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는 왜 SM을 인수하려고 할까?

오늘(20일), CJ가 SM엔터의 이수만 회장 지분 약 18%를 인수하려고 단독 협상중이라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CJ는 왜 SM을 원할까요? SM을 CJ가 얻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그리고 그건 또 웹툰이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한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70세 이수만, 후계자를 찾습니다

이수만 회장은 52년생으로 올해 70세입니다. 은퇴를 고려할 나이가 됐죠. 이미 11년 전인 2010년, 이수만 회장은 등기이사직을 사임하고 경영에선 물러났습니다. 다만,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아이돌들의 안무를 지금도 직접 디렉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하지만 젊은 감각, 트렌드를 앞서가는 열정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수만 회장에게는 아들이 둘 있는데, 두분 모두 SM엔터 경영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해요. 더군다나 엔터업계는 아주 빠르게, 아주 많이 바뀌는 곳인데 관심 없는 사람들을 억지로 앉혀봐야 잘 안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겠죠. 그래서, 이왕 맡길거면 '잘 하는 사람에게 맡기자' 고 생각하게 됐을 거라는 관측입니다. 그 '잘 하는 사람'을 기업 단위로 옮기면, '잘 하는 기업에게 맡기자'가 되겠죠.
AESPA... 암온어 넥슷 레블...은 '모션그래픽'과 '아바타'를 모두 충족시킵니다.
자, 그럼 이제 상대를 찾아야 합니다. 이수만 대표가 세웠던 비전은 'SMCU' 였습니다. SM 엔터테인먼트 컬처 유니버스의 약자인데, SM의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유니버스를 만든다는게 이수만 대표의 목표입니다. 이 유니버스가 구현되는 것은 CAWMAN, 카툰, 애니메이션, 웹툰, 모션 그래픽, 아바타, 노블입니다. 그중 '모션그래픽'과 '아바타'는 이미 우리가 AESPA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었죠.

* 카카오 빠진 자리에 CJ 온다

원래 처음에 관심을 보인건 카카오였다고 해요. 카카오가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둘러보고 올게요~' 하면서 나갔는데, 조건이 안 맞았거나, 최근 국정감사 전후로 불거진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눈초리가 무서웠을수도 있겠죠. 진실은 카카오만 알겠지만, 일단 카카오는 발을 뺐습니다.

그러자 CJ가 달려들어 단독 협상을 개시합니다. 이수만 회장의 지분은 약 18%, 시가로는 3,200억원이 넘습니다. 이걸 한방에 살 수 있는 현금을 가진 플레이어도 많지 않은데, 왜 하필이면 카카오나 CJ였을까요?

먼저,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카카오M이 보유한 멜론, 수많은 엔터 계열사들, 그리고 영상 제작사와 카카오tv등의 플랫폼은 물론 카카오페이지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IP를 활용하기에 최적인 거죠. CAWMAN이 모두 가능한 플랫폼을 가진 곳이 카카오입니다. SM 입장에선 매력적이었겠지만, 뭐 협상이 끝났으니 어쩔 수 없죠.

CJ는 어떨까요? CJ는 국내 최대 유통사, 국내 최대 영화제작/배급사를 가진 곳입니다. 물류는 왜 나오냐면, SM의 IP확장에 굿즈 사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여기에 스튜디오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모션그래픽과 아바타를 더 퀄리티 높게 만들 수 있고, TVING 같은 OTT를 가지고 있으니 바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서비스도 가능하죠. SM 입장에선 조건만 맞다면 CJ 역시 굉장히 매력적인 파트너입니다.


번쩍번쩍 빛이 나는 CJ가 계획중인 '라이브시티'
또, CJ가 2024년까지 고양시에 건설을 계획중인 '라이브시티'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엔터테인먼트 전용 테마파크인 라이브시티를 채울 IP가 필요했는데, SM이라면 걱정없이 IP확보가 가능하죠. 직접 지은 테마파크에서 관계사 아이돌이 공연을 한다? 디즈니에 미키마우스와 스타워즈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활보한다면, 라이브시티에선 에스파와 NCT가 우리를 반겨주는거죠. 이렇게 말하니까 왠지 가보고 싶어지네요.

* 그래서 웹툰이랑 무슨 관곈데요

자, 여기서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뉴스는 이미 작년에 나왔습니다. 작년 10월, CJ가 6천억원대 주식교환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한 바로 그 기업이 등장합니다. 네이버죠.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말, CJ와 6천억원대 주식교환을 통해 서로 지분을 확보하고 공동운명체가 됐습니다. 이때 주목받았던 건 커머스였어요. 네이버가 보유한 '네이버 쇼핑'과 연계해 물류를 CJ 대한통운이 담당하는 방식에 CJ 계열사들이 입점하는 방식으로요. 참고로 CJ의 주요 계열사 중에는 올리브영이나 '비비고'로 유명한 제일제당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있어요. 이미 작년 8월, 네이버는 SM엔터에 1천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네이버가 보유한 V라이브와 SM의 제휴를 본격화하고, 서로 윈윈하기 위한 투자였죠. 그런데 CJ가 SM엔터를 가져간다면? CJ를 중심으로 네이버와 SM이 삼각구도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것도 서로 IP와 지분을 나눈 거죠.
수퍼캐스팅 첫 시리즈.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
자, 그리고 네이버웹툰 밋업에서 김준구 대표가 발표했던 '수퍼캐스팅'을 떠올려 보죠. DC를 비롯해 BTS의 HYBE 등 다양한 IP 사업자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웹툰으로 선보인다는 그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에 SM의 아이돌이 만들어내는 IP가 얹혀질 수 있겠죠. 어? 어디서 본 것 같다구요? 네, 맞습니다. BTS의 작품을 해외에서 동시 연재해서 화제가 됐던 <화양연화 pt.0>의 사례가 이미 있으니까요. 거꾸로 CJ가 운영하는 라이브시티에 웹툰 콘텐츠 공연과 체험존이 열릴수도 있겠죠.

자, 이렇게 CJ가 SM을 인수하려는 목적, 그리고 가진 잠재력과 웹툰과의 연계까지 살펴봤습니다. 지금은 아직 협상중이니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만약 거래가 성사된다면, 전통적 관점에서의 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웹툰계에까지 큰 영향을 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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