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SM 인수 협상이 소프트뱅크의 제페토 투자와 연결되는 이유 - SWI PREMIUM

CJ의 SM 인수 협상이 소프트뱅크의 제페토 투자와 연결되는 이유

지난 10월 20일, CJ가 SM엔터의 이수만 회장 지분 약 18%를 인수하려고 단독 협상중이라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CJ는 왜 SM을 원할까요? 24일에는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제트에 2천억원 투자 막바지 단계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모든게 웹툰이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읽어보시면 압니다.

* CAWMAN을 만들어줄 단 하나의 회사를 찾아라

SM은 전통적인 엔터산업의 국내 최강자중 하납니다.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온라인과 엔터산업 외의 오프라인 산업에서는 이제 막 발을 뗀 뉴비에 가깝죠. 사업 파트너를 찾기 위한 시도를 안 한건 아니었겠지만, 결과가 좋지는 못했습니다. 창원에 세운 SM타운 아파트가 있었지만 잘 안 됐죠. 직접 하는데에 한계가 있다면, 파트너를 찾아야죠. 이수만 회장의 지분 매각설은 이런 단단한 파트너를 찾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AESPA... 암온어 넥슷 레블...은 '모션그래픽'과 '아바타'를 모두 충족시킵니다.

자, 매각을 결정했다면 이제 상대를 찾아야 합니다. 대표 본인의 지분을 매각하니, 자신의 비전을 이해하고 잘 실행할 수 있는 곳이어야겠죠. 이수만 대표가 세웠던 비전은 'SMCU' 였습니다. SM 엔터테인먼트 컬처 유니버스의 약자인데, SM의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유니버스를 만든다는게 이수만 대표의 목표입니다. 이 유니버스가 구현되는 것은 CAWMAN, 카툰, 애니메이션, 웹툰, 모션 그래픽, 아바타, 노블입니다. 그중 '모션그래픽'과 '아바타'는 이미 우리가 AESPA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었죠.

SM은 말하자면, 오프라인(공연장-CD-음원) 중심으로 꾸려져 온 SM의 사업을 CAWMAN을 통해 온라인으로 이식하려는 원대한 꿈을 현실에 옮겨줄 곳을 찾고 있습니다.

* CJ가 가진 역량

먼저 협상을 진행한 걸로 알려진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카카오M이 보유한 멜론, 수많은 엔터 계열사들, 그리고 영상 제작사와 카카오tv등의 플랫폼은 물론 카카오페이지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비판과 제재를 받다 보니 부담스러웠는지 협상 테이블을 떠났습니다. CAWMAN이 모두 가능한 플랫폼을 가진 곳이 카카오입니다. SM 입장에선 매력적이었겠지만, 뭐 협상이 끝났으니 어쩔 수 없죠.

CJ는 어떨까요? CJ는 국내 최대 유통사, 국내 최대 영화제작/배급사를 가진 곳입니다. 물류는 왜 나오냐면, SM의 IP확장에 굿즈 사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여기에 스튜디오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모션그래픽과 아바타를 더 퀄리티 높게 만들 수 있고, TVING 같은 OTT를 가지고 있으니 바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서비스도 가능하죠. 또, CJ는 온라인 IT기술과 플랫폼을 모두 가지고 있는 네이버와 혈맹관계입니다. SM 입장에선 조건만 맞다면 CJ 역시 굉장히 매력적인 파트너인 거죠.

번쩍번쩍 빛이 나는 CJ가 계획중인 '라이브시티'

또, CJ가 2024년까지 고양시에 건설을 계획중인 '라이브시티'도 있습니다. 기존에 SM이 보유한 오프라인 동원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인 셈입니다. CJ는 엔터테인먼트 전용 테마파크인 라이브시티를 채울 IP가 필요했는데, SM이라면 걱정없이 IP확보가 가능하죠. 직접 지은 테마파크에서 관계사 아이돌이 공연을 한다? 디즈니에 미키마우스와 스타워즈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활보한다면, 라이브시티에선 에스파와 NCT가 우리를 반겨주는거죠. 이렇게 말하니까 왠지 가보고 싶어지네요.

* 소프트뱅크의 제페토 투자는 또 뭐냐

자, 이제 소프트뱅크로 가겠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에 2천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는 뉴스가 지난 10월 24일 나왔습니다. 제페토는 현금이 필요하고, 손정의 회장은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는게 취미(?)니까 서로 니즈가 맞았던 거기도 하겠네요.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현금을 공급받게 될 것 같습니다.

제페토는 이미 2억명 넘는 이용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죠? 대부분이 10대로 이루어진 알짜배기고요. 하지만 대부분이 중국(약 70%)에 치우쳐져 있어 글로벌 플랫폼으로는 성장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여기서 소프트뱅크가 제대로 된 해결책입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는 CJ와 혈맹을 맺었지만, 해외에서는 소프트뱅크와 혈맹을 맺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야후 재팬과 라인을 합병하면서 초거대 IT기업을 탄생시킨거죠. 여기에 제페토까지 더해지면, 한국과 일본 1위 IT기업에 메타버스를 끼얹을 수 있게 됩니다.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기에 최적의 조건인 거죠.

* 조금 더 명확하게 웹툰이랑 무슨 관계인지 알려드림

자, 여기서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뉴스는 이미 작년에 나왔습니다. 작년 10월, CJ가 6천억원대 주식교환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한 바로 그 기업이 등장합니다. 네이버죠.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말, CJ와 6천억원대 주식교환을 통해 서로 지분을 확보하고 운명공동체가 됐습니다. 이때 주목받았던 건 커머스였어요. 네이버가 보유한 '네이버 쇼핑'과 연계해 물류를 CJ 대한통운이 담당하는 방식에 CJ 계열사들이 입점하는 방식으로요. 참고로 CJ의 주요 계열사 중에는 올리브영이나 '비비고'로 유명한 제일제당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있어요. 이미 작년 8월, 네이버는 SM엔터에 1천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네이버가 보유한 V라이브와 SM의 제휴를 본격화하고, 서로 윈윈하기 위한 투자였죠. 그런데 CJ가 SM엔터를 가져간다면? CJ를 중심으로 네이버와 SM이 삼각구도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것도 서로 IP와 지분을 나눈 거죠.

수퍼캐스팅 첫 시리즈.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

자, 그리고 네이버웹툰 밋업에서 김준구 대표가 발표했던 '수퍼캐스팅'을 떠올려 보죠. DC를 비롯해 BTS의 HYBE 등 다양한 IP 사업자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웹툰으로 선보인다는 그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에 SM의 아이돌이 만들어내는 IP가 얹혀질 수 있겠죠. 어? 어디서 본 것 같다구요? 네, 맞습니다. BTS의 작품을 해외에서 동시 연재해서 화제가 됐던 <화양연화 pt.0>의 사례가 이미 있으니까요. 거꾸로 CJ가 운영하는 라이브시티에 웹툰 콘텐츠 공연과 체험존이 열릴수도 있겠죠.

오프라인 콘텐츠는 CJ-SM과의 혈맹으로 조달하고, CJ는 네이버를 바탕으로 전통적 엔터산업 외에 IT 역량이 필요한 사업은 네이버랑 같이 할 수 있으니 윈윈이죠. 네이버웹툰은 여기서 양쪽 모두, 그러니까 CJ와 협업해서 TVING 등의 서비스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제페토를 활용해 메타버스에도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코어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온-오프라인 콘텐츠 모두를 잡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동시에,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제페토에서 공연실황을 중계할수도, 제페토에서 웹툰 작품 NFT를 경매하는 걸 지켜볼수도 있을 겁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거의 완벽한 연결고리들이 완성된 겁니다.

* 나비넥타이의 중심에 위치한 네이버

자, 이 모든 것의 중심에 네이버가 있습니다. CJ가 SM에 투자를 하는데, 그 콘텐츠의 활용에는 네이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래 그림으로 한번 보시죠.

CJ가 SM에 투자를 하고,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제트 2천억원 투자를 완성하면, 이 나비넥타이 모양의 기업들이 모두 연결됩니다. SM과 네이버제트가 콘텐츠로 협업을 하고, CJ가 가진 배급망을 통해 네이버와 네이버웹툰의 콘텐츠가 알려질 수 있게 되는 거죠.

온라인만, 오프라인만 가능한 것도 아니고, 아예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슈퍼 플랫폼이 생겨나게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온라인 기반 IP는 네이버웹툰을 중심으로 착착 쌓아나가 오프라인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 CJ의 SM 투자가 마무리되면 오프라인 기반 IP를 확보해 온라인으로 이식할 수 있게 됩니다.

자, 이렇게 CJ가 SM을 인수하려는 목적, 그리고 가진 잠재력과 웹툰과의 연계까지 살펴봤습니다. 지금은 아직 협상중이니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만약 거래가 성사된다면, 전통적 관점에서의 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웹툰계에까지 큰 영향을 주게 될 겁니다. 신세계의 첫 발, 지금까지 함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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