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웹툰시장 전망해보기 - SWI PREMIUM

2022년, 웹툰시장 전망해보기

2021년, 에디터는 소식들을 따라가느라 벅찼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이 났다고 해서 가보면 저쪽에서 더 큰 일이 나오고, 이게 웹툰과 관계는 있는데 그걸 설명하기가 너무 긴 기사, 기껏 취재하고 다 알아봤더니 다른 더 중요한 건이 나와서 그걸 칼럼으로 쓰고… 뭐 이런 삶을 일년간 살았습니다. 웹툰보다 다른 분야, 그러니까 OTT와 메타버스, 그리고 NFT같은 것들을 더 많이 들여다보기도 했고, 제 능력의 한계를 시험당하는 것 같은 복잡한 구조에 머리숱이 조금 적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아니 착각이 아니면 어쩌죠…?

아무튼, 그렇게 일년을 보내고 나니 이제 좀 시장이 넓게 보입니다. 구체적인 사건들이 가지는 맥락들도 알게 됐고, 그래야만 이해할 수 있는 시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이걸 전부 설명하기엔 정말로 매일 이것만 써야 하니까, 돈받고 팔아야죠. 저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야박하게 모두 내칠 수는 없으니까, 2022년 전망은 한번 해 보고 가죠. 내년에는 어떤 흐름들이 또 우리를 바쁘게 만들까요?

* 초거대 IP, 블록버스터 웹툰 등장


일단 1월, 새해 벽두부터 예고되어 있는 것이 있습니다. BTS와 네이버웹툰이 ‘슈퍼캐스팅’이라는 이름으로 콜라보를 맺어서 <7 FATES: CHAKHO>를 공개하기로 했죠. 이렇게 철저하게 기획되고, 사전에 어느정도 제작하는데까지 기업과 기업의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작품. 그리고 많은 자본이 투자되는 작품을 우리는 블록버스터라고 부릅니다.

이제 웹툰에도 블록버스터 시대가 열립니다. 기획작에 수억, 십억단위의 선지급금이 지급되고, IP를 잡아놓기 위한 노력이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건 B2B, 그러니까 기업과 기업간의 안정적인 IP공급에 한해서 먼저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와이랩이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된 크래프톤의 웹툰 3종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내년에 공개될 ‘블록버스터’의 주류는 웹소설 IP가 될 수도 있고, 웹툰 오리지널이나 영화, 게임, 아이돌, OTT 오리지널을 콜라보한 작품이 될 수도 있겠죠. 계약내용을 알지 못하는 이상 추측은 무의미합니다. 이미 판이 너무 커지고 넓어졌으니까요. 그래도 우리는 이미 2021년에 그런 시도들은 많이 만났잖아요? <승리호>, <그 해 우리는>과 같은 사례가 양대 플랫폼에서 모두 나왔고, 내년에는 이런 시도가 더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 본격적인 IPO, 산업화, 자본투자의 시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그리고 픽코마도 기업공개를 예고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마 미국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이고, 픽코마는 일본 도쿄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재담미디어가 IPO 선언을 했고, 차근차근 준비중이죠.

플랫폼 등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은 제작사들이 투자해 또다른 제작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디앤씨미디어는 앤트스튜디오를 인수하기도 했고, 투유드림도 투자해 스튜디오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외에도 픽코마의 스튜디오 원픽이나 2020년 카카오엔터의 공격적 투자 같은 움직임이 이제는 투자사, 그러니까 진짜 돈으로 돈을 버는 곳들이 투자-상장-엑시트로 이어지는 흐름을 본격적으로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알음알음 사업하는 시대가 아니라 진짜 실력으로 겨루는 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는 거죠. 어떻게 보면 더 무서운 시대입니다. 지금의 가치만으로 평가받게 될테니까요. 누군가의 선의로 투자하는게 아니라, 이제는 정말 돈을 벌기 위한 투자, 그리고 상장 또는 매각을 통한 엑시트라는 확실한 출구까지 마련된 상황입니다.

이미 문피아에 투자했던 사모펀드, 레진엔터테인먼트 등이 이런 수순을 밟았고, 내년에는 이렇게 투자를 받을 기업들이 더 늘어나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카카오엔터 등의 플랫폼이 투자의 주역이었다면, 이제는 전문 투자자들이 붙게 될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

* 글로벌 경쟁 심화

플랫폼 단계에서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될겁니다. 네이버웹툰은 지금 북미,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대만, 중국 등의 국가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카카오페이지가 인도네시아, 카카오웹툰이 태국과 대만, 픽코마가 일본, 그리고 중국에 텐센트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진출했습니다.

엄청나게 치열해질 글로벌 경쟁의 쌍두마차는 일단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입니다. 그리고 회색지대에 태피툰이 있고요. 2022년에 가장 치열한 전장은 일단은 북미입니다. 카카오가 타파스를 선봉장으로 본격적인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고, 타파스 COO를 맡고 있는 미셸 웰스는 “네이버웹툰은 강한 경쟁자이지만, 우리가 이길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우리는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공격적인 투자가 내년에 이어진다면, 글로벌 경쟁은 북미에서 폭발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 복잡다단해지는 권리와 책임

이처럼 업계가 점차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다 보니 개인 창작자들이 커버해야 할 책임과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연재계약과 국가, 여기에 영상이나 굿즈 등의 2차적 저작물 정도만 따지면 됐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2차적 저작물도 넷플릭스 등 OTT에 독점 콘텐츠로 제공하느냐, 아니면 기존 TV에 방영하고 OTT로 재전송하는 방식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굿즈의 범위 역시 실물 굿즈에서 NFT까지 넓어졌고, 그에 따른 수수료가 적절한지, 시장 상황은 어떤지를 개인 작가가 모두 챙기기 어렵습니다. 연재, 또는 연재 준비와 동시에 이런 계약들에 대한 사항을 일일이 챙기기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에이전시’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작가들의 계약 협상을 대리하고 수수료를 챙기고, 매니지먼트를 제공해 작가가 완전히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게 만드는 진짜 의미의 에이전시 말이죠.

동시에 작가들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단체의 혁신, 또는 탄생도 요구됩니다. 지금처럼 개인 창작자들 개인의 정보, 경력에 따라 갈리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들이 협상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을 공유하고, 작가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뭉친 연대체가 필요합니다. 개인 작가가 점점 소외되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였다면, 그걸 연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겁니다.

20명이 함께 만드는 작품과 혼자서 장인정신을 담아 만드는 작품이 한 공간에서 경쟁하는 지금 체제는 사실 개인 창작자에게 ‘천재가 아니면 안된다’는 벽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잖아요? 이런 체제에 대한 협상과 데이터를 요구하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나오고 있는데, 내년에 움직임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또한 글로벌 현상으로 번지는 불법웹툰 공유에 적극적으로 당사자들이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연대체는 필수적입니다. 지금은 창작자 개인이 증명해야 하지만, 연대체가 그 대리를 맡을 수 있고, 대표성을 띄는 단체가 정책적 아젠다를 직접 연구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면 가장 든든할테니까요.

지금까지 2022년에 눈에 띌 변화로 에디터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몇 가지를 짚어봤습니다. 웹툰 IP가 콘텐츠의 중심이냐? 하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장 각광받는 종목이냐고 묻는다면 그런 것 같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콘텐츠에 가장 잘 흡수되니까, 모든 콘텐츠 분야가 주목하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도 그에 맞춰서 눈높이를, 그리고 퍼포먼스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겠죠. 그런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2022년에 와야 할 도전은 오고, 코로나는 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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