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만화평론가' 손상익 선생 별세... 향년 69세


손상익 전 만화문화연구원장 (사진=유족 제공)

우리나라에 '만화평론' 신춘문예 공모전이 생긴 것은 1991년입니다. 1991년 당시 스포츠서울에서 신설한 신춘문예 만화평론 분야에 당선되어 '1호 만화평론가'로 꼽히는 손상익 전 만화문화연구원장이 지난 10일 향년 69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1955년 대구에서 태어난 손상익 전 원장은 영남고, 인하대 사회학과를 거쳐 중앙대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경인일보, 문화일보 등에서 10여년간 기자로 재직했고, 1991년 스포츠서울에서 당시 신설한 신춘문예 만화평론 분야에 당선, 국내 1호 만화평론가로 꼽히는 만화평론 분야의 개척자이기도 합니다.

또 1995년 (사)한국만화가협회 내에 '한국만화통사 편찬위원회'를 구성, <한국만화통사>를 발간했고, 이 과정에서 편찬위원회를 확대, 한국만화문화연구원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원에서는 만화가와 평론가 등 1천여명의 정보를 담은 <만화인명사전>등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2000년에는 IT기업을 설립, 디지털만화 포털 '코믹플러스'를 운영하며 출판만화의 디지털화, 디지털화 된 만화의 유료화를 고민했고, 각종 대형 포털사이트에 콘텐츠를 제공해 온라인 만화 서비스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손 전 원장은 만화 관련 학술 연구, 사료 수집, 평론이 부족하던 당시 만화 연구 분야를 개척, 만화산업 체계화에 기여한 인물로 꼽힙니다.

서울웹툰아카데미 박인하 이사장은​ "1991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신설된 만화평론 분야 첫 당선자로 만화평론을 시작하셨고, 이후 한국만화연구와 평론의 바탕이 될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셨다"며 "특히 1995년 '한국만화통사 편찬위원회'를 구성, 연구를 진행해 출간한 <한국만화통사>는 이후 한국 만화역사의 커다란 디딤돌이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1996년 발간된 <한국만화통사>

손상익 선생이 열었던 2년 과정의 만화평론 수업을 통해 손상익 선생과 연을 맺었던 인물로는 씨앤씨레볼루션 이재식 대표, 재담미디어 황남용 대표 등이 있으며 이들은 현재도 만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당시 수강생이었던 재담미디어 박석환 이사는 "(손상익 선생님은) 천성이 기자이신 분이고, 재미있는 분이었다"며 "기자답게 송곳같이 뾰족한 부분이 있으셨던 분이다. 뾰족하고 매력적인 일을 하셨기에 후학들이 모였다. 그렇게 만화계에 소위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고자 노력하셨고, 그만큼 폭넓은 일을 하신 분"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출판만화 시절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던 시기에 중간단계에서 많은 역할을 하셨다. 손 선생에게 직접 글을 배우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선생님' 같은 분이셨다. 워낙 많은 부분을 보고 배웠기에 같은 연구자로서 극복의 대상이기도 했다"고 손상익 선생의 지난 시간을 이야기한 박 이사는 "오히려 기자로서 훌륭하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만화계에 어울리기 힘든 시기도 있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기자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일을 많이 하셨다. 당시 만화계가 조금 더 포용력이 있었다면 손 선생님의 다른 매력을 더 많이, 오래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며 손상익 선생을 기억했습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13일 오전 6시입니다. 만화계에 큰 족적을 남긴 손상익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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