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렘 만화축제, 운영 문제로 불거진 보이콧에 파행 예고... 작가와 출판사 모두 "NON"

지난 8월부터 지속되어 온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보이콧이 그랑프리 수상 작가, 독립출판사에 이어 대형출판사까지 번지면서 파행 조짐을 보이자 앙굴렘 만화축제 당국이 직접 진화에 나섰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지난 8월 앙굴렘 만화축제 사무국(FIBD)와 외주 대행사인 9e Art+와 20년간 지속되어 온 계약을 규탄하며 회계 불투명성, 족벌주의 등용, 상업적 과잉행위로 인한 축제 취지 훼손은 지난 수년간 꾸준히 지적되어 왔는데요, 그러던 중 작년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해고하면서 문제가 터져나왔습니다.

지난해 페스티벌 기간 중 성폭행을 당한 홍보 담당자가 가해자를 고소하자 홍보 담당자를 해고하면서 올해 앙굴렘 곳곳에 피해자와 연대를 선언하는 포스터가 게시되는 등 문제는 이미 지난 2025년 축제부터 불거져 왔습니다. ​하지만 8월 말 경에는 만화 노동조합(ADBDA)이 2026년 행사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사그라드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FIBD 노조와 예술가-작가 연합(Syndicat des Travailleurs. euses Artistes-Auteurs​, STAA)가 행사 보이콧을 이어가면서 대치국면을 맞이했죠.​

여기에 저명한 만화가들이 보이콧에 동참했습니다. ⟨지미 코리건⟩등을 그린 크리스 웨어, ⟨쥐⟩의 아트 스피겔만, 2000년 수상자 플로랑스 세스타크(Florence Cestac), ​2022년 수상자 줄리 두쳇(Julie Doucet)​, 2024년 수상자인 포지 시몬스(Posy Simmons)는 물론 2025년 수상자 아누크 리카드(Anouk Ricard) 등 그랑프리 수상자들은 물론 유명 만화가들이 보이콧에 참여했습니다.

이 와중에 뤼마니테 매거진(L'Humanité Magazine​)이 탐사보도를 통해 9e Art+의 이사인 프랑크 본두(Franck Bondoux)의 주도하에 9e Art+와 FIBD를 합병하려는 계획이 폭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성폭행 피해 폭로를 지지하는 온라인 청원으로 시작한 운동이 전면적인 보이콧 운동으로 번지게 된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출판사들 역시 불참을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만화 전문 출판사로 성장한 델쿠르 그룹은 11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 불참한다고 발표하면서 "안타깝게도 이 축제는 수 년째 만화계와 만화 애호가들을 위한 축제가 되지 못했다"며 "9e Art+와 그 이사(프랑크 봉두)가 축제를 장악했을 뿐 아니라 인적관리 시스템에서도 잔혹성을 엿볼 수 있었다. 구조적, 인적, 예술적 측면 모두에서 공공당국의 지원과 감시하에 가능한한 빠르게 근본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만화전문 출판사인 캐스터맨 역시 "당국의 요청에 따라 월요일까지 기다리겠다. 하지만 납득할만한 변화가 없다면 작가들에 뜻에 따라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고, 다르고 출판사 역시 "앙굴렘 축제는 40% 이상 공공기관이, 나머지는 티켓 판매수익과 출판사가 비용을 충당한다"며 "팀과 작가의 임대료, 경비, 숙박비는 축제 기간의 매출로 상쇄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앙굴렘 축제가 출판사들에겐 오히려 비용을 내고 참여해도 남는게 없을지 걱정해야 하는 행사가 되었음을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지난 10월 15일 2028년부터 행사를 운영할 대행사를 선정하기 위한 선정위원회에 제기된 문제에 대한 반응을 제외하곤 공식 대응을 하지 않던 FIBD는 13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보냈습니다. 물론, 이 당시 당연히 9e Art+가 가장 유력한 선정사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이 선정위원회도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작가와 참가사들의 요구 때문에 이뤄졌던 건데, 또 다시 9e Art+를 선정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 소문에 대해 "공정한 절차를 거치겠다"고 발표한 보도자료가 FIBD가 11월 이전까지 마지막으로 낸 공식 대응입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8일, 변화는 없었습니다. 사실상 최종 9e Art+와 국제만화영상단지(CIBDI)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작가들과 참가사들이 퇴진을 요구해 온 감독이 그대로 선정되면서 상황은 말 그대로 가장 최악의 사태를 예고하게 됐습니다.

작가들의 거센 항의가 정점에 달한 11월 13일, FIBD가 한 달만에 내보낸 보도자료에서는 "주요 관계자들의 동의를 충분히 얻지 못한 채 기관을 선정했다"고 인정하면서 "거센 항의의 심정을 충분히 고려하고, 앙굴렘 축제 관계자들의 기대와 축제의 명성을 지키고 제기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아래와 결정을 내렸다"며 고 밝혔습니다.

FIBD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9e Art+의 이번 경쟁입찰 결과를 무효로 하고, 새로운 선정절차를 위한 운영위원회를 꾸리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동 구축의 가치를 보장하기로 약속했고, FIBD 대표, 공공 부문의 기금을 지원하는 기관의 대표, 업계 각계의 전문가와 함께 새로운 운영기관을 찾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위원회에는 FIBD 소속 4인, 만화가노조 회장, 지원기관 대표 3인, 출판사 2인, 작가 2인이 포함됩니다. 위원회 구성은 2025년 12월 18일 완료되고, 2026년 6월 18일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FIBD는 못박았습니다.

FIBD는 또 9e Art+가 2026, 2027년까지 맺은 계약은 유효하다면서, 이후 2028년부터 축제 운영사로 재선정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본두가 속한 9e Art+가 본두가 2027년 물러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반발하고 있는데요. 일단 위원회 구성부터 문제가 있다고 보이콧 당사자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행 2026년 축제에 찬성하는, 또는 최소한 보이콧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은 FIBD와 만화가노조 회장을 포함해 이미 5인인데, 작가들의 숫자는 이보다 적다는 거죠.

또한 문제가 있는 기업이 향후 2회의 축제를 추가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이상 추가적인 파행은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들 중에 "지난 수개월간의 투쟁 사이에서 9e Art+를 위한 결정을 지속적으로 내려온 곳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며 호통치는 댓글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처럼 서구권 최대 만화축제인 앙굴렘 만화축제가 존폐위기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분노한 작가들은 FIBD가 아직 충분히 협상을 시작할만한 대안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티스트 없는 예술이 존재할 수 없듯, 만화가 없는 만화축제도 불가능한 말입니다. FIBD의 첫 공식 대응이 나왔지만 해결은 요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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