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그 남자" 핸저 아트의 근황이 꽤나 흥미롭다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면서 미국에 연재하고, 한국 웹툰 플랫폼에도 작품을 선보인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윗집 그 남자⟩를 네이버웹툰에 연재한 핸저 아트(Hanza Art)작가인데요. 이미 2022년 인터뷰로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죠. 작년 4월을 끝으로 시즌1을 마치고 휴식기를 가지겠다고 공지한 바 있습니다. 한국어판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북미판에는 시즌1 후기 공지를 전했습니다.

공지에서 작가는 "작품을 빠르게 연재에 들어가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네이버웹툰 편집부와 논의하고 심사숙고 끝에 무기한 휴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야기의 완성도와 스트레스 관리 차원으로 이해해볼 수 있는데, 2번째 작품으로 이정도 규모의 작품을 아직 연재해본 적 없는 작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필요한 조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장기 휴재 후 복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공지 자체는 크게 이상하지 않죠.
공지에서 작가는 "휴재를 한다고 해도 계속 창작은 할 것"이라며 "좀 더 가벼운 작품을 가까운 미래에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핸저 아트 작가는 휴재 후 2개월이 지난 6월 초부터 네이버웹툰의 북미 도전만화가 성격의 오픈플랫폼인 캔바스(Canvas)에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한 작품은 이미 아마추어 당시 선보였던 작품 ⟨전 약혼자의 할아버지와 사랑에 빠졌다(Falling In Love With My Ex-fiance's Grandfather)⟩, 그리고 신작인 ⟨얼굴없는 상사(My Boss Doesn't Have A Face)⟩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얼굴없는 상사(My Boss Doesn't Have A Face)⟩ 1화 캡처 (출처=Hanza Art 캔바스 페이지)
전작의 경우는 일부 리메이크를 한 '리부트' 작품이고, 신작은 정식연재처럼 퀄리티가 높지 않은 콘티 형태로 연재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조회수는 1,100만회로 약 1개월에 90만회 정도 조회되고 있고, 좋아요 15만, 후원 시스템인 '수퍼라이크'는 3,400개에 달합니다. 패트리온(Patreon) 후원자도 1,400명을 넘어 부수입이 발생하는 가운데 꾸준히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핸저 아트 작가는 인터뷰에서 밝힌 바 대로 말레이시아에 거주중이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환경에서 연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번역을 도와주는 친구와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재미있는 시도가 독자들에게 반응을 얻고, 콘티처럼 연재해서 휴식겸 리프레시를 하는 사례는 우리에겐 꽤나 낯선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퀄리티에 대한 지적보단 작품을 즐기고 감상하는 댓글들이 줄잇고 있는데요. 이런 문화가 더 다양한 작품, 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게 되는 토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의 커뮤니티 빌딩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또한 한편으론 퀄리티에 집착하고, '재미'가 아니라 '보기 좋은' 그림을 쫓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만약 한국에서 작품을 무기한 휴재한 작가가 콘티로 아마추어 게시판에 연재하면,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요?
만화가 주는 즐거움은 좋은 그림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 뿐만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때 느껴지는 즐거움이 우선할 겁니다. 보다 깊은 독서와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또 무엇보다 '빠져드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겠습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 미국의 오픈 플랫폼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핸저 아트 작가의 작품은 캔바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