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꼼수'는 어떻게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을까

한국전자출판협회 홈페이지 회원사 동정에 흥미로운 기사가 공유됐습니다. 구글 앱마켓에서 제3자 결제를 도입하는 첫 스타트가 웹툰, 웹소설 플랫폼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구글의 인앱결제가 아닌,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외부 결제 서비스를 도입한 첫 사례라고 기사에서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또는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적용한 첫 사례입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미스터블루가 구글이 내놓은 3자 결제 모델을 도입했고, 그 이유를 '불확실성을 계속 안고 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앱 캡처 ]

이렇게 제공된 내용을 토대로 미스터블루 안드로이드 앱에서 결제를 선택하면 '결제 방법 선택'이라는 안내 메시지와 함께 미스터블루와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중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팝업됩니다. 미스터블루라고 표기된 결제수단에는 휴대폰 결제, 신용카드, 페이코, 문화상품권과 KG 이니시스(PG사)를 통한 결제 등의 방법이 제공됩니다. 구글플레이는 BC카드, KB국민카드, 카카오페이, 구글 기프트카드 등의 결제수단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 구글이 제공한 것 처럼 보였습니다.

* 구글이 제공한 결제 모듈 그대로 사용

이 시스템을 미스터블루가 직접 제공한 것인지, 아니면 구글이 제공한 모듈인지를 확인해보기 위해 결제 방법 선택에서 '자세히 알아보기'를 눌렀습니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Google Play 결제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안내가 팝업되었습니다. 구글이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에서는 구글 인앱결제를 제외한 기프트 카드(문화상품권 등), 이동통신사 직접 결제 시스템, 신용카드, PAYCO에 이르는 시스템을 모두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해당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면 구매관련 문제가 생기면 환불 요청등의 소비자 대응 서비스도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언뜻 보면 개발사의 입장에서 개발 비용도 줄이고, 소비자 대응까지 제공하는 좋은 서비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구글은 최근 외부 결제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26%의 수수료를 걷겠다고 했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 왜 결제모듈을 구글이 제공할까?

사실 외부 결제 서비스를 직접 개발사가 제공하면 수수료를 받을 이유가 없지만, 자신들이 결제 모듈을 제공하고, 소비자 대응까지 맡게 되면 26% 수수료를 걷는데 대한 충분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구글의 인앱결제는 아니지만, 외부결제도 자신들이 서비스를 제공해 수수료를 받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구글은 해당 기사에서 "구글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 혜택을 받으면 수수료가 6%~11%까지 낮아진다"며 "개발사와 앱마켓 이용자 모두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구글이 제공하는 결제모듈과 소비자 대응은 비용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30%에 육박하는 수수료를 걷을만큼 어렵고, 중대한 이슈일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현재까지는 두 결제 간의 가격 차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구글은 '구글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에는 수수료율을 절반으로 낮춰주겠다고 선언한 바 있고, 해당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더라도 한동안은 가격 변동 이슈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왜, 미스터블루는 처음으로 이런 서비스를 내놓았을까요?

* 경착륙 실패하자 연착륙으로 선회한 구글

미스터블루의 이번 선택을 이해하려면, 구글의 전략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초에 구글은 '인앱결제 의무화 할 것'이라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바 있습니다. 이른바 경착륙(Hard Landing)입니다. 한번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급격한 변화를 주더라도, 그 정도 반발이나 충격은 자신들이 이겨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구글이니까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발이 거셌고, 애플과의 이슈도 엮이면서 글로벌 문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구글갑질방지법'이라는 법까지 만들어가며 일방적인 수수료 변경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구글 입장에선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그래서 연착륙(Soft Landing) 전략으로 선회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지금처럼요.

수수료율을 낮추고, 개발사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수수료를 받겠다는 방침을 만들고, 출협과 함께 상생협의체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등의 움직임을 내놓았습니다. 물론, 출판협회와 함께 상생협의체를 만들면서 '웹툰계와 함께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는 덤이었죠. 그리고 그 중에 하나가 전자출판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미스터블루였을 겁니다.

미스터블루는 구글의 인앱결제 연착륙을 위한 전략을 보여주기에도 적합하고, 출협의 입장에서도 도서정가제와 구글의 니즈를 한번에 맞출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였을 걸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미스터블루는 상장사기도 하니까요.

* 우리가 걱정하는 건 지금의 불확실성이 아니다

미스터블루는 앞서 말한대로 "불확실성을 계속 안고 갈 수 없다"고 이번 결제모듈 도입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웹툰계가 구글 인앱결제에 우려의 메시지와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이유는 지금의 불확실성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 콘텐츠 분야에서의 '불확실성'이란 독자들이 결제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할지에 대한 고민이지, 어떤 결제모듈을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닙니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글을 선택했다'라는 말은, 사실 어폐가 있습니다. 지금 말하는 '불확실성'을 만든 주체가 구글이기 때문입니다. 인앱결제 의무화를 강요한 건 결국 구글이니까요. 경착륙이나 연착륙이나, 결국 구글의 전략입니다.

그보다 웹툰계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인앱결제 의무화를 통해 '그동안 없었던' 수수료가 생기는 것입니다. 수수료를 6%~11%로 낮춘다고 해도, 그건 없던 수수료가 추가로 생기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모바일 웹으로 감상해도 똑같은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웹툰과 웹소설에서, 앱을 통한다고 해서 30%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 지금 애플과 구글이라는 거대 플랫폼에 철퇴를 가하는 제도권의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지금 6~11%로 '저렴한' 수수료를 매긴다고 자랑하는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계속해서 이용하다가 점점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면? 결국에는 인앱결제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이미 많이 겪었고, 이제는 구글의 전략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이 쌓였습니다.

자, 지금까지 미스터블루의 선택에 따른 구글의 전략까지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법제화에도 꼼수로 대응하는 구글에 우리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그래봤자 대체제가 없는데 어쩔거야?'라고 묻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플랫폼을 우리는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요? 이제 우리에겐 이런 숙제가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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