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시간 30분, 웹툰계에 있었던 일을 모아보았다 - SWI PREMIUM

127시간 30분, 웹툰계에 있었던 일을 모아보았다

2022년 10월 15일 오후, 다음날 야구 경기를 기대하며 야구팬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에디터의 세상은 갑자기 멈췄습니다. 그냥 집 와이파이가 이상한 거겠지 싶어서 와이파이 공유기를 몇번 껐다가 켰습니다. 그런데 LTE로 접속해도 카카오톡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들 꽤나 고생을 했던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시작된 때였습니다.

카카오는 10월 26일, 서비스 장애 시간을 127시간 30분으로 공식화했습니다. 10월 15일 오후부터 5일 7시간 30분동안 서비스 장애가 있었던 거죠. 공식 피해 기간이 나왔으니까 한번 정리를 해 보도록 하죠.

1) D-0: 화재 발생 후 서비스 다운 당일

카카오톡으로 불편을 느낀 시민들은 곧 카카오의 전체 서비스가 다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는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웹툰, 픽코마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카카오의 모든 웹툰 서비스가 다운된 거죠.

콘텐츠진흥원의 “2021 웹툰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들이 주말에 웹툰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대는 오후 8시~자정 이전까지의 4시간입니다. 서버가 다운되었다 하더라도 이 전까지 일단 복구가 가능하다면, 그래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섭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 웹툰 이용자 실태조사(p.23)

D+3시간여, 오후 6시 30분을 전후로 일본 플랫폼인 픽코마와 카카오웹툰 서비스가 재개됩니다. 완전 정상화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웹툰을 볼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카카오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는 거였죠. 다음 계정과 카카오 계정을 통합하면서 카카오 계정으로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던 카카오웹툰은 유료 감상, 내가 구매해둔 회차 감상이 불가능했습니다. 단순히 감상만 불가능한게 아니라, 결제가 안 되는 거죠.

태국, 대만을 비롯한 해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카카오웹툰과 일본과 프랑스 등을 담당하는 픽코마는 분산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피해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빠르게 서비스 복구가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국 카카오웹툰 이용자들 중 캐시 충전을 해서 작품을 감상해야 했던 독자들은 불편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의 사과와 안내문이 공지됩니다. 이 글에서 카카오는 “카카오는 국내 여러곳에 데이터를 분산하고 있고,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한곳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해당 조치를 적용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밝혔죠.

2) 10월 16일, D+1: 카카오페이지 복구

시간은 결국 흘렀습니다. 카카오는 원인조사 소위, 재난대책 소위, 보상대책 소위 등 3개 분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발생 이후 24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카카오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했습니다.

이 가운데 카카오웹툰은 먼저 보상안을 내놓았습니다. 3시간가량 접속이 불가능했던 독자들에게 1) 장애시간동안 만료된 이벤트 캐시 재지급(유효기간 7일), 2) 장애시간 내 대여권을 사용한 회차에 대여시간 72시간 연장을 보상으로 제공했죠. 피해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보상안도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오후 9시경, 카카오페이지가 복구됩니다. 사고 발생으로부터 약 29시간 30분여만이었습니다. 물론 이 때 복구는 완전한 복구라기 보다, 접속이 가능한 상태로 전환된 것에 가까웠습니다. 일부 페이지의 로딩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에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유 캐시 정보, 자동 충전 기능 등 일부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죠. AI 추천 기능 역시 오류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18일, AI추천 기능이 오류를 보이고 있다(출처=카카오웹툰)

문제는 독자들이 가장 많이 감상하는 시간, 즉 가장 많이 앱을 켜고 화면을 보는 주말 저녁 시간을 모두 날려버렸다는 겁니다. 주말에 프로모션이 계획되어 있던 작품의 작가, 제작사들은 자체적으로 이벤트를 통해 작품 런칭을 알렸지만 정작 작품을 볼 수 없었죠. 또 이뿐만 아니라 가장 많이 탄력을 받아야 할 오픈 직후 프로모션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피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추후 피해보상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힙니다.

그리고 이용자 입장에서의 서비스는 정상화되었지만,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는 여전히 먹통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프로모션 시기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주말 매출도 이미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복구된 이후 매출이 이전 수준을 복구하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카카오페이지 역시 보상안을 내놓습니다. 일단 첫 보상안은 카카오웹툰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 장애 기간동안 대여 및 만료 회차의 대여기간 96시간 연장, 2) 장애기간동안 만료된 캐시 재지급이 일단 보상안으로 제시됩니다.

3) 10월 20일, D+5: 카카오페이지 & 카카오웹툰 보상안 공개

카카오엔터의 웹툰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은 사고 발생후 5일이 지난 20일, 보상안을 공개했습니다. 이용자 전체에 3천캐시를 지급하는 내용이었죠. 10월 중 지급이 예정된 이 캐시는 작품 열람에 제한이 없고, 사용된 캐시는 발행처와 창작자에게 정산되는 일반 캐시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공지했습니다. 다만 캐시의 이용 기간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카카오페이지(상), 카카오웹툰(하)의 공지문

카카오엔터는 50억원 이상의 예산을 준비해 정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50억원은 약 166만 명 가량에게 3천 캐시를 지급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괄 지급된 캐시가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작품, 그러니까 프로모션을 받을 수 없게 된 신작을 구제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인기작에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또 이 캐시가 지급되는 시기에 프로모션을 받을 작품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면 10월 15일 이후 며칠간 오픈되었거나, 오픈이 계획되어 있던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4) D+6, 정산 시스템 복구 추정

카카오의 정산 시스템이 복구된 건 20일에서 21일 사이로 추정됩니다. 다만 결제를 비롯한 핵심 시스템은 복구되고, 정산 ‘표기’ 시스템이 마지막에 복구된 것으로 시스템 상에서 제대로 표기되지 않았을 뿐, 정상적으로 작동은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복구가 완료되기까지 127시간 30분, 이제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상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 카카오웹툰 중 가장 큰 피해를 받은 건 역시 카카오페이지입니다. 카카오페이지는 국내 웹툰 앱 중 두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카카오엔터의 2022년 2분기 매출액은 1080여억원에 달하고, 픽코마를 더하면 2276억원에 이릅니다. 한 분기를 대략 90일로 놓으면, 하루 매출액은 25억원가량입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릅니다. 큰 매출에는, 당연히 큰 책임이 따라야죠.

물론 1차적인 원인은 화재에 있습니다. 진짜 문제 해결은 사고 다음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카카오는 이용자들에게는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스튜디오 등 제작사와 퍼블리셔, 그리고 작가들에게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접속이 불가능했던 기간 동안 떨어진 매출을 복구하지 못하고 있는 작품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그리고 앞서 언급한 프로모션 효과를 받지 못한 작품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그래야 카카오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았을 때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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