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유통 사이트에서 "작가님 힘내세요"... 범죄 돕는 사람이 독자?

불법웹툰을 없애기 위한 싸움은 아주 길고 지난합니다. 살인사건처럼 살고 죽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다보니 후순위로 밀리고, 거기에 온라인에서 벌어지다 보니 피해 입증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명확한 근거'를 가져오라는 법원의 요구 앞에 실제 받은 피해보다 적은 형량과 배상청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일차원적으로 불법 웹툰으로 받는 피해를 '재산권 침해'로만 보면 작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불법 웹툰은 웹툰이 가진 파급력을 이용해 다른 범죄로 통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불법 웹툰 사이트가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웹툰을 불법으로 유통하면서 성매매, 불법 도박, 마약 등 다른 범죄 사이트들을 홍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렇게 수익을 올린 것을 근거로 당시 최대 불법 만화 유통 사이트였던 '망가무라'의 운영자를 '조직범죄처벌법'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형사처벌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에 불법웹툰 유통을 단순히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저작권 침해로 시작되는 사이버 범죄, 그리고 다른 범죄와 연결되는 조직적 범죄의 고리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실제로 정책의 측면에서도 변화가 다가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 불법 웹툰 유통범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달린 댓글. 빨간색 네모로 표시한 '토토(사설도박)' 광고가 보인다.

한때는 불법 웹툰에 작가 개개인이 대응하면 '독자'들의 타깃이 될까 두려워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다릅니다. 그저 봐 주시는 것이 감사하던 시절은 예전에 지났고, 웹툰을 유료로 감상하는 시장이 일반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불법 유통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독자로 봐야 할까요?

독자는 단순히 '읽는 사람'이 아닙니다. 독자는 감상하는 주체이며, 작품을 통해 작가와 연결되는 사람입니다. 이제 그 연결에는 작품을 연재하는 플랫폼을 찾고, 작품을 선택하고, 결제해서 감상하는 모든 행위가 포함됩니다. 말하자면, 이전보다 더 직접적으로 작가의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을 독자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불법 웹툰 유통범들은 어떤가요? 작가가 만든 작품을 훔쳐가서 걸어놓고 사람을 모읍니다. 그렇게 발생한 트래픽으로 성매매, 불법 도박, 마약 등의 광고를 게재하고 돈을 받습니다. 불법 웹툰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작가의 수익을 빼앗을 뿐 아니라, 범죄 수익을 만들어내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들입니다.



지난 4월, 대학생 연합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만든 "PROJECT WEB"은 독자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시였습니다. 웹툰과 웹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모여 지금 유행하는 '회귀, 빙의, 환생'을 컨셉으로 "당신이 결제하지 않고 불법으로 작품을 보았기 때문에, 이 작품의 주인공은 회귀, 빙의, 환생하지 못했다"는 광고를 실었습니다.

창작의 고통을 견디며 작품을 만들어나갈 용기를 주는 것이 독자라면, 작품 자체가 태어날 수 없게 하는 것이 불법 이용자들이라는 점을 단번에 드러내주는 이 광고 프로젝트는 입소문을 타고 천만원 이상을 모금해 6월에 강남, 신촌 등을 비롯한 서울 2호선 주요 역사에 광고를 2주간 게재했습니다.

범죄를 돕는 사람이 독자일 수 있을까요? 질문 할 가치도 없습니다. 작가를 위한다면서, 작가에게 힘내라면서 불법 웹툰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독자일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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