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숏폼 ‘클립’ 확대, 웹툰과 연계될 수 있을까
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네이버TV’를 리뉴얼합니다. 그동안 ‘네이버TV’는 아무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오픈플랫폼은 아니고, 일종의 게이티드 플랫폼(Gated Platform, 관문이 있는 플랫폼)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다른 영상 플랫폼에서 일정 이상 구독자나 영상을 확보한 곳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거죠. 네이버웹툰은 네이버TV를 ‘클립’으로 개편하고,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한편 네이버의 게임스트리밍 서비스인 ‘치지직’과도 올해 안에 연동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네이버는 3분기 중 채널 개설 조건을 없앤다고 밝혔는데, 지금까진 100명 이상의 타 플랫폼 구독자가 있어야 했습니다. 때문에 일반 창작자들의 초기 진입이 어려웠습니다. 그렇다 보니 주요 방송사, 기업등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많고,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기 보단 일방적인 홍보창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숏폼 서비스 ‘클립’을 선보였고, 네이버TV, 나우(NOW), 블로그와 연동했습니다. 일간 재생수가 매월 평균 20%씩 성장하며 순항중이라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입니다.
당연히 오픈플랫폼으로 전환하면 더 많은 사용자를 모을 수 있겠죠. 이를 위해 네이버는 미리 2천여명의 크리에이터를 선정, 지원금을 지급하며 클립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오픈플랫폼으로 전환해 J커브를 그리며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여기에 치지직이 붙을 것이라고 얘기한 점은 흥미롭습니다. 트위치 역시 영상 도네이션을 통한 ‘놀이’가 일반적이었던 만큼, 치지직 내에서 클립을 이용한 ‘영상도네’ 시스템을 만들지도 기대를 모읍니다.
그런데 여기까진, 전부 영상 플랫폼에 대한 얘깁니다. 웹툰 얘기랑 연결을 지어 보죠.
* 네이버웹툰 소셜미디어에 등장한 영상
에디터가 이 칼럼을 쓰게 된 건, 네이버가 ‘클립’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 나오고 난 다음 올라온 영상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영상 때문인데요. 바로 <연애혁명>의 232 작가와 <레사>의 POGO 작가가 협업한 웹툰 <작두>의 티저 영상이었습니다.
물론 티저 영상이야 이상한 일은 아닌데요, 이 영상만 보고 그런 건 아니고, 칼럼을 쓰는 날짜를 기준으로 2주 전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영상을 보고 있다가 어라? 싶었습니다. 네이버웹툰의 이전 유튜브 영상들과는 결이 조금 다른 영상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2주 전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영상들은 와이랩의 레이블들이 만드는 작품 영상입니다. 와이랩은 네이버웹툰과 깊은 관계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직접 영상을 만들 수 있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약간은 심드렁하게 ‘그렇구나~’하면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작두>의 영상이 올라온 거죠. 심지어 작품이 올라오기 전에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자세를 고쳐 앉고, 이게 뭘까? 하고 보고 있다가 퍼뜩 생각난 것이 네이버의 ‘숏폼’ 확장이 이렇게 연결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상은 웹툰이 올라오기 전에 웹툰의 이미지를 통해 제작한 애니메이션입니다. 3분 가량의 영상이고, 인스타그램에는 총 2개의 영상이 올라왔는데 최근에 공개된 영상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처럼 보이는 영상입니다. 댓글에도 ‘1화만 봐서는 지금 나오는 장면이 어떻게 될지 감이 안 온다’는 댓글이 있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주목한 건 이 작품, <작두>만이 유일하게 개인작가들의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 숏폼 확대와 네이버웹툰의 연관성
네이버웹툰의 증권신고서인 S-1 페이퍼, 칼럼도 하나 준비중인데요. 왜 이렇게까지 울궈먹냐면 700페이지에 달하는 영문 서류를 다 읽었기 때문입니다. 이정도면 1년은 우려야… 아니, 이게 아니라 S-1페이퍼를 읽어보고 나서 네이버웹툰이 집중하려는 분야와 숏폼이 너무 딱 맞는 분야라서, 이 칼럼을 먼저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증권신고서에서 자신들이 보고 있는 시장, 그러니까 ‘네이버웹툰’이라는 플랫폼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을 크게 세 분야로 나누었는데요, 첫번째는 유료 콘텐츠 판매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쿠키’, 글로벌에선 ‘코인’을 판매하는 시장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론 ‘광고’, 그리고 ‘IP확장’ 분야인데요, 네이버웹툰이 보고 있는 미래 시장 규모에서 가장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유료 콘텐츠 판매입니다.
김준구 대표는 상장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콘텐츠 마켓이 아니’라고 못박았습니다. 2023년 현재는 유료 콘텐츠 판매 비중이 80%에 달하지만, 성장 규모를 유지한다면 이 비중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엥? 유료 콘텐츠 판매를 줄인다고요? 아닙니다. 다른 분야가 어마무시하게 성장하는 거죠.
네이버웹툰 2023년 매출액 비중(좌), 네이버웹툰이 보고 있는 시장 기회(우) (자료 출처 = 네이버웹툰 증권신고서)
왼쪽이 현재(2023년)의 네이버웹툰 매출액 비중입니다. 유료 콘텐츠 판매가 80%, 나머지가 각 10%씩입니다. 그런데 네이버웹툰이 증권신고서에서 보고 있는 ‘최대 시장 규모’는 얘기가 좀 다릅니다. 유료 콘텐츠 판매 시장 규모를 1,300억 달러(한화 약 180조원) 규모로 보고 있는데, 이것만 해도 엄청나게 크죠. 그런데 이것보다 더 큰 것이 광고 시장으로 약 6,800억 달러(한화 약 937조원), 이것보다 더 큰 것이 9,000억 달러(한화 약 1,241조원)가량인 IP확장 비즈니스입니다. 물론 2023년 매출액 12억 8천만 달러(한화 약 1조 7,700억원) 가량인 회사가 지금 당장 이룩할 수 있는 매출액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향후 시장이 가지고 있는 기회를 환산하면 이정도라는 겁니다.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 건 비율입니다.
네이버웹툰 북미 작품 감상에 필요한 코인 또는 광고(이미지 출처=네이버웹툰 북미 앱 캡처)
네이버웹툰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비중은 전체 매출에서 유료 콘텐츠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7.6%, 광고가 39.7%, IP확장이 52.6%로 지금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김준구 대표의 상장 후 기자회견에서도 ‘광고 매출의 성장’을 중요한 지표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제 막 시작했지만, 미국에서는 얼마 전부터 ‘한 회차당 7코인’을 내고 보던가, 아니면 광고를 보고 감상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네이버의 자회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독립된 광고체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자체 플랫폼에서 광고를 태울 수 있다는 거죠.
*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숏폼
여기서 숏폼이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에디터는 생각합니다. 일단 자체적으로 ‘브랜디드 콘텐츠’ 형식의 광고를 제작해서 네이버웹툰의 숏폼에 태울 수 있겠죠. <작두>의 사례처럼 네이버웹툰에 레거시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의 컴백 소식을 알린다거나, 이를테면 공모전 대상 작품의 연재 시작과 같은 경우에 숏폼 콘텐츠로 제작해서 자체적인 바이럴, 그러니까 내부 마케팅 비용을 태우거나, 계약 부상으로 책정해서 아예 비용으로 태울 수도 있습니다. 이런 건 1차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거니까 아주 간단한 지점이고요.
국내에서도 실행중인 '광고보고 무료보기'(이미지 출처=네이버웹툰 한국 앱 내 캡처)
특히 IP확장과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습니다. 드라마, 게임, 굿즈, 팝업 등의 상품 광고 비용을 내부로 돌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있고, 심지어 타깃이 여기에 있으니 효과도 높을 수 있죠. 이미 네이버웹툰에서 실행중인 ‘광고보고 무료’ 프로그램 초기에는 작품 광고가 있었고, 지금도 <신의 탑> 게임 광고 등을 찾아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미 활용중이라면, 이것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죠.
네이버웹툰의 경우 수많은 독자들이 직접 영업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내부에서 바이럴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아니면 아예 숏 애니메이션 형태로 연재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겠고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네이버가 클립 앱에서 제공하는 ‘편집 도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웹툰 캡처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BGM을 제공하고, 내가 직접 녹음해서 소개를 얹을 수 있다면 충분히 짧은 리뷰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리뷰어를 11년째 하고 있는 에디터는 생각해보게 됩니다. 물론, 수익화가 받쳐줘야겠죠.
* 스토리테크 플랫폼의 숙제, ‘고도화’
네이버웹툰은 S-1페이퍼에 ‘광고 고도화’를 언급했습니다.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서 이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반응이 다른 광고 플랫폼보다 고도화될 수 있다면 다른 광고 플랫폼보다 높은 가격으로 광고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네이버웹툰은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할 생각이고, 바로 이런 지점 때문에 ‘우리는 유료 콘텐츠 마켓이 아니’라고 말한 겁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쓰이게 될 겁니다. 물론, 넷플릭스 등 일부 콘텐츠 기업들이 시도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죠. 하지만 이건 ‘콘텐츠 추천’이 아니고, 콘텐츠 소비를 바탕으로 한 ‘광고 추천’입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쇼핑 서비스를 운영중이기도 하고, 핀테크는 물론 금융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모은 데이터로 글로벌 소비자까지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동남아 지역에서는 라인이, 북미에서는 ‘포쉬마크’를 인수하면서 그런 역할로 확장할 가능성도 남겨두었습니다.
네이버가 갑자기 ‘숏폼! 결코 숏폼!’이라고 말한 것이 그냥 말한 건 아니라는 것이 에디터의 해석입니다. 콘텐츠 강화는 필연적으로 네이버웹툰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이미 구체적인 그림을 엿볼 수 있는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네이버웹툰의 숏폼 연계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곧 구체적인 그림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에디터는 다음 칼럼으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