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문 연 오픈플랫폼이 흥미롭다
작가는 물론 만화계 전문가들도 항상 데이터를 알고 싶어합니다. 콘텐츠 중에서도 회전이 빠르고,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불안한 창작자들이나 제작사들은 물론이고,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전문가들 역시 믿을만한 데이터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독자들이 어디서 떠나는지, 또 어떤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지, 그에 따른 조회수 증감, 결제율 증감 등의 민감한 데이터들 역시 중요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에서는 이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데이터는 '추정'이고, 추정이 쌓여 추세를 보여주기 전까지 의미없는 스크래핑만 계속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니스트의 COCODA와 같은 데이터 제공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요. 다만 개인 창작자들이 직접 데이터를 확인하기엔 접근성이 떨어지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없습니다. 실제로 데이터를 모으는데 드는 비용 대비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아주 적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에도 개인 창작자에게 직접 데이터를 보여주기 위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비용 문제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B2B, 즉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 데이터 활용이 어렵다는 한계도 이미 웹툰계에선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망가노'라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가 시작했습니다.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작품을 직접 올릴 수 있는 일종의 오픈플랫폼 서비스인데, 여기에 분석툴을 더한 '망가노 애널리틱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이 서비스에서는 페이지당 독자 증감, 완독률, 독자 설문, 다른 작품과 비교, 유입처, 투고후 72시간 분석, 독자층, 분석 서포트 AI 서비스 '코미코파', 독자반응 분석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합니다. 망가노는 "게재 작품을 분석해 활용하는 것이 아닌, 게재 작품을 본 독자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라며 인공지능 학습에 작품이 활용되는지에 대해 가장 먼저 일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사람들이 AI분석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기능도 들어가 있어 일종의 옵트아웃 형태를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베타버전으로 제공되는 망가노 분석툴이 어느정도의 데이터를 제공하는지 아직 확신할수는 없지만, 지금 공개된 내용으로는 네이버웹툰의 크리에이터, 포스타입 등에서 제공하는 기능과 제공 데이터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쌓인 데이터 자체가 의미있는 경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출판사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권한을 행사하는 일본 만화계에서, 말하자면 망가노는 오픈플랫폼 형태로 작가들에게 '데이터에 접근할 권한'을 나눠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출판사를 통해 등단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일본 만화의 압도적 주류이지만, 아마추어 연재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만화가들이 동인시장이 아니라 소위 '양지'로 나오는 계기가 될지도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겠습니다.
작품을 연재한 작가들은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어 좋다. 작품마다 독자의 경향이 상당히 달라 놀랐다"거나 "어느 페이지에서 독자가 떠나는지를 알 수 있어 이야기가 어떻게 읽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든든한 편집자와 함께 하는 것 같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더 큰 물'로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작품을 연재하고 수익을 발생시키는 아마추어 플랫폼이 일본에서도 가능할까요? 데이터 뿐 아니라, 이 부분도 짚어볼만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