼 것은 2022년 6월, 웹툰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들을 바탕으로 IP확장 전략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 “나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화 : '잘 하는 곳'과 글로벌로 간다

<나혼렙>은 애니메이션화 청원이 20만명 가까이를 모을 정도로 글로벌 단위에서 열광적인 요청이 있었습니다. 굳이 안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누가 만들고, 언제 발표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나온 정보는 <소드 아트 온라인>의 애니메이션을 담당한 A-1 픽처스가 <나혼렙>의 애니메이션화를 맡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내용입니다. <소아온>의 홈페이지를 만든 곳과 같은 이름을 공유하는 곳이 <나혼렙>의 애니메이션화 홈페이지 도메인을 6월 초 등록했다는 사실이 미국 애니메이션 전문 웹진을 통해 알려진 겁니다.

자, <나혼렙>은 글로벌 히트작이 맞습니다. 애니메이션화를 할 때 고민해야 하는 건 역시 제작 역량일 겁니다. 일단 잘 만든다면 아낌없는 지원도 필요할 거고요. A-1 픽쳐스가 만드는 게 정말 사실이라면, A-1 픽쳐스가 물망에 오른 이유를 살펴봐야 합니다.


A-1 픽쳐스는 앞서 언급한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대형 IP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소아온>은 대형 IP에 기대도 높은 작품이었지만 호평과 혹평이 공존하는 작품입니다. 작화가에 따라 작화 평가가 달라져 퀄리티 컨트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동시에 화려한 액션 연출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만이 없는 거리>, <86-에이티식스>는 작품성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고, 특히 연출이나 심리묘사 부분에서 호평을 받은 만큼, 감독이나 작화, 연출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좋은 애니메이션이 나올수도 있을 것 같네요.

또 A-1 픽쳐스는 소니뮤직의 자회사인 애니플렉스 소속으로, 2020년 소니가 크런치롤 인수를 공식화한 이후 2021년 8월 계약을 완료하면서 크런치롤을 통한 북미지역 유통 역시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이라는 키워드가 A-1 픽쳐스를 선택하게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이토준지 매니악 : 독특한 콘텐츠, 오리지널로

다음은 넷플릭스가 Geeked Week 행사에서 발표한 ‘이토준지 매니악’ 소식으로 알아봅니다. 이토준지의 작품 20종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건데, 이토준지가 직접 발표를 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일단 제작이 확정된 작품은 <토미에>, <소이치>, <목매는 기구>입니다.

이토 준지의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힌트를 얻으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중이고, 오는 10월 공개를 앞두고 있는 <소용돌이> 애니메이션 티저 영상을 확인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티저 영상에서 오는 포스는 ‘이토 준지의 세계구나’를 한번에 알 수 있게 하죠.

그럼 넷플릭스는 왜 이토 준지의 작품을 20종이나 한번에 계약을 했을까요? 넷플릭스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10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약 1년간 전세계 1억명 이상이 넷플릭스에서 한 편 이상의 애니메이션을 감상했다고 해요. 해당 기간 애니메이션 시청량은 2018~19년 같은기간 대비 50% 이상 성장하기도 했고, 100여개 국가에서 TOP 10 목록에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전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해 2030년까지 2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이 지배적이기도 합니다.

전세계 애니메이션 시장 전망 (출처: PRECEDENCE RESEARCH)

그러니까, 넷플릭스 입장에선 애니메이션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할 이유가 충분한 거죠. 실제로 넷플릭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을 인수해 애니메이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국내 제작사들과도 긴밀한 협업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시청자가 많고, 빠져드는 시간도 길고, 또 부가사업을 하기도 좋은 애니메이션에 계속 투자를 하는 것이 현명하죠. 특히 이미 방영되고 나서 갈길을 잃은 애니메이션은 해외 판권료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입니다. 광고 예고를 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구독료가 유일한 수입원인 넷플릭스 입장에선 ‘볼만한 콘텐츠’를 만드는데 혈안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왜 하필 이토준지였을까? 그건 제목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매니악’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토 준지는 일본과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소용돌이>의 하드커버 판이 꾸준히 판매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매니아가 많은 거죠. 이토 준지만이 가진 기묘한 분위기의 작품세계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지만, 잘만 만들면 매니아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콘텐츠가 생기는 거니까요. 물론, 잘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겠죠?

* 닌자 거북이 시리즈 : IP를 중심으로 콘텐츠 연계

혹시 <닌자 거북이>를 기억하시나요? 1990년대 TV 애니메이션으로 우리에겐 익숙한 <닌자 거북이>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잘 팔리는’ IP 중 하나입니다. 실사 영화가 2010년대에 꾸준히 제작되기도 했고, 심지어 워너 브라더스가 리부트 계획까지 공식화하면서 2020년대에도 실사영화 시리즈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최대 6인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나와서 ‘돌연변이 닌자 거북이: 슈레더의 복수’가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에디터가 주목한 건 바로 이 게임입니다. 이전에 나왔던 게임들은 물론 실사 영화의 요소가 접목되어 있기도 한데다 도트 그래픽으로 올드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했던 점이 주효했는지 발매 이후 스팀 판매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히스토리를 따라가보면 IP 전략이 보입니다.


2019년 11월, 100권째가 발매된 <닌자 거북이>는 마지막 페이지에 <라스트 로닌(Last Ronin)>이라는 작품을 발매한다는 예고를 내보냅니다. 12월에는 <라스트 로닌>이 총 5권짜리 시리즈로 발매될 것이며, 시리즈 중에서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는 예고까지 더해집니다. 이야기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마지막으로 혼자 살아남은 닌자거북이의 캐릭터 마이키, 즉 미켈란젤로가 벌이는 피의 복수극을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R등급(우리나라의 19금)을 받은 작품으로, 2022년 1월 총 5권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7월 5일에 하드커버판이 발매 예정되어 있습니다.

<라스트 로닌>은 완결 이후 2022년 4월까지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물론 DC와 마블이 유통사를 바꾸면서 정확한 순위집계가 불가능해진 영향이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5월 판매량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보다 판매량이 8천부가량 높다는 건 의미심장합니다. 완결된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10만부를 넘게 판매하고 있었던 거니까요. 이렇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작품이 연재되던 2021년 3월, ‘닌자 거북이’의 PC 및 콘솔을 위한 신규 게임 발매 소식이 전해집니다. 이번에 공개된 “슈레더의 복수” 입니다. 참, <라스트 로닌>의 메인 빌런은 슈레더의 손자입니다.

2019년 신작 <라스트 로닌> 소식 알림, 2020년 연재 시작, 2021년 신규 게임 공지, 2022년 1월 <라스트 로닌> 완결, 2022년 6월 “슈레더의 복수” 발매, 2022년 7월 <라스트 로닌> 하드커버 출시. ‘닌자 거북이’라는 IP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IP 순환이 보이시나요? <라스트 로닌>의 완결이 아쉬웠을 독자들에게 “슈레더의 복수”를 쥐어주고, “슈레더의 복수”를 플레이한 게이머들에게 <라스트 로닌>의 하드커버를 쥐어주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콘텐츠 연계가 기가 막히네요.

* 우리가 직접 글로벌로 : 마블의 다이아몬드 탈퇴


<빅뱅 이론>에 직접 출연한 미국 만화계의 전설 닐 게이먼(좌)

이 과정에서 마블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한 ‘마블과 DC의 유통구조 변화’입니다. 미국 시장은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만화가 오프라인 ‘코믹북 스토어’를 통해 유통됩니다. 미국 시트콤 <빅뱅 이론>이나 애니메이션 <심슨>을 보신 분이라면 코믹북 스토어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으실 겁니다. 출판사가 만든 작품을 인쇄소에서 물류창고로, 물류창고에서 각 지역의 코믹북 스토어로 날라주는 시스템을 유통망이라고 합니다. 이 유통망의 근간을 이루는 기업이 바로 다이아몬드 유통(Diamonds Distribution)입니다.

2019년까지 다이아몬드 유통 매출액의 약 70%는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를 통해 발생했습니다. 당연하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히어로 코믹스 기업들이니까요. 그런데 DC코믹스는 판데믹 당시 입금 지연을 이유로 다이아몬드 유통에서 탈퇴하고 직접 중소규모 유통사와 계약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가진 코믹북 스토어에 오리지널 커버 특별판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이 조건이었다는 점은 결국 DC도 나름대로의 글로벌 유통전략을 짜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에디터도 그렇게 나온 최초의 커버 중 하나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말, 마블도 다이아몬드 유통을 탈퇴하고, 세계 최대 출판 전문 유통사인 펭귄 랜덤하우스 퍼블리셔 서비스(PRHPS)와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리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대량의 물량을 PRHPS와 다이아몬드가 나누어 유통하고 있습니다. 마블이 계약한 펭귄 랜덤하우스는 전세계에 출판되는 책을 직접 유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국, 키워드는 글로벌인 겁니다. IP확장의 시대에 마블과 DC는 원천 IP를 직접 글로벌 시장에 유통할 계획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이행 중입니다.

지금까지 IP 확장의 예시들을 실제 사례와 함께 살펴봤습니다. 공통적인 키워드는 ‘글로벌’과 ‘오리지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자신들의 콘텐츠,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풀어놓기 위한 싸움이 ‘IP 전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활발해지는 IP 확장의 전략, 이제는 여러분도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자 그럼, 이제 다른 칼럼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PREM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