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연말결산: 7가지 키워드 - SWI PREMIUM

2020년 연말결산: 7가지 키워드

매년 이맘때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뭐 했다고 벌써 연말이냐”는 말이 올해는 진짜 속이 꽉 찬 말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갔고, 연말이면 다가오는 결산을 해볼 차례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치열하게 돌아갔던 2020년, 올해 웹툰의 키워드들을 들여다보자.

1. 코로나19: 비대면시대 본격화

코로나19를 빼고는 2020년을 논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우리는 만날 수 있지만 만나선 안되는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상한 시대,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카드캡터 체리의 오프닝 가사같은 세계는 전세계의 거의 모든 산업 부문을 축소시켰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감상하는 모바일 기기 중심의 소비는 오히려 증가했는데, 넷플릭스의 경우 2020년 1,2,3분기 모두 가입자가 증가하며 전세계 가입자 2억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집콕’과 ‘비대면’ 시대의 중심축 중 하나가 바로 웹툰이다.

2020년 웹툰의 성장세는 엄청나다. 카카오페이지의 3분기 플랫폼 거래액, IP 유통 거래액을 포함한 통합 거래액은 1,487억원으로 2020년 2분기 대비해서는 25%, 전년 동기대비 78% 성장했다. 1분기와 2분기 역시 각각 970억원, 1,189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1분기는 41%, 2분기는 46% 성장했다. 카카오의 2019년 거래액은 약 2,950억원으로 이미 1,2,3분기 거래액만으로 지난해 거래액을 약 700억원가량 상회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비대면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웹툰시장은 카카오페이지의 사례가 증명하듯 압도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비대면시대가 본격화되었다지만 웹툰 시장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애초에 모바일 기기로 개인적인 감상이 이뤄지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독자가 유입되면서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취향을 가진 독자들을 잡기 위한 플랫폼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 등에서는 30-40대 독자를 노려 예전 일본만화를 웹툰화해 선보이거나, 신작의 장르 구성 역시 다양화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는데, 12월 21일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는 요일별 작품을 모두 합하면 주 2회 연재되는 작품을 포함해 368작품으로 나타났다. 비대면시대를 대표하는 콘텐츠가 된 웹툰은 점차 경쟁이 가열되면서 작가의 노동환경, 그리고 치열한 경쟁 사이에서 여전한 작가 착취 등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2. IP확장: 웹소설 웹툰화를 포함하는

2020년 가장 활발한 작품 공급원 중 하나는 역시 웹소설 원작 웹툰이다. 2020년 11월 네이버웹툰 신작 18작품 중 1/3에 조금 못 미치는 5작품이 웹소설 원작 작품이었고, 스튜디오가 프로듀싱한 작품이 7작품으로 가장 많았다. 개인 창작 작품은 6작품으로 뒤를 이었다. 웹소설 원작 IP의 활용이라는 점에서 IP확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웹소설 원작 웹툰은 카카오페이지-네이버웹툰&네이버시리즈를 통틀어 230여작품이 연재중이다 . 완결작을 포함한 서비스작품 전체를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웹소설 원작으로 한 작품인 셈이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대략 한달에 5작품 가량의 웹소설 원작 웹툰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라는 양대 플랫폼을 대표하는 작품 중 <전지적 독자시점>과 <나 혼자만 레벨업> 등 웹소설 원작 웹툰이 대두되면서, 이제 대형 플랫폼에서 대규모 자본을 들여 웹소설 IP를 웹툰화하고 전면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은 흔한 일상이 됐다. 특히 네이버웹툰은 작년 <재혼황후>, <장씨세가 호위무사>,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혼전계약서>등 4작품을 광고한데 이어 <재혼황후>의 알파타르트 작가의 후속 웹소설 <하렘의 남자들>역시 웹툰화하면서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홍보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에선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상물 역시 OTT 서비스들의 힘을 받아 본격적으로 그 세를 넓혀가고 있다. 2020년에는 <이태원 클라쓰>를 시작으로 <저녁 같이 드실래요>, <쌍갑포차>, <편의점 샛별이>등 아쉬운 작품도 있었지만 <여신강림>이 선전 중이고, 카카오tv에서 선보인 <아만자>, <며느라기>, <연애혁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메모리스트>, <루갈>, <어서와>, <킹덤 시즌2>, <강철비2: 정상회담>, <기기괴괴: 성형수>, <해치지않아>, <경이로운 소문>등 약 20여편의 웹툰 원작 작품이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웹드라마 등 다양한 포맷으로 우리 곁을 찾았다. 이젠 ‘웹툰 원작’이라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영상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로 승부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 셈이다.

이런 웹소설-웹툰 원작 IP 확장의 흐름은 ‘서브컬쳐’로 여겨지던 웹툰을 대중문화의 한가운데에 위치시켰고, 어쩌다 한편 제작되는 독특한 장르의 작품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고, 또 언제나 볼 수 있는 매체로 웹툰의 한 장이 넘어갔음을 말해준다.

3. 독자인식의 변화: 따라잡거나, 나누거나

대중매체 속으로 웹툰이 깊숙이 파고들면서 독자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특정 계층만이 향유하는 ‘서브컬처’에서 모든 연령층이 즐기는 대중문화로 이식된 웹툰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고 소비하는 매체가 됐다. 그러면서 바뀐 웹툰의 위상을 직접 체감하고 있는 독자층과 여전히 서브컬처에 머물러있는 독자층의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복학왕>과 <헬퍼>논란이다. 특히 네이버웹툰에 집중된 이런 논란은 국내 최대 트래픽 규모를 자랑하는 네이버웹툰의 특성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연재중인 작품의 대부분을 무료로 공개하는 네이버웹툰은 포털 서비스와 연계해 무료 연재+미리보기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트래픽을 모았다. 때문에 독자들은 네이버웹툰을 단순히 ‘만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는’ 매체가 아니라 ‘안 보면 대화가 안 되는’ 대중매체의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20대 후반~30대 초반에겐 학창시절 지상파 드라마가 했던 역할을 웹툰이 일부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대중매체의 성격을 띄게 된 대형 웹툰 플랫폼에 소수자 이슈에 민감해진 독자들의 시선, 이전과 다른 시대의 조류가 더해지면서 유독 네이버웹툰의 작품들에 논란이 끊이지 않게 됐다. 인터넷 플랫폼의 특성상 하나의 창구에서 모든 콘텐츠를 접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작품이 섞일 수밖에 없고, 같은 플랫폼 내의 작품을 비교하며 네이버 편집부의 자질을 묻는 질문 역시 끊이지 않았다.

물론 네이버웹툰 역시 이런 독자 인식의 변화, 미디어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따라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모든 문제의 가능성을 차단할 순 없다. 또한 표현 자체에 대한 억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장르에 따라 접근 창구를 분할하고, 플랫폼 자체를 특성에 따라 여러 개로 나누는 것이다. 수위나 표현 측면에서 훨씬 자극적인 중소규모 웹툰 플랫폼에는 상대적으로 문제제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단일 플랫폼의 힘이 약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통합 플랫폼을 가지고자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모습을 생각하면,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웹툰자율규제위원회와 함께 플랫폼과 독자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를 펼쳐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4. 웹툰의 산업화: 투자, 합병 다음은 상장

플랫폼이 대형화하고 급격히 성장한 지난 몇 년간, 웹툰계에 투자 러시가 이어졌다. 2016년 카카오페이지의 전신인 포도트리가 1,250억원을 투자받았고, 레진코믹스는 2014년 NC로부터 50억원, 2016년 사모펀드로부터 500억원을 투자받았다. 같은해 투믹스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인터베스트 등으로부터 130억원을 투자받았다. 같은해 다음웹툰이 분사했고, 2017년에는 네이버웹툰이 분사 소식을 알렸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네이버웹툰에 약 4,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네이버웹툰과 다음웹툰의 분사 이후 투자는 제작 스튜디오에 집중됐다. 네이버웹툰은 스튜디오N을 설립해 영상화 공동제작에 나서는 한편, 작가 스튜디오 7곳에 약 42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는 등 IP확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작가가 아닌 기존의 제작사와 CP사 13곳에 1,400억원가량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이처럼 플랫폼의 직접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문 제작 스튜디오가 크게 늘었고, 점차 작품당 제작 단가 역시 높아지면서 ‘인력 확보’가 2020년 웹툰계의 화두가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울 성수에 위치한 서울웹툰아카데미(SWA)가 오픈하는 등 인력양성을 위한 기반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동시에 플랫폼들의 합병 역시 2020년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2018년 8월 ‘저스툰코미코’로 합병을 알린 코미코가 4월 ‘코미코’로 완전히 합병하고, 7월에는 NHN으로 양도되면서 합병작업을 완료했다. 12월에는 레진코믹스가 키다리스튜디오에 인수되며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인수전을 마쳤다고 알렸다. 네이버웹툰은 2018년 일본 라인과 함께 설립한 웹툰법인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를 인수해 라인망가를 손에 넣었고, 동시에 지분구조를 재편해 미국에 위치한 웹툰엔터테인먼트를 본사로 정했다.

네이버웹툰은 대만의 라인망가와 라인웹툰 두 서비스를 ‘라인웹툰’으로 통합했고, 카카오페이지는 대만에 법인을 설립해 내년 대만 서비스를 공식화했다. 또한 중국의 텐센트와 합작해 기업을 만들고 카카오페이지가 MCP가 되는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는 네이버웹툰의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실리콘밸리 밴처캐피털(VC)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처럼 양대 플랫폼이 몸집 불리기, 구조 재편에 나선 이유는 결국 상장을 위한 준비단계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있게 들린다.

5. 정책: 도서정가제와 예술인 고용보험

산업계의 시선에선 쾌속질주하는 웹툰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지만, 정책 분야에서는 답답함이 앞섰다. 먼저 작년부터 계속해서 이슈가 됐던 도서정가제는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3년간 추가로 논의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정가표시 의무에 대해서도 애매한 내용만 남겼다. 다른 일로도 워낙 바쁜 웹툰계가 3년 내내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끄러웠던 이슈가 돌고 돌아 원점이라는 말이 나오자 업계인들조차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웹툰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별도의 분류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을 전담할 인력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모습으론 3년 뒤에도 똑 같은 내용으로 같은 논의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앞선다.

2020년에 이슈가 된 소식 중 하나는 예술인고용보험이 있다. 예술인고용보험은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실업급여와 출산급여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12월 12일부터 시행된 예술인 고용보험은 그 자체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웹툰계는 두팔벌려 환영하기엔 조금 찜찜한 모양새다. 고용보험 가입 요건에 ‘직접 노무를 제공’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어시스턴트와 함께 작업할 경우 고용보험 가입자격을 받지 못한다. 때문에 플랫폼은 작가가 어시를 쓰니 가입을 위한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작가는 작가대로 프리랜서인데 고용보험 가입신고가 복잡해서 가입을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두 정책 모두 목소리를 모아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절실하다는 숙제를 남겼다. 만화계의 정책 연구와 입법 대응을 할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지만 여기에까지 미치는 관심은 미미한 수준이라 앞으로 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6. 불법웹툰: “더 늦기 전에” 라는 말이 더 나오지 않게

정책 부분에서 더 노력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 바로 불법웹툰이다. 웹툰업계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하는 만큼, 불법웹툰 역시 전세계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웹툰업계에서는 “더 늦기 전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게속해서 이야기해왔고, 현실적인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요구해왔다. 최근 논의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최대 3배로 제한하고 있고, 민사적 해결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형사처벌을 약화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플랫폼들 역시 저작권 침해 웹툰이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에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플랫폼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정부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차단 심의를 거치고 나서야 차단이 된다는 점은 오히려 저작권 침해자에게 대비할 기간을 주고 숫자만 바꾼 복제사이트를 다시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사업자와 플랫폼, 작가 또는 작가단체 등 이해당사자가 직접 논의해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부 기관의 권한을 축소해 범죄자 검거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우리웹툰 우리가 지켜요’ 등의 캠페인을 통해 웹툰 작가들이 직접 불법웹툰 근절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 사이트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국내 웹툰의 해외 침해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21년부터 인터폴과 공조해 저작권 침해 수사가 가능하도록 해 더 이상 해외에 서버가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또한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A)에 한국웹툰산업협회, 레진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지에 이어 네이버웹툰이 가입하면서 업계 차원의 저작권 대응이 기대된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부디 더 늦기 전에, 빠르게 대응하는 내년을 기대한다.

7. 독립만화를 주목하라

웹툰의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그 반동으로 독립만화의 저변 역시 넓어졌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기준으로 웹툰 플랫폼에 연재되지 않고, 작가 또는 소규모 출판사가 작품을 펴낸 독립출판만화는 2019년 30작품 내외였지만, 2020년에는 80작품으로 2배 이상 늘었다 . 장르 역시 소수자 서사부터 SF, 인스타툰 자가출판 등 다양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고요한 작가와 잇선 작가는 각각 3작품을 펀딩해 가장 많은 작품을 2020년에 독립출판한 작가였고, 5천만원 이상 펀딩 작품은 2작품이었다.

2019년 평균 펀딩 모금액은 880만원가량이었지만 2020년에는 842만원가량으로 평균 모금액은 조금 줄었다. 하지만 2019년 펀딩 모금액 중간값은 263만원가량이었지만 2020년에는 331만 5천원으로 70만원가량 늘었다. 작품 숫자가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값이 증가했다는 점은 독립만화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특히 <여명기>로 1억원 이상을 펀딩한 작품이 또 등장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아직까진 수익화에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독립만화 분야에서 펀딩을 통한 제작-독립만화 판매처를 통한 판매로 이어지는 유통망이 구축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독자들이 때를 놓치면 만날 수 없는 콘텐츠에서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구할 수 있는 콘텐츠로 나아가는 가운데, 독립만화를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 삐약삐약북스와 쪽프레스 등이 등장하면서 웹툰 플랫폼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만화들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글과 그림을 한정된 공간안에 함께 풀어내는 만화의 특성을 활용한 실험적 작품들 역시 늘어나면서 2020년은 그야말로 독립만화가 반짝이는 한 해였다.

동시에 웹툰 단행본 펀딩에서도 소영 작가의 <모퉁이 뜨개방>이 7,436명의 참여로 3억 3천 9백만원 가량을 모금했고, <가담항설> 오디오 드라마 역시 5억 8천 8백여만원을 모금하는 등 웹툰을 기반으로 한 펀딩 역시 호조를 보였다.

2020년은 산업적으로나 장르적으로나 만화-웹툰이 크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한 해였다고 볼 수 있다. 상업적 웹툰뿐 아니라 독립만화 역시 다양성이 크게 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정책적 측면에서의 아쉬움, 작가들의 수익 양극화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결과적으로 제도적 뒷받침과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되지 않으면 단기간에 변화를 만들기 어려운 분야들이다. 2021년에는 만화계의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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