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도 이제 웹툰을 '느낄' 수 있다
시각장애인용 태블릿 '닷패드'에서 구현된 웹툰 '유미의 세포들' (이미지 제공=닷)
배리어프리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웹툰의 배리어프리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시각매체인 만화를 '보는' 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것인지 방법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시각' 매체를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보게' 할 것이냐, 괜히 철학적인 질문처럼 느껴지고 어려운 미션이죠.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읽어주게 할 거냐, 그림을 설명하는 건 웹툰 '감상' 방식과 다르지 않냐, 말풍선의 목소리를 연기하게 해서 뉘앙스를 이해시키자... 등등 여러 논의가 나왔지만 사실 제대로 구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벤처기업인 닷(Dot)에서 자체 개발한 닷패드(Dot Pad)를 통해 웹툰을 직접 손가락으로 '느낄' 수 있는 기술이 나왔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세상을 느끼는 방법 중 하나인 점자를 이용해 웹툰의 그림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겁니다. 닷패드는 웹툰 장면을 올록볼록한 셀의 형태로 구현하고, 점자를 더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네이버웹툰과 협업해 <유미의 세포들>을 시작으로 여러 그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31일 닷은 미국 LA에 위치한 시각장애인 기관인 점자도서관에서 10월 한달간 세계 최초 '촉각 웹툰' 시연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10월 둘째 화요일로 지정된 세계 시력의 날을 기념한 이벤트로, 현지 시각장애인에게 <유미의 세포들>과 미국의 미리암 보나스트레 투르 작가의 <후키>를 무료로 소개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행사라는 점에 작가들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미국 시각장애인 스포츠레크리에이션 회장인 롤란도 로메로씨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을 닷패드로 보았는데 너무나 신기했다"며 "점자를 몰라도 그림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그림책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놀랍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김주윤 대표가 창업한 닷은 2017년 최초의 점자 스마트워치 '닷워치'를 선보여 주목받은 소셜벤처입니다.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닷패드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 촉각 그래픽 디스플레이입니다. 2400개 셀을 이용해 글과 그림, 그래프 같은 시각정보를 실시간으로 촉각 그래픽으로 변환,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웹툰엔터의 다양한 작품이 닷패드로 제공되면 전세계 시각장애인이 보다 많은 디지털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기술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시각장애인 인구는 전세계 2억 8,500만명으로 추산되고, 약 90%가 후천적 시각장애인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신욱 웹툰엔터테인먼트 북미 서비스 총괄 리더는 “닷과 협력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기쁘다”며 “전세계 팬들이 웹툰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우리의 사명 중 하나를 실현하게돼 매우 뜻깊다”고 말했습니다.
닷 관계자는 “앞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웹툰 제작을 통해 포용적인 콘텐츠 환경을 조성하고,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배리어프리는 모두에게 편안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하지만 웹툰은 시각매체이기 때문에 시각매체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던 웹툰이 닷패드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