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 SWI PREMIUM

카카오엔터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카카오 CI(출처=카카오 홈페이지)

‘라이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나루토와 사스케, 축구의 메시와 호날두, 리버풀과 맨유와 같은 라이벌리는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팬의 가슴을 뛰게 할 뿐 아니라, 라이벌은 긍정적인 경쟁구도를 만들고 ‘더 좋은’ 팀으로, 더 나은 선수로 거듭나도록 돕죠.

웹툰계의 라이벌이라면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를 꼽을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카카오엔터 이야기를 조금 해 볼까 합니다. ‘카카오’와 ‘위기’를 같이 검색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가 올라온 지도 꽤 됐죠. 이 시기에 카카오가 놓친 기회가 무엇인지, 그리고 다가올 기회가 또 있을지, 있다면 어떤 것이 있고, 또 카카오엔터가 무엇을 눈여겨봐야 하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 카카오엔터가 놓친 기회: 네이버웹툰의 비상경영체제

카카오엔터가 잡았으면 좋았을 첫번째 기회는 네이버웹툰의 비상경영체제입니다. 네이버웹툰은 상장을 위해 2022년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습니다. 내부 평가를 들어보면 ‘쥐어 짰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만큼 엄청난 긴축에 들어갔고, 당연히 작가들에게도 어느정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시기 작가들에게서 나온 말은 ‘차기작 들어가기가 데뷔작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제일 많았고, 매출이나 분배 비율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카카오엔터는 적어도 겉보기로는 당시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시기였습니다. 2022년 연말부터 불어온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투자설은 2023년 사실로 확인됐고, 일각에선 ‘네이버웹툰이 허리띠를 졸라맬 때, 카카오가 곳간을 풀 수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엔터는 23년초, SM엔터 인수전에 뛰어듭니다. 하이브와 맞불을 놓게 되죠.

카카오와 SM엔터의 CI (출처=각사 홈페이지)

이진수 당시 대표가 22년 하반기 내내 이야기했던 것이 ‘아이돌과의 시너지’였고, SM엔터의 당시 이수만 대표가 이야기했던 것 중에 CAWMAN의 W, 즉 웹툰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납득 가능한 투자였습니다. 그런데,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돈은 돈대로 썼고, 이후 SM 인수와 관련된 잡음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도 모자라 ‘사법 리스크’로 번지고 있는 모양으로 이어졌습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하게 됩니다. 만약 카카오가 네이버웹툰이 비상경영체제로 들어간 22년 중반 이후 생태계에 투자를 늘렸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카오엔터가 만약 아무런 위기 없이 투자금을 생태계 구축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다면, 이후의 확장 국면에서도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중심으로 판이 짜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라이벌의 ‘비상경영’ 이라는 국면을 이용할 수 없었던 당시 상황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 카카오엔터가 잡아야 할 기회: 조직쇄신과 레거시

카카오엔터는 현재 조직쇄신을 진행중입니다. SM엔터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김범수 의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엔터가 조직쇄신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일단 큰 틀에서는 ‘카카오엔터’ 출시 이전의 카카오 M과 카카오페이지라는 두 기업의 유기적인 화합을 이룩할 수 있을지를 보아야 합니다. 원래 CJ ENM 사장을 지내는 등 엔터 경력이 긴 김성수 전 대표와 카카오페이지의 이진수 전 대표가 ‘각자대표’를 맡고 있었지만, 현재는 다음커뮤니케이션 CFO를 지내고, 카카오엔터 음악콘텐츠부문장을 지낸 권기수 대표,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를 지낸 장윤중 대표가 카카오엔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일단 조직쇄신은 지금의 카카오엔터에 불가피합니다. 어느정도 진척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SM엔터 인수전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 그리고 과감한 확장과 매출 경쟁으로 인해 얻은 만큼 잃은 것도 크죠. 이를테면 눈부신 매출 성장을 이루었지만, 동시에 플랫폼이 가지는 이미지를 잃었습니다. 그 사이에 독자들에겐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이 가지는 차별성, 서로 다른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시너지와 같은 것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었죠. 조직쇄신을 통해 시너지를 확대하고, 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겨져 있습니다.

카카오 스토리 크리에이터 데이(SCD) 사진(카카오엔터 제공)

카카오엔터에는 한가지 무기가 더 있습니다.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웹툰 플랫폼인 다음웹툰의 후신, 카카오웹툰이죠. 카카오웹툰은 최근 '하반기 오리지널 라인업'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웹툰 시절부터 카카오웹툰이 쌓아온 레거시를 보여주려면 역시 오리지널 작품이 가장 빠르고, 가장 효과적일 겁니다. 물론 이 상황에서 독자들에게 얼마나 어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레거시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을지는 현재의 역량에 달렸지만요.

카카오웹툰의 하반기 오리지널 라인업(출처=카카오웹툰 캡처 후 재편집)

카카오페이지보단 카카오M에 무게를 싣는 인사가 나온 이후,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의 향방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는 상태입니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사업 방향성과 인사를 재편했지만, 밖으로 공개된 방향성은 스토리 크리에이터 데이(SCD)를 통해 보여준 것 정도가 유일하죠.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이 갖춰야 할 것은, 카카오만의 색깔을 갖춘 ‘레거시’입니다. 벌써 10년이 넘은 카카오페이지 출범 이후의 시간동안 쌓여온 것, 거기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갖추고,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역할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레거시’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 카카오엔터의 가장 가까운 기회: 픽코마와 '이 사람'

그걸 위해서 가장 가까운 기회는 바로 픽코마입니다. 카카오엔터의 대표단이 엔터 산업 위주로 구축되면서, 동시에 카카오픽코마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주요 이유기도 합니다. 카카오픽코마는 현재 일본에서 라인망가와 경쟁구도를 구축하며 라이벌 구도를 만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카카오엔터의 리더십 공백이 생기면서 카카오픽코마가 카카오엔터의 기둥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카카오픽코마 CI(출처: 카카오픽코마)

카카오픽코마가 구축한 글로벌 유통망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카카오엔터의 웹툰 플랫폼이 가진 색채를 레거시로 만들려면 결국 사람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카카오엔터는 내부에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박정서 부사장입니다. 다음웹툰 시절부터 지금까지 웹툰계에서 수많은 작가와 작품들을 거쳐 온 이름이 주는 신뢰는 한순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글로벌 시장에서 픽코마가 가지고 있는 유통망, 그리고 박정서 부사장을 중심으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서 뿌릴 수 있다면, 카카오엔터는 이전보다 더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여기에는 현재 100여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 계열사 정리, 그리고 애초에 DNA가 다른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 그리고 픽코마의 유기적 결합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원 팀’ 스피릿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포착되는 바로는 카카오픽코마가 어느정도 방향타를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방향에 맞추어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의 조직구성도 어느정도 완료된 것으로 보이구요. 물론 카카오엔터가 지금 처한 상황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적한 숙제들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해 봐야겠죠. 물론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쉬우면 재미없죠. 카카오는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PREM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