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싶다고? 그 꿈, 라프텔이 이루어드리겠습니다

최근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인 라프텔의 유튜브에 웹툰 <유성의 궤도>를 애니화한 숏애니가 올라왔습니다. 크레딧을 보니, 청강대 제작…!? 그렇습니다. 작년 2021년 5월말, 라프텔과 청강대 애니메이션스쿨이 산학협력을 체결한다는 소식이 나왔었는데요. <유성의 궤도>가 바로 이 산학협력으로 탄생한 첫 결과물인 것이죠.

그런데 이 산학협력을 파볼수록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선 현장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라프텔이 굳이 학생들과 협업해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라프텔이 보여준 행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라프텔의 산학협력 소식과 더불어 라프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라프텔의 김범준 CEO과 김남희 콘텐츠 총괄 이사를 만나 들어보았습니다.

라프텔x청강대 산학협력으로 탄생한 <유성의 궤도> 애니메이션


Q. 안녕하세요! 라프텔 여러분, 반갑습니다.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가 산학협력 소식을 시작으로 기획된 거라 먼저 산학협력 얘기부터 해볼게요. 작년, 청강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발표하며 나온 내용에 따르면 산학협력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요. 첫번째, 라프텔에 청강대 학생 작품 공개, 두 번째, 리디가 보유한 웹툰, 웹소설 등 원천 IP를 활용한 ‘라이트 애니’ 제작이었습니다. 첫 번째 내용은 청강대 학생들 작품이 현재 라프텔에 ‘라이트 애니’로 올라와 있고, 두 번째 내용이 바로 이번에 나온 <유성의 궤도>인 거죠. 청강대와의 산학협력이 어떤 취지에서 이루어진 건지 궁금합니다.

라프텔 : 아직까지 국내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래서 스튜디오도 있긴 하지만, 개인 단위 등 소규모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그런 인재를 찾아내서 외주를 진행하곤 하는데, 그렇게 선택지로 고려한 것 중 하나가 청강대였어요.

청강대에 인재분들이 많아요. 요즘 학생분들은 기술적인 역량이나 기술 친화도가 굉장히 높거든요. 그래서 현재 저희가 외주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도 재학생이 있기도 해요. 산학협력을 맺으면 제작팀이 늘어나고, 또 함께 작업하면서 좋은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도 되겠다 싶어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유성의 궤도> 숏 애니(좌)와 원작 웹툰 <유성의 궤도>

Q. <유성의 궤도>는 3분 가량의 짧은 숏애니로 제작되었는데, 이런 라이트 애니로 제작하신 이유가 있나요?

라프텔 : 기존의 상업 일본 애니메이션은 보통 한 화가 20분에서 25분 정도잖아요. 요즘은 유튜브나 틱톡 같은 플랫폼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숏 컨텐츠에 익숙한데, 그럼 5분 이내로 짧게 짧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애니메이션은 인력도 많이 필요하고 제작비도 높은 편인데, 길이를 줄이면 이 부분도 보완할 수 있으니까요. 프레임을 많이 쓰지 않더라도 몰입도만 높일 수 있다면 이쪽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비전을 담아 작업하고 있는 게 라이트 애니입니다.

Q. 산학협력으로 제작하게 된 애니메이션의 원작을 <유성의 궤도>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

라프텔 : ​현재 라프텔에서는 다양한 IP를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에 있는데, 후보 IP 중 하나가 <유성의 궤도>였어요. 원작 IP를 선택할 때는 판매량이나 완독률, 화제성을 포함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데요. 조건에 맞는 작품들을 추리고 계약이 가능한지 알아본 다음 청강대쪽과 논의해서 최종적으로 청강대에서도 만들고 싶어한 작품이 <유성의 궤도>였습니다.

Q. <유성의 궤도>는 비엘 작품인데, 일부러 비엘 작품을 고르신 걸까요? 라프텔에서 <과호흡>, <시맨틱 에러> 등이 반응이 좋았던 것과 관련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라프텔 : ​일단 청강대 쪽에 비엘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마침 리디에 좋은 비엘 IP들이 있어서 서로 잘 맞았고요. 비엘 소비자층은 점점 커지고 있고, 이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하는 시장이 잠재력이 있다는 점은 체감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대부분 웹소설, 웹툰으로만 나오지 애니메이션으로는 잘 안 만들어지잖아요. <과호흡> 같은 사례를 보면 분명 이런 작품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 수요를 만족시킬 만큼 작품이 많이 없으니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라프텔 첫 제작 비엘 애니메이션인 <시맨틱 에러 스페셜>이 나왔고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Q. <유성의 궤도>는 제목에 ‘파일럿’이라고 표기되어 있던데 혹시 후속화가 나올 예정이 있나요?

라프텔 : ​파일럿은 가능성을 점쳐보는 시험용이란 의미가 있는데요. 반응은 좋았지만 아무래도 학생들이 학업 외에 추가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보니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죠. 하지만 <유성의 궤도> 제작팀 외에 산학협력으로 꾸려진 팀이 더 있고, 그 팀에서 제작한 작품도 곧 공개 예정 중에 있습니다.

스트리밍에서 제작으로 보폭 넓히는 라프텔

Q. 초기의 라프텔은 개인화 추천이 주요 서비스였잖아요. 하지만 현재의 라프텔은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가 되었고, 최근에는 계속해서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에 힘을 쏟는 것으로 보여요. 이렇게 변화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프텔 : ​​라프텔이 초창기에는 불법시장을 양성화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불법이용자들 때문에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시장이 실제 이용자 수에 비해 저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불법으로 보던 사용자들을 실제로 유료 구독자로 전환시키는 데에 성공하면서 라프텔이 잘 성장해왔어요.

그렇지만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이용자는 국내 기준으로 300~400만명 정도 돼요. 반면 웹툰, 웹소설 이용자는 1000~2000만명이죠.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지금의 서비스를 갈고 닦아 편의성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웹툰, 웹소설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올 수 있도록 유인해야 잠재적인 이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른 이유로는 라프텔은 해외 진출도 고려 중에 있는데 해외 진출을 하려면 결국은 IP에 대한 통제권이 중요하잖아요. 현재 라프텔은 인기 있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저희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닌 재패니메이션이에요. 마침 요즘 국내에서 인기있는 웹툰, 웹소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으니 그것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그걸 무기로 진출하는 게 훨씬 더 승산이 높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Q. 그렇게 라프텔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슈퍼시크릿>이었잖아요. 첫번째 애니 제작 프로젝트였던만큼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은데요. 또 애니메이션화 할 첫 작품으로 <슈퍼시크릿>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라프텔 : ​​<슈퍼시크릿>은 사실 저희도 ‘이게 될까?’하는 생각으로 했던 첫 시도였어요. 한 번 해보고 나니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었지만 ‘이 방향이 맞는 것 같고, 앞으로 이쪽에 힘을 쏟아야 겠다’는 확신은 얻을 수 있었죠.

첫 작품인만큼 저희도 어떤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지 정말 신중하게 고민했는데요. 고려한 기준은 크게 3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저희 플랫폼의 대중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대중적인 IP를 고르자는 것이었어요.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전체 연령가 작품으로요. 두 번째는 액션이나 판타지 요소는 제작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자는 것. 세 번째는 스튜디오 쉘터와 함께 하게 된 만큼 쉘터측에서도 하고 싶고, 서로 시너지가 잘 살 수 있는 작품으로 고르자는 것이었어요. 이런 기준으로 작품을 추린 다음, 계약이 가능한 작품을 살펴서 최종적으로 고르게 된 것이 <슈퍼시크릿>이었던 거죠.

결과적으로 쉘터에서 정말 애정과 열정을 가득 쏟아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주셨어요. 타이트한 예산 속에서도요. 사운드를 맡았던 스튜디오 플레이그라운드에서도 직접 작곡까지 해주시며 성심성의껏 작업해 주셨구요. 제작진의 이런 진심을 느끼셨는지, 이온 작가님께서 애니메이션 마지막 화수까지 라프텔에 다 올라온 뒤에 감사 카드와 함께 맛있는 쿠키를 보내주셨어요. <슈퍼시크릿> 작품처럼 따뜻하고 감동스러운 프로젝트였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뒷풀이를 하지 못한 게 아쉽네요 하하.

라프텔 첫 제작 애니메이션 <슈퍼 시크릿>(좌)과 원작 웹툰 <슈퍼 시크릿>(우)

Q. <그 여름>도 좀 독특한 케이스라고 생각했어요. <그 여름>은 웹툰이나 웹소설이 아닌 등단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잖아요. 라프텔의 평소 이용자층들에게 친숙하고, 기존 팬덤이 있어서 유리한 건 웹툰과 웹소설 쪽일 텐데 최은영 작가의 이 소설을 애니화하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라프텔 :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어요. 웹툰, 웹소설 IP가 핫한 건 알지만, 스토리 자체가 몰입도 있고 좋은 작품이라면 그게 문학소설이든 웹툰이든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워본 거죠.

또 한지원 감독님이라고 ‘한국의 지브리’라는 평을 듣는 신예 감독님이 계신데, 저희가 이 감독님과 일을 꼭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잘맞는 작품을 고르는 게 중요했죠. 여러 단편 소설들을 다양하게 검토했었는데, 그 중 <그 여름>을 감독님이 골라주셨습어요. 실제로 감독님이 작품의 분위기와 감성을 너무 잘 살리고 꼼꼼하게 연출해주셔서 내부 시사하는 도중 눈물을 흘린 팀원들도 있었답니다.

<그 여름>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레드독컬쳐하우스와도 협업해서 메인 작업을 진행한 것의의 의미도 커요. 레드독은 업계에서 정말 유명한 제작사거든요. 저희가 제작 예산을 넉넉하게 드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도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해 주시고 투자도 함께 했습니다. 제작 시에도 큰 열정을 쏟아서, 저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퀄리티를 뽑아주셨어요.

<그 여름>은 특히 의미가 깊은 작품인 만큼 배리어프리 자막(*청각장애인을 위해 대사, 효과음, 배경음악 등 청각 정보를 표기한 자막)도 제작 중이에요. 올 여름이 오기 전, 라프텔에서 공개할 계획입니다.

라프텔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그 여름>(좌)과 원작 소설 <그 여름>(우)

Q. <그 여름>은 여성과 여성 간의 사랑을 다루는 작품이니 백합이나 GL 장르로 분류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여름>을 원작으로 선택하신 데에 이런 이유도 있었나요?

라프텔 : ​​퀴어물이라는 이유로 <그 여름>을 고른 것은 아니었고요. 작품만 보고 골랐는데 퀴어물이었던 것에 가까워요. <그 여름>은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이나 주연 인물들 간의 감정선, 작품에서 그려지는 아름다운 배경 등 여러모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그 여름>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까지 라프텔은 스튜디오 쉘터나 레드독컬처하우스 등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공동 제작하는 형태로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었는데요. 라프텔이 독자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를 꾸릴 계획도 있나요?

라프텔 : ​​현재 저희 내부에 애니메이션 제작 부서가 있는데요. 최근 공개했던 <소라의 눈>이 저희 팀원이 1인 제작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올해 공개 예정인 자체 제작 작품이 2~3개 더 있을 예정인데, 파일럿이 아닌 본편으로 10화 정도를 준비한 로판 작품이 올해 중 공개될 예정입니다. <소라의 눈>을 제작한 팀원은 지금 또 다른 작품을 작업하고 있는데요. 해당 작품도 올해 오픈할 계획이에요.​ 앞으로 인재들을 더 영입해서 팀을 키우고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게 장기 목표예요.

라프텔에서 제작한 파일럿 웹애니 <소라의 눈>(좌)와 원작 웹툰 <소라의 눈>(우)

Q. 혹시 더 나아가서 원작이 없는, 아예 라프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계획은 없나요?

라프텔 : ​​고려를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아요.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많이 부족해서, 좀 더 경험치를 더 쌓은 나중에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현재로서는 웹툰, 웹소설, 더 나아가 게임 등 기존 IP에 힘입어 그쪽 독자들을 애니메이션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게 우선 과제라 이쪽에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유성의 궤도>나 <소라의 눈>을 비롯해 그동안 자체 제작을 하거나 자체 더빙을 한 작품들이 대부분 비엘 장르였는데요. 앞으로 제작할 작품도 비엘 위주로 하실 계획인가요?

라프텔 : ​​비엘도 있지만 다른 장르들도 많이 있습니다. 로맨스 판타지 작품도 예정 중에 있고, 드라마 장르나 학원물도 예정 중에요 있어요. 작년에 제작을 시작한 작품들은 대부분 리디 IP라 로판과 비엘의 비중이 높은데,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IP의 풀을 넓혀갈 생각이라 더욱 다양한 장르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Q. 로판 애니메이션이 나오나요?! 기대가 되는 한편 걱정도 되는데요. 로판은 화려한 작화가 포인트인데 애니메이션으로 잘 살릴 수 있을까요?

라프텔 :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셀 애니 방식 외에 다른 방식도 도전하고 있어요. 로판의 경우 부드러운 동작보다는 한 컷 한 컷의 작화나 화려한 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스토리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 중인 로판 원작 애니메이션은 올해 중 오픈 예정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우절만 위해서 사는 라프텔 팀원들 ...? (아닙니다)

Q. 라프텔을 이용하다 보면 세세한 부분까지도 이용자들을 저격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앱에 접속할 때 로딩화면에 라프텔 신작의 이미지가 들어가 있는 것이나, 잘못된 페이지에 <명탐정 코난> 패러디가 들어가 있는 것 등에서요. 이런 디테일까지 챙길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라프텔 : ​​라프텔은 팀 문화가 말랑말랑해요. 팀원들 대부분이 유머를 좋아하고, 오픈마인드에, 신명나게 일하는 걸 좋아합니다. 무언가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욕심 많은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어떤 아이디어가 던져졌을 때의 팀 내부 반응도 즉각적이고 그게 실제로 구현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해서 유저들에게 선보이게 된 아이디어들이 꽤 많은데, 메인 배너에 해당 날짜의 생일인 캐릭터 축하가 들어가거나, 흑집사에 '보고 싶다'를 누르면 세바스찬이 튀어나온다거나 하는 것들이 그 예시죠. 만우절도 그렇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 회사 특성 상 평균 덕력이 높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특히 운영팀과 마케팅팀의 덕력은…굉장합니다. 덕후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덕후들 마음에 확 와닿는 세세한 디테일까지 챙길 수 있는 것 같아요.

흔히 '404 not found'라고 불리는 없는 페이지 오류 화면. 라프텔에서는 재치 있게 <명탐전 코난>으로 패러디하고, <명탐정 코난>으로 시청을 유도한다. (위) / 라프텔 메인 배너에는 신작 애니메이션이나 라프텔 추천 애니메이션이 보통 걸리곤 하는데 종종 주요 캐릭터의 생일인 날에는 생일 축하 배너가 걸리기도 한다. (아래)

Q. 라프텔에 접속하면 가장 눈에 띄는 게 위트 있는 문구와 함께 있는 다양한 큐레이션인데, 이건 어떻게 구성되는 건가요?

라프텔 : ​​큐레이션은 운영팀에서 담당하는데요. 운영팀은 한 사람 한 사람 덕력으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팀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라프텔 운영팀은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웹툰, 웹소설, 게임, 여성향, 남성향 다 가리지 않고 온갖 취향을 다양하게 섭렵하고 있는데요. 이런 운영팀이 머리를 싸매고 매주 회의를 해서 큐레이션을 추가하거나 바꿉니다. 현재는 약 150종류가 있어요.

운영팀은 큐레이션을 포함해 새로 들어오는 작품을 보고 관련 태그를 달기도 하고, 작품을 등록해서 각 화마다 가격을 달기도 하고, 정산도 하고, 공지도 하고, 작품 업로드 예약도 하는 등 수많은 일들을 담당합니다. B2B와 B2C를 연결하는 관절 같은 팀이라고 할 수 있죠.

라프텔의 덕력과 드립력을 확인할 수 있는 메인 화면의 큐레이션. MBTI가 라프텔에까지...

Q. 만우절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작년부터 만우절 이벤트를 한 것으로 아는데, 작년과 올해 모두 반응이 좋았습니다. 만우절 이벤트는 어떻게 기획된 건가요?

라프텔 : ​​​예전부터 다른 기업들의 만우절 장난을 보면서 저희도 만우절 이벤트를 해보고 싶다고 항상 생각은 했었는데 여력이 안 되었어요. 그러다 작년 3월 중순 쯤에 마케팅 팀이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면서 ‘지금부터라도 만우절을 해볼까?’해서 시작하게 됐죠. 만우절 기획 및 진행은 주로 마케팅팀과 운영팀에서 하지만, 개발팀 리소스가 필요한 부분도 있어서 라프텔 내에서도 나름 큰 이벤트예요. 만우절 하루를 위해서 모든 작품의 제목과 썸네일을 전부다 제작해서 바꾼 다음 다시 다음날엔 원래대로 돌려놔야 하니까요. 팀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그래도 저희 만우절 장난에 즐거워하는 유저분들의 반응을 보면 너무 보람차고 행복하기 때문에, 다들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매년 할 계획이니 내년 만우절도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드립력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각종 커뮤니티를 휩쓸었던 라프텔의 만우절

라프텔 선생님…이 작품이 보고 싶어요

Q. 라프텔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판권만료인 것 같은데요. 판권을 많이 확보할 수록 당연히 좋겠지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 테니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신작 애니메이션 외에 이전 애니메이션의 판권을 들여오거나 판권이 부활하는 작품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라프텔 : ​​​라프텔에서 볼 수 없는 작품에는 ‘작품 요청하기’ 버튼이 있는데요. 이 요청하기 버튼을 통해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품을 선정합니다. 저희가 주기적으로 이 데이터를 뽑아서 ‘요청하기’를 많이 받은 작품들을 확인하는데요. 그 중에서 데이터 노이즈를 일단 제외하고, 지금 들여오면 좀 더 화제가 되고, 저희 타깃과 잘 맞을 것 같은 작품을 골라서 진행을 합니다.

Q. 최근에 들어온 <흑집사>나 <모노노케>의 경우는 어떻게 들어오게 된 건지 궁금해요. 특히 <모노노케>는 개성이 강하고 지금까지 국내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던 작품이라 놀라고 기뻤거든요.

라프텔 : ​​​<흑집사>와 <모노노케>는 ‘요청하기’에서 상위권에 있었던 작품이고, 저희도 항상 마음에 품고 있던 작품이기도 해요. 사실 <모노노케>는 상위권에 있다 해도 순위가 아주 높았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 사람들이 작품을 잘 몰라서 그렇지 한 번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 봤어요.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답니다!

실제로 라프텔 틱톡에서 유독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모노노케> 예고 영상과 <흑집사> 예고 영상

Q. 그렇다면 지표는 그렇게 높지 않은데 누군가가 ‘이건 들여와야 한다!’ 하고 강력하게 주장해서 들어오게 된 작품도 있을까요?

라프텔 : ​​<마도조사>가 그런 경우였어요. 중국쪽 콘텐츠를 수입해 본 적이 없으니까 고민이 좀 됐는데, 심지어 중국에 출장 가서 가격을 알아보니 너무 비싼 거예요. 그렇지만 남희님이 이건 되는 IP라고 강력하게 주장을 해서 들여오게 되었는데 오히려 기대보다 더 잘됐죠.

<마도조사>는 사용자들이 일어 더빙에는 익숙해도 중어 더빙에는 익숙하지 않은 점, 그리고 당시에 이미 인기가 많아 볼 사람들은 이미 불법으로 다 봐서 새로운 메리트가 있어야겠단 생각에 라프텔에서 자체적으로 더빙을 했었는데요. 그래서 반응이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해요.

Q. ‘이 작품은 잘 될 거야!’라는 예상과 실제 수치가 잘 들어맞는 편인가요?

라프텔 : ​​​기대보다 너무 못 미친 작품도 있었고, 기대보다 훨씬 잘 된 작품도 있었죠. 그런데 또 런칭 이후에 화제성을 타게 되는 운적인 요소도 있고, 마케팅을 잘 해내서 잘 되는 경우도 있어서 잘 된 요인이 무엇인지 가리는 게 좀 애매한 면이 있긴 해요.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경험이 점점 쌓이면서 요즘은 예상치와 실제 데이터가 꽤나 근접하고 있습니다.

여전한 불법사이트, 그럼에도 지속성장 할 라프텔

Q. 초창기에는 왓챠처럼 사용자가 별점을 매기면 선호할 만한 작품을 추천해주는 ‘취향 저격’ 기능이 있었는데 현재는 이런 기능이 사라졌어요.

라프텔 : ​​​​추천 서비스를 운영하던 당시에 만들었던 로직 같은 것들이 현재도 서비스 내에 티나지 않게 반영 되어있긴 한데요. 저희가 애니메이션 스트리밍으로 서비스 방향을 굳히면서 개인화 추천이 의미가 없어졌어요. 현재 라프텔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약 2천개정도인데, 개인화 큐레이션을 하기에는 너무 적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운영팀과 마케팅 팀이 재미있게 만든 큐레이션의 클릭률 등을 보았을 때 이쪽이 낫다고 판단을 해서 현재는 테마별 추천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Q. 그동안은 라프텔 자체 더빙을 하거나, 오직 라프텔에만 판권이 있는 등 ‘라프텔 only’를 강조한 게 많았는데요. 앞으로도 ‘라프텔 only’에 집중하고 강조하실 생각인가요?

라프텔 : ​​​​네, 특히 저희가 앞으로 제작할 작품들을 통해 라프텔 only 라인업을 더욱 다양하게 확대해 갈 계획입니다. 현재 라프텔에서는 신작 애니메이션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여기에 추억의 애니메이션들 뿐 아니라, 직접 제작한 새로운 장르와 유형의 콘텐츠들을 새롭게 채워 넣어 더욱 다채로운 애니메이션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Q. 라프텔은 이제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사이트로 정체성을 굳혔으니, 현재의 라프텔이 경쟁사로 여기는 쪽은 OTT쪽일까요?

라프텔 : ​가장 핵심적인 경쟁사는 여전히 불법 서비스예요. 애니24를 셧다운하고 나서도 최근 또 다른 불법 사이트가 생겨났거든요. 넓게 보면 넷플릭스, 디즈니 등의 OTT 서비스를 경쟁자라고 볼 수 있겠지만, 여전히 불법사이트가 가장 위협적인 경쟁사입니다.

2020년 말 불법 애니메이션 사이트 '애니24'의 운영자가 검거되면서 애니24는 폐쇄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 애니메이션 사이트들은 근절되지 않았다.


Q. 불법사이트 문제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어요. 불법사이트와 관련해서 어떤 점이 제일 어려운가요?

라프텔 : ​웹툰, 웹소설의 경우에는 국내에 원작자가 있는 경우가 많고, 국내법의 보호를 받잖아요.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원작 판권을 가진 주체가 기업, 그 중에서도 외국 기업인 경우가 많다 보니 ‘불법성’을 판단하는 단계가 수 단계씩 더 필요하게 됩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은 하나의 기업이 아닌, 다수의 기업으로 구성되어진 컨소시엄(제작위원회)이 주요 의사결정을 하기에 저작자에게 동의를 받는 과정이 더 길고 험난합니다. 이렇게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사분들의 협조와 문체부 특사경 분들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 덕분에 애니24, 모애니 등 이용자 규모가 큰 불법 서비스들부터 순차적으로 폐쇄되고 있습니다.

Q. 혹시 라프텔 내에 불법사이트에 대응하는 조직이나 팀도 있나요?

라프텔 : ​과거엔 제(대표 김범준)가 주도적으로 많이 했었고, 현재는 운영팀에 담당하는 팀원들이 있어요. 불법사이트들이 폐쇄될 때마다 라프텔은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대응할 예정입니다.

Q. 라프텔이 현재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과 앞으로 그려갈 미래가 있다면요?

라프텔 : ​청사진이라는 것은 계속 변하는 것이니까 앞으로 또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라프텔에겐 크게 3단계가 있는 것 같아요. 1단계는 불법 시장을 양성화해서 국내에 유의미한 시장의 규모를 만드는 것이에요. 1단계는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고 아직도 이 부분에 성장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2단계는 애니메이션 시장의 대중화를 이루는 것이에요. 서비스의 사용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웹툰, 웹소설, 게임 등의 IP를 통해 이용자들이 애니메이션 시장으로 연결되게끔 다리를 놓는 것이에요. 현재 애니메이션 제작을 통해 힘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 다음 3단계가 글로벌 시장 진출인데요. 중화권에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했다가 중국의 유튜브가된 빌리빌리라는 서비스가 있잖아요. 북미에는 크런치롤이 있고요. 그리고 여기에 라프텔이 한국을 기점으로 동남아 시장까지 진출하는 구도를 그리면 아름답지 않을까…하고 생각 중에 있습니다. (웃음) 그게 언제 일진 몰라도 불가능한 미래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라프텔이 초창기 광고 등에서 내걸었던 슬로건이 ‘정의롭고 당당한 덕후들을 위한 스트리밍’이었는데요. 지금의 라프텔을 표현하는 슬로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라프텔 : ​사실 저희가 올해 중 커뮤니티 기능을 도입하려고 기획&개발 중인데요, 이렇게 달라지는 라프텔에 맞는 슬로건은 ‘자유롭게 표현하는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라프텔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저 역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편리하게 신작 애니메이션까지 볼 수 있는 라프텔을 서비스 초창기부터 눈여겨보고 이용해왔는데요. 이렇게 인터뷰까지하게 되어서 감개무량합니다. (이 작품 판권 들여와 달라고 사심 어필까지..!)

만화는 오타쿠만 보는 것이라는 편견이 팽배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 웹툰은 대중문화가 되었죠. 웹툰이 초반에는 웹상에서 가볍게 그리고, 가볍게 볼 수 있는 만화로 나왔던 것처럼 애니메이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라프텔의 전망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웹툰도 했는데 애니는 안 될 게 뭐람? 머지않아 라프텔은 애니메이션계의 네이버웹툰 같은 존재가 될 지도 모릅니다.

또 한편으로는 불법사이트가 여전히 가장 치명적인 경쟁사라는 답변이 충격적이기도 했습니다. 라프텔은 서비스 초창기부터 ‘합법적으로 보세요’를 내세웠었고, 이제 덕후들이라면 다 아는 플랫폼이 되었는데도 불법 서비스의 기세가 저 정도라니…? 더군다나 애니메이션 스트리밍은 저작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대처가 어렵다는 지점도 놀라웠습니다. 이용자들의 인식이 더욱 바뀌고, 구조적인 문제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덕후판 왓챠에서 시작했던 라프텔. 스트리밍 사이트라는 점에서 덕후판 넷플릭스로 불리던 라프텔이 이제는 콘텐츠를 자체 제작한다는 점까지 닮아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가 단순히 해외 작품을 가져와서 서비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심을 가지고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미 몇몇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앞으로 더 많고 다양한 작품들을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설레네요.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 걸어가는 라프텔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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