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 만화의 황금기는 이어질 수 있을까
[일본 만화, 제3의 황금기]
지금 일본 만화 시장은 제3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2024년의 일본 만화시장 규모를 보자. 단행본과 잡지 매출로 추정해보는 추정판매금액이 전년대비 1.5% 성장한 7,043억 엔 규모다.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7천억 엔 규모를 돌파했다. 5년 연속으로 과거 최고기록을 갱신했다.
일본 만화의 황금기는 다음과 같이 정의될 수 있다. ①전후의 경제성장과 함께 문화상품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생긴 만화수요의 폭발적인 증가, 만화 중심체제를 이루던 주간잡지 체제의 정비와 잡지부수의 급격한 증가. ② 1980년대에 청년지와 성인지가 등장하면서 이루어진 장르의 세분화와 이로 인한 시장의 급격한 확장이다. 세 번째 황금기에는 전자만화, 즉 디지털 시장의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출처= 일본 출판과학연구소
7천억 엔 시장의 구성을 보자면, 디지털로 유통되는 디지털 시장의 규모가 70%를 넘는다. 기록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디지털 시장에 반해, 출판 잡지와 단행본 규모는 연일 감소 추세다.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계속 잡지 휴간이나 폐간이 이어진다.
대형 출판사든 중소규모 출판사든 관계없다. 쇼가쿠칸의 월간 IKKI, 아키타 서점의 플레이 코믹(1968년 창간된, 굉장히 긴 역사를 가진 잡지다), 카도카와의 월간 부시로드 등등. 만화잡지 휴/폐간 이상으로 저명하던 일본의 패션, 사진 주간잡지 등도 속속 사라지는 중이다.

출판잡지 규모가 줄어가는 것에는 줄어들고 있는 일본 서점 숫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6년 전국 14,555개이던 서점 숫자는 2023년 현재 7,619개로 줄어들었다. 다만, 서점 1개당 차지하는 면적은 늘어나고 있다. 살아남는 서점들이 대형 서점 중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출판의 불황에 따라서, 일본의 거대 출판사들이 만화책 단행본을 굳이 찍으려 하지 않는 경향도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단행본의 출간과 유통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만드는 공도 크게 들어가지만, 팔리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악성재고의 처리와 비용도 굉장히 크다.
드라마 <중쇄를 찍자!>의 한 장면. 파쇄되는 책을 바라보고 있다.
일본의 만화책 단행본 산업은 오랜 기간 동안 일본 만화산업의 핵심 축이었다. 일본의 거대 출판사들이나 거대 유통사들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만들어주는 부분이었다. 이것이 이제 변화를 요구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만화책 제작과 유통산업은 전통적으로 박리다매를 기본으로 생각해왔다. 만화책 한 권의 단가는 일본의 기타 콘텐츠들과 비교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다. 대신에 많은 부수를 인쇄하여 이윤을 남긴다. 이제 책이 팔리지 않는다. 그러니, 많은 부수라는 전제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일본도 한국에서 이미 정착되는 중인, 정말로 작품을 원하는 팬들을 위한 작지만 확실한 부수를 고가로 판매하는 정책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할지 모른다.
작품성 측면에서 일본 만화업계는 여전히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1년에 발표된 후지모토 타츠키의 <룩백>은 당시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폭발적인 흥행을 했다. 단편에 가까운 분량인데도, 일본 국내에서만 119만 명 동원에 20억 엔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 역시 애니메이션화로 큰 주목을 받은 <단다단>, <평범한 경음부> 같은 일상물에서부터 <지-지구의 운동에 대해서>와 같은 역사철학물까지 숱한 명작들이 다양한 장르의 잡지에서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지속적인 웹툰의 성장세
웹툰은 일본 전자만화의 성장세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웹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2023년 발표에 의하면, 웹툰 시장규모는 2022년 당시 이미 520억 엔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일본 만화 전체 매출 규모에서 10%에 달하는 규모다.
2024년,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자면, 일본에서의 웹툰 산업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한국 웹툰 산업 전체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니, 단순히 웹툰이 큰 인기몰이를 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호 성적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큰 반향과 이를 통한 웹툰 수익 확대, 한국 웹툰이 소개되는 가장 중요한 플랫폼 중 하나인 라인망가에서 <입학용병>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팝업 스토어를 만들어 굿즈 판매 등의 3차 확장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등의 노력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굿즈 산업은 일본 국내 약 6,600억 엔, 국외 약 5,200억 엔에 육박한다. 일본 만화산업 전체 규모보다 큰 것으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서브 산업이다.
웹툰 체제가 일본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은, 일본 만화의 유구한 역사 안에서도 특필할 만큼 큰 사건이다. 웹툰은 2014년 일본 시장에 처음 소개되어 2019년 무렵부터 크게 성적을 확장해왔다. 출판과 단행본 판형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본 만화 산업 안에서 이와 전혀 상반되는 연출방식과 문법을 다룬 체제가 이렇게 크게 성공한 역사는 없다. 일본의 웹툰시장 안에서 한국 웹툰이 차지하는 수치적 규모는 80% 이상이다.
이러한 광영 뒤, 2025년의 불안
황금시대. 그러나, 필자는 개인적으로 일본 만화 시장이 두 가지 불안을 잉태하고 있다고 본다. 원래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니까. 그것은 초(超)대작 만화의 부재와 디지털 만화 시장 확대로 인한 편집부 난립, 이에 따른 작품 공급 과다다.
일단 첫 번째 부분. 원래 만화라는 산업에 초(超)대작이라는 단어가 적합한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만화는 원래 다른 콘텐츠 산업에 비하여, (소설을 제외하고)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굉장히 많은 자본을 들여서 만들어지는 작품을 의미하는 초대작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초대작은 연령대를 따지지 않고,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 히트작을 의미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슈에이샤의 “소년 점프”잡지 지면. 굵직한 연재작품들이 작년에 모두 완결되었다. 아주 오랜 동안 연재가 이어지고 있는 작품 하나를 제외하고, 주력 연재진이 모두 완결되었다. 디지털 잡지를 표방하며 등장하여 큰 지명도를 만들고 있는 전자잡지 "점프 플러스"도 주력 연재작의 연재 종료가 예정되어 있거나, 초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인기몰이 이후에 주춤한 상태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여전히 극히 높은 작품성과 완성도를 갖춘 작품들은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시장이란 그것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민 대부분이 이름을 알 정도로 큰 히트를 기록하는 흥행폭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진격의 거인>, <주술회전>, <최애의 아이>,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마슐> 등의 주요 흥행작들이 속속 연재를 끝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는 이런 초대작들 뒤를 이을 중요작품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시장은 지탱하는 큰 부분은 만화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을 가진 소프트 유저가 크게 좌우한다. 큰 화제가 되는 유력작품이 등장하지 않으면 2025년 정체기의 시작이 될지 모른다.
두 번째. 바로 디지털에 의한 세분화와 공급과잉 문제다
2020년도 초기부터 지적되어 온 문제지만, 당시부터 일본 편집 현장에서 인력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말이 무성했다. 단적인 예가, <체인소 맨>, <스파이 패밀리> 등을 만든 린 시헤이와 같은 유명 편집자가 독자적인 조직을 차려 회사 밖에 포진하는 등의 현상이다.

린 시헤이가 차린 망가 아파트먼트, VUY
이것에는 일본 만화산업이 디지털화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다. 유통과 제작에서 큰 힘을 가지던 기존 질서에 의존하지 않는 플랫폼이 일본에 다수 등장했다. 픽코마, 라인망가, 메챠코믹, BookLive!, ebookjapan, Renta!, honto, 만화왕국, 코믹 시모어, Kindle… 등등 일본에는 이미 100개 이상의 전자책 스토어가 존재한다.
지금 전자만화를 제작하는 것은 산재하는 이들 전자책 플랫폼에 작품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 전자책 플랫폼은 자신들의 플랫폼 독점작을 원한다. 작은 규모 편집부가 다수 만들어지고 이들에게 작품 제작을 의뢰하는 구조가 일본에 정착되어 간 것이다. 이들 편집부가 경쟁적으로 작품, 특히 각 플랫폼이 즉시 현금이 만들어지는 팔리는 장르들을 만들었다. 이런 작품들이 시장이 원하는 이상으로 과다하게 공급되는 문제가 지금 부상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