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에게 변호사 친구가 생겼다" 2쇄 발간 기념 북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①

작가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 중 하나는 계약서를 받았을 때 일 겁니다. 계약서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실제로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어떻게 다른지 작가가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특히 신인 작가들은 비교해 볼 계약서도, 물어볼 사람도 애매해서 항상 업체와의 정보 격차, 정보 비대칭이라는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계약은 쌍방간의 합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상황’을 전제로 공유하기도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작가에게, 그리고 웹툰 업계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 나왔습니다.

<웹툰작가에게 변호사 친구가 생겼다>는 법무법인덕수의 문화예술법률그룹 ‘아트로’의 변호사들이 함께 모여 만든 책입니다. 지난해 11월 말에 발간된 이 책이 벌써 2쇄를 발행했습니다. 2쇄 발행 기념으로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북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온라인 웨비나(Web+Seminar)로 진행된 이번 북콘서트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사전신청자 약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공동저자인 신하나 변호사가 사회를 맡고, 김성주, 임애리, 윤영환 변호사와 박인하 SWA 이사장, <27-10>, <여명기>등의 저자 AJS 작가가 현장에 참여했습니다. 북콘서트는 사전에 받은 150여개의 질문 중, 변호사들이 직접 확인해서 고른 질문들로 진행되었습니다. 현장의 질문과 답변을 옮겨 2부에 걸쳐 공유합니다.

Q.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웹툰작가들과 어떻게 친구가 됐나?

임애리 변호사: 2015년 만화가협회와 아트로가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계약서를 검토하면서 불공정, 불합리한 조항이 많이 보였다. 작가님들께 수정해야 한다고 말씀드려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모르시거나, 용기를 내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생기는 문제들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 책을 기획했다.

윤영환 변호사: 아트로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무료 자문을 드리고 있었다. 3~4차례 대규모 분쟁이 있으면서 질문과 케이스들이 쌓이면서 변호사들 중에 ‘웹툰을 아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래서 법조인에게도 도움을 주는 한편 작가님들께도 자료를 모아서 책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웹툰 생태계를 공정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Q. 박인하 이사장님이 추천사를 쓰셨다. 제목에도 영향을 준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박인하 이사장: 초고의 제목이 “저작권법 강의”였다(웃음).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트로에서 실제로 경험한 사례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둔 책이었다. 2015년 만화가협회와 업무협약을 한 이후가 공교롭게도 전통적 시장에서 웹툰시장으로 옮겨 가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분쟁이 많았고, 아트로가 여러가지 경험과 고민을 함께했다. 처음 겪어보는 일을 같이 겪었기 때문에, ‘이제 만화가에게도 변호사 친구가 있다’는 느낌으로 추천사를 작성했다.

Q. 실제로 작가님께서 느끼는 불공정한 관행은 어떤게 있는지?

AJS 작가: 하나만 꼽기는 어렵다. 웹툰업계가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관행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비밀스러운 계약조건이 가장 문제라고 본다.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게 업계 평균인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있고, 특히 신인 작가들은 정보가 부족하다.

직접 겪은 건 아니지만, 주변 동료들을 보면 매니지먼트와 플랫폼 사이에 계약조건을 알 수 없어서 제대로 된 계약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플랫폼과 매니지먼트 사이에 오고 간 소위 ‘원장부’를 요청을 해도 플랫폼이나 매니지먼트가 시간을 끌게 되면 작가 입장에서는 ‘차기작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박인하 이사장: 최근에 출판단체가 뭉쳐서 계약서를 만들었는데 10년짜리 ‘표준’ 계약서가 나왔다. 시장이 복잡하게 변화하면서 작가의 권리도 다변화되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걸 하나로 묶어서 계약을 하려는 시도, 10년으로 오히려 계약기간을 길게 묶으려는 시도가 있다는데 충격을 받았다. 때문에 ‘관행’이라는 말로 벌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건 만화계는 아니고 출판 표준계약서로 발표한 것이지만, 작가님들께선 계약서를 받으면 일단 상담을 받아보셨으면 좋겠다.


Q. 나쁜 계약서들은 티가 나게 되어 있는데, 대표적 사례는 어떤게 있을지?

임애리 변호사: 대표적으론 ‘수익성, 퀄리티가 저조하다’는 이유를 들면서 연재 중단을 종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는 선투자금 반환이나 ‘회사가 승인한 부분에만 비용을 지불한다’는 조항이 있기도 하다. 수익성/퀄리티를 판단할 때, 회사의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게 된다면 공정한 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 문체부의 기획만화 표준계약서를 보면 검수-수정의 교과서 같은 조항이 있다.

임애리 변호사가 언급한 문체부 기획만화 표준계약서 7조 '수정'과 관련한 부분

김성주 변호사: “저작물”을 공동으로 소유하자고 하거나, 저작물의 권리를 업체에 ‘양도’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는 경우가 있다. 업체들은 “작가님이 창작하는 과정에 비용을 대지 않았냐”고 주장하거나, “우리가 아이디어도 제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업체에서 스토리나 콘티를 모두 만들어서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을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저작권은 작가의 소유가 원칙이다. 이런 계약서 내용이 있다면 아트로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사들에게 검토를 받아보셔야 한다.

신하나 변호사: 최근에는 웹소설 웹툰화 작품인데 ‘저작권을 전부 양도한다’는 조항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최소한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걸 전부 양도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불공정에 해당한다.

김성주 변호사: 작가가 '창작'한 작품은 작가에게 기본적으로 저작권이 있다. 비독점계약 등으로 서비스를 하더라도, 계약기간 동안 에이전시나 플랫폼, 매니지먼트사가 연재권을 ‘대행할 수 있는’ 권리라고 보시면 된다. 이 원칙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시면서 계약서를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윤영환 변호사: 예전 케이스를 말씀드리자면, 웹툰 플랫폼이 잘 안 돼서 한 플랫폼이 사업을 다른 업체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작가들에게 ‘그 업체로 옮겨라’라고 주장하고, 원고료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경우엔 작가의 동의 없이 다른 플랫폼으로 양도하는 건 작가 입장에선 계약 해지사유고, 원고료를 못 받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도 작가들이 유리했다.

그런데 해당 플랫폼에서는 “계약해지를 하면 받은 원고료를 모두 토해내라”고 말하는 등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그런데 당시 피해 작가들이 모여 있다 보니 힘을 얻을 수 있었고, 만화가협회와 아트로가 중재해서 작가들이 계약 해지를 할 수 있었던 케이스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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